"대구의 전통 제조 인프라에 스타트업의 야성을 결합해야 합니다. 단순한 자동화가 아닌, 인공지능(AI)을 통해 산업 체질 자체를 바꾸는 'AX(Advanced Transformation)'가 생존의 열쇠입니다."
15일 오후 대구 메리어트 호텔. 지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끌어온 산·학·연·관 관계자 60여 명이 머리를 맞댔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대구센터)가 주관한 '대구 AX 전략 컨퍼런스' 현장은 다가올 AI 파도 앞에서 지역 경제가 나아가야 할 좌표를 설정하는 치열한 논의의 장이었다.
이날 행사는 대구가 표방하는 '미래 신산업 중심도시'가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구체적인 실행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위에서 출발했다. 핵심은 'AX'다. 디지털 전환(DX)을 넘어 AI를 중심으로 한 고도화된 산업 대전환을 의미한다.
현장에는 홍성주 대구시 경제부시장과 정기환 대구경북중소벤처기업청장을 비롯해 경북대, DGIST 등 학계 전문가들이 자리를 채웠다. 눈에 띄는 점은 민간의 참여도다. 대경ICT산업협회, 대경로봇기업진흥협회, 한국IT여성기업인협회 영남지회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서 뛰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대거 참석했다.
지난 8월 출범한 '대구 AX 추진위원회'는 이날 그간의 경과를 보고하며 대구형 AX의 밑그림을 공개했다. 위원회는 대구시와 대구TP 같은 지원기관뿐만 아니라 ㈜스피어에이엑스, ㈜일만백만 등 AI 전문 기업들이 주축이 돼 구성됐다. 관 주도의 일방적 정책이 아니라, 시장의 수요를 반영한 민간 주도형 거버넌스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기존 방식과 차별화를 뒀다.
대구센터는 그동안 축적해 온 창업 지원 노하우를 바탕으로 판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초기 스타트업 발굴에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창업 기업의 기술이 지역의 주력 산업인 제조 현장에 스며들게 하는 '연결'에 방점을 찍었다. 레거시(전통) 산업은 AI를 통해 경쟁력을 얻고, 스타트업은 확실한 수요처를 확보하는 '윈-윈' 구조다.
백화점식 지원은 지양한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대구가 경쟁력을 가진 '로봇'과 '바이오·헬스케어' 두 가지 분야에 화력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이 확인됐다.
대구시가 추진 중인 '지역거점 AX 혁신기술 개발사업' 세션에서는 이 두 분야를 중심으로 한 구체적인 정책 방향이 공유됐다. 대구는 이미 국가로봇테스트필드를 유치하는 등 로봇 산업 인프라가 탄탄하고, 의료 데이터 규제 특구로서 헬스케어 분야의 잠재력도 높게 평가받는다. 여기에 AI 기술을 접목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복안이다.
패널 토의에 나선 전문가들은 냉철한 조언을 쏟아냈다. 로봇·헬스케어라는 대구의 구조적 장점을 살리되, 영남권을 아우르는 거대 광역 클러스터로서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스타트업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단순한 시범 사업(PoC) 수준을 넘어, 실제 매출과 투자로 이어지는 '스케일업' 단계로 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대구센터는 이번 컨퍼런스를 기점으로 내년부터 AI 기반의 오픈 이노베이션과 글로벌 진출 지원을 대폭 강화한다.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라 기업들이 피부로 느끼는 실질적 성과 창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한인국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이사는 "대구가 AX 혁신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협력 기반은 마련됐다"며 "앞으로 창업 중심의 AX 혁신 모델을 지역 산업 전반으로 확장해 산·학·연·관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단단한 협력체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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