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K뷰티 시장의 경쟁 구도가 브랜드 중심에서 유통 채널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15일 CJ올리브영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매출이 1조5570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6.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31.8% 늘어난 1516억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특히 온라인 매출이 전년 대비 37% 확대되며 비약적인 성장세를 이뤘다는 평가다. ‘오늘드림’ 서비스권 확대와 글로벌몰을 통한 해외 고객 유입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뷰티부문의 상승세는 최근 K뷰티 시장이 히트 상품을 앞세워 브랜드가 유통채널을 확장하던 방식에서 플랫폼 내 노출 구조가 판매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환경으로 변화한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플랫폼 메인 노출이나 추천 큐레이션, 검색 상위 노출 여부에 따라 같은 제품이라도 성과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사례가 늘면서 유통 채널의 역할과 영향력이 이전보다 확대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 같은 흐름은 더욱 뚜렷해졌다.
동일한 제품이라도 메인 화면 노출 여부나 추천 알고리즘 적용 여부에 따라 체감 판매량이 달라지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 브랜드 입장에서는 플랫폼 입점 자체가 가장 중요한 상황”이라며 “입점하지 못하면 매출을 기대하기 어렵고, 같은 제품이라도 어디에 얼마나 자주 노출되느냐에 따라 성과가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품력은 이전보다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돼 있어 노출 여부의 중요성이 더 커진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브랜드를 평가하는 기준 역시 달라지고 있다.
제품 완성도나 브랜드 서사뿐 아니라 채널 적합성이나 노출 친화성이 주요 요소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플랫폼 기준에 맞춰 전용 기획 세트를 구성하거나 프로모션 참여 비중을 높이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단독 출시나 선공개 상품 역시 플랫폼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브랜드 전략이라기보다 채널 기준에서 상품이 재구성되는 흐름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특히 중소 브랜드의 경우 이러한 채널 운영 기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이러한 구조가 일부 브랜드로 성과가 집중되는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함께 거론된다. 노출과 매출이 특정 브랜드에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성과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들이 채널 반응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상품 기획에 집중하면서, 유사한 콘셉트의 제품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K뷰티가 성장 국면에 접어들수록 경쟁의 무게중심이 브랜드에서 유통 채널로 이동하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K뷰티 브랜드의 성패 역시 제품력이나 인지도에만 달려 있기보다는 변화하는 채널 환경에 얼마나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 소비 환경의 전환을 꼽는다. 오프라인 중심이던 구매 방식이 검색 기반 쇼핑으로 이동하면서 플랫폼이 쇼핑의 출발점이 됐고, 그 결과 상단 노출이나 노출 빈도가 소비자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설명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로드샵 중심 유통 모델은 이미 역할을 다한 단계로 볼 수 있다”며 “현재 유통 채널의 파워가 세다보니 중소 브랜드 입장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알고리즘 기반 노출 환경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나오는지 알 수 없기에 인디·로컬 브랜드의 비용 부담은 커질 수 있다”며 “다만 AI 쇼핑 환경이 본격화될수록 브랜드 스토리와 정체성을 얼마나 명확히 구축하느냐가 다시 중요한 경쟁 요소로 부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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