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다운이라고 해서 샀는데 오리털이 섞인 재활용 충전재였다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아이도 사실 따뜻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최근 노스페이스 구스다운 패딩을 구매한 한 주부는 환불 절차를 알아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거위털 충전재로 홍보된 패딩에 오리털이나 재활용 다운이 사용된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패션업계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노스페이스는 무려 13개 패딩 제품에서 충전재 혼용률을 사실과 다르게 기재한 사실을 확인하고 환불을 진행 중이다. 논란은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 판매된 노스페이스 ‘1996 레트로 눕시 재킷’ 일부 제품에서 시작됐다. 온라인 상세 페이지에는 거위 솜털 80%, 깃털 20%로 표기돼 있었지만, 실제 검수 결과 재활용 오리털이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운 패딩은 일반적으로 천연 소재인 구스다운(거위털)이나 덕다운(오리털)을 충전재로 사용한다. 이 가운데 거위털은 오리털보다 보온성과 복원력이 뛰어나고 무게가 가벼워 상대적으로 고가에 판매된다. 한 소비자는 "판매 페이지에서 구스다운임을 확인하고 약 40만원에 구매했는데 알고 보니 리사이클 다운 충전재를 사용했다는 소식을 접하니 완전 속은 기분"이라며 "국민 패딩인데 이럴 줄 몰랐다"고 꼬집었다.
노스페이스는 입장문을 통해 “검증 절차를 소홀히 한 것이 이번 사안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재발 방지와 제품 정보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패션 플랫폼 4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구스다운 패딩 24종을 대상으로 거위털 비율, 혼용률(솜털·깃털 비율), 안전성 등을 시험·평가한 결과 5개 제품은 거위털 함량이 구스다운 제품 품질 기준에 부적합했다. 2개 제품은 온라인 판매 정보에 거위털로 표시했으나 실제 제품 표기는 오리털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월에는 패션 브랜드 후아유의 구스다운 점퍼가 거위털 80%를 사용했다고 표기됐지만, 실제로는 거위털 30%와 오리털 70%가 충전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후아유를 전개하는 이랜드월드는 조동주 한국패션부문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한 바 있다.
패딩 충전재 논란이 이어지면서 소비자 단체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공정거래위원회 신고와 집단분쟁조정 신청 등 피해 구제 절차를 추진 중이며, 참여연대도 관련 대응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노스페이스 패딩 충전재와 관련해 "지난 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서를 제출했다"며 "문제가 된 제품 모델이 광범위한 데다, 제품에는 법적 문제가 없는 것처럼 표시해 소비자가 상표 라벨까지 확인하지 않을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소비자를 오인하게 한 기만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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