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콩고의 '국제분쟁', 한국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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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 콩고의 '국제분쟁', 한국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프레시안 2025-12-15 17:29:1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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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DRC) 동부의 도시 고마(Goma)가 무장단체 M23에 의해 점령되었다. 한국에서는 설 연휴를 즐기던 시기였지만, 지구 반대편에서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있었다. 이 전쟁은 단순한 내전이 아니라, 여러 국가와 민족, 그리고 국제 사회의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국제 분쟁이다.

M23은 누구인가?

M23은 투치족으로 구성된 무장세력으로, DRC 동부 북키부(North Kivu) 지역에서 활동한다. 2009년 DRC 정부와 M23의 전신인 CNDP(국민방위회의) 사이에 체결된 평화협정 이후 해산된 CNDP의 잔여 세력이 2012년에 M23을 창설했다. M23은 March 23의 줄임말로서 평화협정 체결일인 3월 23일을 의미한다. 당시 CNDP 구성원들은 평화협정에 따라 DRC 정규군에게 편입되었지만, 일부는 편입 정책에 불만을 가졌고 결국 M23을 조직해서 키부 지역을 점령해 나갔다. 2013년 UN과 DRC 정부군의 합동 반격으로 M23은 백기를 들고 무장 해제를 선언했지만, 2021년 말부터 다시 재조직과 재무장을 시작했는데, 르완다로부터 정규군과 무기 지원을 받았다는 국제 사회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M23은 2022년부터 고마 도시를 목표로 진격을 시작했는데, 결국 2025년 1월에 고마를 점령한 뒤 남쪽으로 진격하여 최근에는 부룬디 국경까지 세력을 넓혔다.

국제화된 전쟁

전쟁은 빠르게 국제화되었다. DRC 정부군을 돕기 위해 부룬디, 앙골라, 우간다, 탄자니아, 케냐, 남아공, 나미비아, 말라위 등 인근 국가에서 군대를 파견하였다. 반면 M23은 르완다 정규군과 콩고강 동맹(AFC)의 지원을 받으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심지어 민간인인 러시아와 루마니아 용병까지 참전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DRC 동부 전쟁은 단순한 지역 갈등이 아니라 국제적 전쟁으로 이미 확대되었다.

올해 12월 4일에 미국의 중재로 DRC 대통령과 르완다의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만나 평화협정(Washington Accords)을 체결하였지만, 전쟁은 오히려 더 격화되고 있다. M23은 이번 12월 9일에 부룬디와 접해있는 국경 마을인 우비라(Uvira)를 점령했고, 불과 일주일 사이에 20만 명이 피난길에 올랐다. 부룬디 경제수도 부줌부라와 불과 20km 떨어진 곳까지 전투가 벌어지면서, 부룬디 국민은 전쟁이 자국으로 번질까 두려움에 떨고 있다.

▲M23 반군의 소식을 전하는 알자지라 방송 ⓒ알자지라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인도적 재앙

유엔에 따르면 2024년 한 해에만 270만 명이 피난길에 올랐고, 올해 들어서만 1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북키부 지역 인구는 약 665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그중 40% 주민이 살던 곳을 떠나 난민이 되었다. 필자가 살고 있는 브룬디 가툼바 마을로 넘어온 난민들은 경찰서 앞마당에서 소지품 검사와 신분 확인을 받고 있는데 그 숫자가 수천 명에 이른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이들을 돌보기 위해 5시간 거리에 있는 장소에 수용시설을 짓고 분주하게 그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그러나 피난민의 규모가 워낙 크고 개중에 총, 칼 등 무기를 소지한 자들도 있어 가툼바 마을은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다.

후투와 투치의 오래된 갈등

이 전쟁의 뿌리는 후투족과 투치족의 오래된 갈등에 있다. 부룬디와 르완다는 독일과 벨기에의 식민지였다. 벨기에는 인구의 14%인 투치족을 중간 관리자로 세워 인구의 85%나 되는 후투족을 관리하고 억압하게 하였다. 후투와 투치 사이의 갈등은 1962년 부룬디와 르완다가 각각 남쪽과 북쪽 국가로 독립을 한 후에 고조되었다. 당시 르완다는 다수족인 후투가 정권을 잡았는데, 보복의 두려움을 느낀 투치족은 르완다를 떠나 우간다 지역에 머물면서 무장을 하고 힘을 키웠다. 부룬디의 경우 독립 이후 후투와 투치 사이에 서로 죽고 죽이는 인종학살이 30년 동안 지속해서 발생했다.

1993년에 시행된 첫 민주 선거에서 후투족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정국이 안정되나 싶었지만 102일 만에 투치족 군부에 의해 암살되었다. 그 후 대통령직을 이어받은 은하랴미라 대통령이 1994년에 4월 6일에 항공기 격추로 르완다의 하비야리마나 대통령과 함께 암살당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르완다에서는 3개월 만에 100만 명이 사망하게 되는 제노사이드가 일어났고, 부룬디에서는 수십만 명이 희생된 내전으로 발발했다. 르완다 제노사이드의 가해자들이 르완다 투치 정부를 피해 국경을 넘어 DRC 동부에 정착했다. 그 수가 1994년 당시 200만 명이 넘었다. 르완다는 후투족으로 구성된 무장 세력을 잠재적 위험으로 간주하고 그들을 토벌하기 위해 CNDP와 M23 같은 투치족 무장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1920년대에 시작된 후투와 투치 사이의 분쟁이 10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왜 한국인들이 알아야 하는가?

한국 사회에서 DRC 동부 전쟁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전쟁은 우리와도 연결되어 있다. DRC는 세계 최대의 코발트 생산국이며, 스마트폰과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가 이곳에서 나온다. 전쟁은 곧 세계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고, 한국 경제에도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수백만 명의 난민과 수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하는 인도적 위기에 국제 사회가 무관심하다면, 참상은 계속될 것이다. 한국은 국제 사회 일원으로서 인도적 위기에 관한 관심과 연대가 필요하다.

특별히 한국이 점차 예산을 늘리고 있는 공적개발원조(ODA)의 중점 협력국에 르완다가 포함되어 있는데, 현 상황에서 르완다에 대한 원조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르완다는 M23을 지원하고 있을 뿐 아니라 1,000명 이상의 정규군을 DRC에 파병하여 이 전쟁을 주도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벨기에는 이미 르완다에 대한 원조를 중단하였다. 2023년 기준으로 한국은 르완다에 약 300억 원의 공적개발원조를 하였고, 2024년에는 10억 달러(약 1조 3,800억 원) 규모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협정을 체결하였다. 이 금액들이 온전히 르완다의 발전에 쓰이고 있을까? 혹 DRC 침략에 필요한 비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질문을 우리는 던져봐야 할 것이다.

맺으며

DRC 동부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당신은 이 참상을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함께 목소리를 낼 것인가." 이제 한국 사회는 선택해야 한다. 우리는 이 전쟁을 외면하며 '먼 나라의 일'로 치부할 것인가? 아니면 세계 시민으로서 인도적 연대와 책임을 다할 것인가?! DRC 동부 전쟁은 우리에게 국제적 연대의 필요성을 강하게 일깨운다. 난민과 희생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국제 사회와 함께 평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다. 한국 사회가 이 질문에 응답할 때, 우리는 비로소 세계와 연결된 책임 있는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한상훈 사단법인 텐포원 부룬디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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