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이나라 기자 | 올해들어 카드업계 대출 시장이 뚜렷한 감소 흐름을 보이고 있다. 3분기 기준, 신규 취급과 잔액이 동시에 줄어들며 카드사의 주요 수익원으로 불리던 대출 기반 수익 구조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카드론 신규 취급 누적액은 36조20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조원 넘게 즐었다. 7월 이후 매달 지난해 수준을 밑돌며 누적액 격차가 확대된 가운데, 대출 자산의 성장성이 약해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카드론 잔액도 42조0751억원으로 소폭 줄어들며 취급과 잔액이 함께 축소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이 같은 변화는 금리 환경의 변화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동결 기조 속에서 시중금리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카드론 금리는 높은 수준에 고착됐다. 차주의 원리금 부담이 커지자 대출을 통한 소비 여력은 줄고, 신규 대출보다 기존 채무 관리에 무게를 두는 흐름이 뚜렷해진 것이다.
특히 총부채상환비율(DSR) 규제 확대는 대출 접근성을 한층 더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규제 강화 이후 카드사들은 심사 기준을 세분화하고 내부 한도 산정 방식을 보수적으로 재정비했다.
이러한 변화는 특정 고객군을 중심으로 취급 축소를 유발했으며 위험 차주나 다중채무자에 대한 접근성도 크게 제한됐다. 심사 강화는 신규 고객 유입 감소로 이어지며 전체 취급 규모 축소를 심화시켰다는 평가다.
자산 성장보다 건전성 관리에 무게를 두는 카드사 내부의 운영 기조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연체율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장기대출인 카드론은 연체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아 취급 조정이 빠르게 이루어졌다. 이 같은 전략 변화는 취급과 잔액의 동반 감소로 이어지며 대출 중심 모델의 취약성이 드러난 결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대출 중심의 수익구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조달·운용 체계 전반의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달 열린 'KOCAS Conference 2025 세미나'에서 카드사가 수신 기능 없이 대부분의 자금을 여전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여전채 의존도는 71.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달금리가 상승할 경우 이자비용이 그대로 늘어나는 구조 속에서 7개 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합산 이자비용은 2조3698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8.1% 증가했다.
서 교수는 "조달 구조가 안정되면 카드사는 단기 고위험 자산에서 벗어나 혁신기업, 디지털 인프라, ESG 분야 등 생산적 금융 영역으로 자금을 더 폭넓게 공급할 수 있다"며, "정부가 제도적 뒷받침에 나선다면 카드산업의 건전성 회복과 민간 소비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고 조언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올해 카드사들은 대출에 의존한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해외결제, PLCC,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 등 비대출 영역 확장 속도를 높이고 있다"면서, "앞으로 대출 중심 모델에서의 이탈이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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