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과 요코하마미술관이 공동 주최하는 특별전 '로드 무비: 1945년 이후 한·일 미술'이 지난 6일 요코하마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년을 맞은 해에 맞춰 국립현대미술관과 요코하마미술관이 약 3년간 리서치와 준비를 거쳐 성사됐다. 내년 3월 22일까지 요코하마 전시를 마친 이후 2026년 5월부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도 순회 전시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깝고도 먼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예술의 시각으로 새롭게 발견하려는 시도다. 특히 1945년 해방 이후 한일 관계를 미술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해 한일 문화 교류의 과정을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편집자 주
[뉴스컬처 최진승 기자] 이번 전시는 한일 관계의 가장 민감한 지점들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다룬다. 그 시작은 ‘섹션1: 틈새에 – 재일조선인의 시선’이다. 1945년 해방부터 1965년 국교 정상화까지 20년간의 공식 국교 '공백기' 동안 일본과 조선반도의 '틈새'에 머물렀던 재일조선인 아티스트들의 활동을 집중 조명한다.
특히 이 섹션에서는 1960년 북한으로 귀환한 조양규 화가의 자료가 중요한 학술적 의미를 갖는다. 조양규는 귀환 직전 일본 미술출판사에서 작품집이 출간될 정도로 일본 화단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으며, 평론가 하류 이치로(針生一郎) 등 주요 인사들과 교류했다.
조양규가 일본인 친구 오다에게 보낸 엽서들은 안보 투쟁(1960년 미일 안전보장조약에 반대하는 시위) 참여, 북송 결정, 이사 준비 등 일상적이고 사적인 대화들을 보여준다. 이는 재일조선인 아티스트가 고립되거나 재일 공동체에만 머물지 않고 일본 예술계와 밀접하게 접촉을 이어갔음을 증명한다.
◇ ‘나카무라 마사토’의 한국 유학, 새로운 시대의 도래
또 다른 주요 변곡점은 ‘섹션4: 새로운 세대, 새로운 관계’에서 등장한다. 1990년 일본 정부의 국비 유학생으로 한국의 홍익대학교로 건너간 나카무라 마사토(中村政人)는 근대기 조선반도에서 일본으로 향했던 유학의 흐름이 역전된, 이른바 ‘역류(逆流)’ 현상을 상징한다.
나카무라의 회고록에 따르면 그의 한국 유학은 1992년 서울에서 무라카미 다카시(村上隆)와 함께 연 2인전으로 이어졌고, 이는 한국의 설치 미술가 이불 등 새로운 세대와 교류하는 계기가 됐다. 이 만남은 1990년대를 기점으로 한일 관계가 새로운 동시대적 층위를 갖게 됐음을 보여준다.
뉴스컬처 최진승 newsculture@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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