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유럽의 강력한 안전보장이 있다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의향을 포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A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미국 및 유럽 주요국과 종전안 논의를 위해 독일 베를린에 도착하기 전 취재진과 온라인 음성 메시지 문답에서 "애초부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열망은 진정한 안전 보장 때문이었다"며 "미국과 유럽 일부 파트너는 이런 방향을 지지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므로 현재로선 미국으로부터 5조(나토 집단방위 조항)와 같은 양자 안전보장, 그리고 유럽 동료들과 캐나다, 일본 등으로부터 안전 보장이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을 기회"라며 "이는 우리로선 이미 타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전보장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이어야 하고 미 의회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면서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군 당국자들이 독일에서 회동한 후 이에 관한 추가 보고를 받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발언은 나토의 집단방위 조항과 같은 서방의 강력한 안전보장과 나토 가입을 맞바꿀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우크라이나로서는 중대한 입장 변화다.
나토 가입을 러시아의 안보 위협에 대한 주요 안전판으로 여겨온 우크라이나는 2019년 헌법을 개정하면서 EU와 나토 가입을 전략적 목표로 규정하는 등 나토 회원국이 되려고 노력해 왔다. 러시아도 나토의 동진(東進)을 주요 안보위협으로 간주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을 비판해 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내비쳤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군사 규모를 축소해야 하고 우크라이나에 서방 파병은 절대 불가하다고 주장하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나토 5조식 집단방위에 동의할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의 유럽 안보 전문가 중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나토 가입 포기 발언이 종전협상 국면에서 큰 지렛대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싱크탱크 케이토연구소의 저스틴 로건 연구위원은 "이 제안은 상황을 전혀 바꾸지 못한다"며 "합리적으로 보이려는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플로리다대 앤드루 미크타 교수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이미 오래전부터 현실적인 선택지가 아니었다면서 현시점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맹 문제는 "쟁점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행정부 백악관에서 외교 정책을 담당했던 국제문제 전문가 브렛 브루언은 우크라이나의 양보를 "중요한 실질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발언이 "러시아가 의미 있는 양보를 거의 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중대한 양보를 할 의지가 있음을 젤렌스키가 대조적으로 부각한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자국민들에게 굳게 내건 약속(나토 가입)을 포기하는 대가로 젤렌스키가 얻는 것은 무엇이냐 하는 질문이 남는다"고 설명했다.
브루언은 또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상공을 순찰하거나 항공기 침입에 대응하겠다고 약속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트럼프가 약속하는 바에 대해 베팅해야 하지만, 한마디로는 부족하다"며 "우크라이나는 트럼프가 이러한 상황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도록 조치와 요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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