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헬스케어 서비스가 단순 돌봄을 넘어 과학적 데이터 기반의 정밀 관리로 진화하고 있다. 그간 물리치료 및 헬스케어 관련 학과 교육이 이론 습득에 치중해 실무 적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온 가운데, 대학과 스타트업이 손잡고 내놓은 새로운 교육 모델이 현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을지대학교와 AI 헬스케어 스타트업 비바랩스는 최근 경기도 대학혁신플랫폼(GUIP)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AI 기반 스마트 헬스케어 1:1 맞춤형 운동 전문가 교육 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과정은 단순한 산학협력을 넘어, 실제 복지 현장에서 AI 기기를 활용해 데이터를 추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운동 처방을 내리는 '실전형 커리큘럼'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존의 노인 운동 지도 교육은 해부학적 지식이나 질환별 이론 교육이 주를 이뤘다. 때문에 학생들은 현장에 나갔을 때 고령자의 복합적인 신체 상태를 즉각적으로 판단하거나, 어느 정도의 강도로 운동을 시켜야 할지 난감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칫 발생할 수 있는 부상에 대한 우려로 소극적인 지도에 그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을지대와 비바랩스는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기술을 도입했다. 교육에 활용된 비바랩스의 ‘이지태닉스’는 AI 기반 운동처방 기기다. 학생들은 이 기기를 통해 고령자의 근기능, 평형성, 유연성, 심폐지구력 등을 정량적 수치로 뽑아냈다. 기저질환 위험도까지 고려해 AI가 산출한 운동 강도와 동작 제안은 학생들에게 객관적인 가이드라인이 됐다.
현장 실습에 참여한 학생들은 "막연했던 어르신 케어에 명확한 기준이 생겼다"고 입을 모았다. 주관적인 판단이 아닌 데이터가 뒷받침되자 지도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고, 이는 곧 피교육자인 노인들의 신뢰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프로그램은 단계별 심화 학습으로 설계됐다. ▲AI 이론 및 고령층 특성 이해 ▲AI 기기 활용 실습 ▲은행종합사회복지관 현장 적용 등 3단계 과정을 거쳤다. 강의실에서 배운 내용을 기기로 연습하고, 최종적으로 지역 사회 노인들을 직접 만나 1:1로 적용해보는 구조다.
특히 은행종합사회복지관에서의 실습은 쌍방향적 성과를 냈다. 학생들은 강의실에서는 배울 수 없는 대인 케어 기술과 돌발 상황 대처 능력을 길렀고, 복지관 측은 이용자들의 건강 상태를 데이터로 확보하며 맞춤형 운동 개입의 근거를 마련했다. 지역사회 통합 돌봄(커뮤니티 케어)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대학과 기업, 복지기관이 연계된 이 모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육 성과는 수치로 증명됐다.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참여 학생의 95% 이상이 강의 콘텐츠와 현장 실습 등 전반적인 과정에 만족감을 표했다. 특히 "AI 데이터 덕분에 부상 위험 없이 자신 있게 지도할 수 있었다"는 피드백이 주를 이뤘다.
김명철 을지대학교 물리치료학과 교수는 "고령사회에서 요구하는 헬스케어 인재는 이론뿐만 아니라 현장 적응력을 갖춰야 한다"며 "이번 교육은 학생들이 최신 기술을 활용해 실무 역량을 체득했다는 점에서 의료 및 복지 현장에서의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바랩스 측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교육 모델 확장에 나선다. 회사 관계자는 "대학과 지자체, 복지기관 등 다양한 채널로 맞춤형 교육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AI 기반 시니어 건강관리 교육의 표준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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