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출처: 게티이미지
북중미 월드컵 A조는 멕시코라는 강력한 개최국, 23년 만에 돌아온 남아공, 그리고 유럽 플레이오프 티켓을 두고 덴마크와 체코가 문 앞에서 대기 중인 상황까지. 대한민국이 상대할 팀들을 미리 살펴봅니다.
멕시코 – 개최국의 힘
지난 7월 미국을 상대로 2025 골드컵 우승컵을 들어올린 멕시코는 이번 월드컵 3개 개최국 중 가장 전력이 안정적인 팀입니다.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 부임 후 멕시코는 이전보다 조직적으로 단단해졌고, 세대교체의 과도기에서 벗어나 신구의 균형이 맞춰진 모습입니다. 눈에 띄는 변화는 공격 라인의 완성도입니다. AC 밀란에서 주전으로 도약한 산티아고 히메네스(AC 밀란)는 북중미가 수십 년 만에 배출한 ‘정통 스트라이커’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박스 안 움직임과 마무리 감각은 유럽에서도 통하는 수준입니다. 히메네스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라울 히메네스(풀럼 FC)가 연계와 안정감을 보태고, 중원에서는 에드손 알바레스(페네르바흐체 SK)가 거친 압박과 폭넓은 활동량으로 흐름을 틀어쥡니다. 멕시코의 전술은 단순해 보이지만 굉장히 효율적입니다. 측면에서 속도를 올려 컷백으로 마무리하는 패턴은 북중미 지역에서는 오랫동안 정답이었고, 이번 월드컵에서도 유효합니다. 문제는 수비 라인입니다. 센터백의 뒷공간 대응 능력은 아기레 체제에서도 해결되지 않은 숙제입니다. 강한 압박으로 공을 빼앗는 장면은 많지만, 뺏기고 난 직후의 전환 속도는 여전히 느립니다. 한국처럼 빠른 공격수를 보유한 팀에게는 위험 요소가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멕시코는 홈 팬의 엄청난 에너지, 고지대 환경, 그리고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던 특유의 분위기를 등에 업고 조별리그에서는 강팀으로 군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남아공 – 예측 불가능한 팀
23년 만에 예선을 통과해 월드컵에 돌아온 남아공은 약체로 정의하기에는 거친 질감이 살아있는 팀입니다. 휴고 브로스 감독이 도입한 선 수비·후 역습 기조는 꽤 오랫동안 공들여 다듬어진 형태이고, 조직력은 생각보다 쉽게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건 공격 전개보다 수비의 구조입니다. 아프리카 팀답지 않게 라인 간 거리 유지가 우수하고, 압박이 어설프게 들어오는 경우가 적습니다. 꾸준히 같은 자원들이 A매치를 소화하며 경험치를 쌓은 것도 조직력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공격에서는 라일 포스터(번리 FC)가 핵심입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다져진 피지컬과 침투 능력은 분명 위협적입니다. 포스터 한 명이 만들어내는 깊이는 상대 수비를 끌어내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합니다. 중원에서는 테보호 모코에나가 중거리 슈팅으로 변수를 만들고, 골키퍼 론웬 윌리엄스는 수차례 팀을 살려온 정신적 지주입니다. 다만 이 팀은 경험 부족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습니다. 경기 흐름이 뒤틀리는 순간, 남아공은 정면을 유지하지 못하고 급격히 붕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선제골을 허용하면 수비가 내려앉은 상태에서 패스 라인이 살아나지 않아 공격이 단절되기 쉽습니다. 결국 남아공은 상대가 풀 수 있는 경기에서 위험해지는 팀이 아니라, 상대가 스스로 꼬이는 순간 기회를 노리는 팀입니다. 희생양 같은 이미지와 달리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지만, 국제 무대에서의 마무리와 순간 집중력이 미지수입니다.
체코 – 체력과 피지컬
체코는 이번 유럽 예선에서 전력보다 흔들리는 결과를 내며 감독 경질이라는 큰 변화를 맞았습니다. 야로슬라프 코스틀 대행 체제로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되면서 조직력은 불완전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체코 축구의 정체성인 피지컬·제공권·직선적인 공격 패턴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경기의 섬세함보다는 부딪히고 세트피스로 밀어붙이는 방식이 중심이라, 상대가 피로도가 높아지는 순간 체코의 축구는 더욱 효과적으로 작동합니다. 최전방의 파트리크 시크(바이어 04 레버쿠젠)는 부상에 시달리는 시기도 있었지만, 건강할 때는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타깃형 스트라이커입니다. 제공권은 물론이고 발밑도 단단합니다. 또 하나의 무기는 토마시 소우체크(웨스트햄 유나이티드 FC)입니다. 192cm 신장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체코의 가장 중요한 공격 루트입니다. 이 두 선수의 높이는 A조 어느 팀에서도 쉽게 대응하기 어려운 변수입니다. 다만 체코는 공을 소유한 상태에서 빌드업 구조가 크게 흔들립니다. 감독 교체로 전술적 가이드가 일관되지 않아, 공을 오래 소유하는 팀과의 경기에서는 허점이 크게 드러납니다. 그럼에도 체코를 쉬운 상대로 볼 수 없는 이유는 ‘강팀을 위협하는 스타일’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단하게 버티고, 상대가 실수하면 긴 패스 한 번에 골문까지 도달합니다. 큰 조직력으로 압도하지는 못하지만, 멕시코 고지대에서의 체력전에서는 오히려 체코의 투박한 축구가 상대에게 더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덴마크 – 유럽식 기본기가 완성된 팀
덴마크는 유럽 플레이오프를 통과할 경우 A조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팀입니다. 강점은 팀 전체를 관통하는 구조적인 완성도입니다. 강한 압박, 빠른 전환, 왕성한 활동량이라는 ‘유럽식 교과서 축구’를 가장 충실하게 구현하는 팀 중 하나입니다. 한국과 경기 스타일이 비슷하지만, 몸싸움과 세트피스에서 한 단계 위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라스무스 호일룬(SSC 나폴리)은 덴마크 전술의 종착점입니다. 스피드·피지컬·침투 타이밍 삼박자가 갖춰진 공격수로, 김민재와의 맞대결은 이번 조별리그 최고의 장면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중원에서는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올랭피크 드 마르세유)가 공간을 넓게 커버하며 상대 플레이메이커를 제한하는 역할을 맡고, 크리스티안 에릭센(VfL 볼프스부르크)은 여전히 킥 하나로 경기를 바꿀 수 있는 클래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덴마크의 축구가 까다로운 이유는 개인 기술보다도 팀 움직임이 유기적이라는 점입니다. 풀백이 전진하고, 2선이 하프스페이스를 침투하며, 중원은 압박과 전환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에릭센 중심의 창의성이 흔들릴 경우, 볼 전진 속도가 떨어지며 덴마크도 쉽게 답답해지는 팀입니다. 또한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에는 수비 뒷공간이 넓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플레이오프를 통과해 본선에 오른다면, 조별리그에서 가장 높은 난도를 선사하는 팀은 덴마크가 될 것입니다. 멕시코와 동시에 조 1·2위를 노릴 수 있는 전력을 갖춘 팀이며, 한국에겐 단판 승부의 감각을 가장 잘 시험하는 상대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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