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 관중을 넘기며 흥행을 이어간 2025 K리그. 하지만 순탄한 경기만 있던 건 아니었는데요. 2025년 K리그를 관통한 네 가지 장면을 돌아봅니다.
포옛 매직
300만 관중을 넘기며 흥행을 이어간 2025 'K리그' 4시즌 만에 우승을 되찾은 '전북현대'/ 인스타그램 @jeonbuk1994
지난 시즌 전북은 강등권에 몰리며, 과거의 영광을 잃은 듯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2025년, 전북은 새로운 팀으로 거듭났습닌다. 거스 포옛 감독 체제에서 한 단계 도약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전북은 4시즌 만에 리그 우승(통산 10번째)을 되찾습니다. 중요한 건 우승의 방식입니다. 한 가지 전술로 밀어붙이는 전북이 아니라, 상대와 국면에 따라 체형을 바꾸는 전북이었습니다. 승부가 갈리는 구간에서는 중원을 두텁게 눌러 실리를 챙기고, 흐름이 넘어오면 전방 압박으로 ‘전북의 시간’을 다시 깔아두는 식이었습니다. 왕조는 늘 외국인 선수에서 균열이 나는데, 2025년 전북은 그 ‘불확실성’을 최소화했습니다. 시즌 내내 전력이 흔들리지 않았고, 결국 코리아컵까지 들어 올리며 2관왕을 완성했죠. 리그를 일찍 잡아두고도 컵대회에서 로테이션이 작동했다는 건, 선수층이 두껍다는 뜻이 아니라 ‘시스템이 사람을 굴리는’ 단계로 돌아왔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다만 이 해피엔딩은 곧바로 뒷맛도 남깁니다. 시즌 종료 직후 포옛 감독이 전북과 결별하며, 2관왕의 엔딩이 작별로 마무리됐습니다.
수원의 겨울
수원 삼성의 2025년은 희망이 자꾸 생겼다가, 그 희망이 다시 곤두박칠쳤던 시즌입니다. K리그2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승격 경쟁의 기세를 만들고, 팬들은 또 한 번 ‘올해는 다르다’를 말했었죠. 그런데 승강 플레이오프에 들어서는 순간, 축구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곤 하죠. 상대는 K리그1 11위 제주(제주SK FC)였습니다. 수원이 K리그2에서 통했던 공격 루트는 제주의 조직적인 수비 앞에서 좁아졌고, 압박은 되레 역습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결말은 더 잔인했습니다. 1차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0-1, 2차전 제주 원정에서 0-2. 합계 0-3으로 승격은 좌절됐습니다. ‘한 골도 넣지 못한’ 두 경기였고, 그것이 팬들에게 남긴 감정은 패배보다 무력감에 가까웠습니다. 수원은 올해만 버티면 되는 수준이 아닙니다. 2부의 늪은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 레벨이 해결합니다. 전력의 폭, 경기 운영의 디테일, 결정적인 순간에 한 번 더 버티는 체력과 집중력. K리그1은 그 차이를 매 주말 증명하는 리그이고, 승강 플레이오프는 그 차이를 두 경기로 요약해 보여주는 시험지입니다. 2025년의 수원은 그 시험지에서 너무 많은 빈칸을 남겼습니다.
300만 관중 시대
2025년 K리그는 3년 연속 300만 관중이라는 문장을 다시 썼습니다. 300만이 중요한 이유는, 이제 사람들이 “한 번 가볼까?”가 아니라 “이번 주말엔 어디 갈까?”를 묻기 시작했다는 데 있습니다. K리그 관람이 이벤트가 아니라 습관이 된 것입니다. K리그1 평균 관중은 1만 명대를 유지했고, K리그2는 평균 4천 명대에 처음 올라섰다는 성과도 나옵니다. 1부만 잘되는 리그가 아니라, 하부리그까지 온도가 올라간 시즌이었다는 뜻입니다. 스타와 스토리의 힘도 분명했습니다. 특히 제시 린가드가 2025시즌을 끝으로 FC서울을 떠났는데요. 이와 함께 심판 판정에 대해 언급하며 K리그에 숙제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스타는 골만 넣는 존재가 아니라, 리그의 대화 주제를 만들어내는 존재라는 걸 린가드가 증명한 셈입니다. 라이벌전은 여전히 K리그의 심장이고, 이제는 라이벌전이 ‘티켓팅 스포츠’가 됐습니다. 예매창을 새로고침하며 좌석을 잡는 순간부터, K리그는 경기장 안팎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판정은 국회에서?
흥행이 커지면, 공정성의 체감도 더 예민해집니다. 2025년 K리그가 그랬습니다. 오심 논란은 반복됐고, 결국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타를 받는 장면까지 나옵니다. 국감에서는 오심이 지난해보다 늘었다는 지적과 함께, VAR이 있어도 왜 납득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이 정면으로 던져졌습니다. 그리고 2025년은 ‘판정 공개’가 구호가 아니라 제도로 움직이기 시작한 해이기도 합니다. K리그는 VAR 결과를 장내 마이크로 설명하는 방식(주심이 직접 안내)을 도입하는 흐름을 탔고, K리그2에서 시작해 K리그1 확대 가능성까지 언급됐습니다. 한편 시즌 중에는 오프사이드 판정과 관련해 ‘기술적 오류’ 논란이 불거졌고, 심판위원회가 오심을 인정한 사례도 나왔습니다. ‘VAR이 있는데도 틀릴 수 있다’는 현실이 확인되는 순간, 팬들의 신뢰는 빠르게 증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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