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황명열 기자] 대구 중구 봉산문화길에 위치한 SPACE129에서 정정림 작가 개인전 ‘Hold on… Let me rest.’가 오는 23일부터 27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숨을 고르는 찰나, 마음속에 찍히는 하나의 ‘쉼표’를 회화로 옮긴 작업들로 구성됐다.
입구 포스터에는 커다란 쉼표 기호와 전시 제목이 나란히 놓여 있다. 문장을 멈추게 하는 문장부호처럼 작가는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자 하는 감각을 중첩된 색과 질감의 화면으로 시각화한다. 은은한 펄과 파스텔톤의 빛이 화면을 채우며, 새벽 안개나 노을 진 하늘을 연상시키는 모호한 경계 속에서 관람객을 조용한 휴식의 공간으로 이끈다.
캔버스 위에서는 여러 번 칠하고 긁어내는 과정이 반복된다. 그 위로 잔잔한 긁힘과 균열, 작은 점들의 흔적이 겹겹이 쌓이며 시간의 층위를 형성한다. 연보라·민트·베이지·블루 등 부드러운 색감은 특정한 형상을 드러내기보다 기분과 공기의 온도를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이는 작가가 포착한 “버티고 있는 하루, 그 안에서 잠깐 쉬어가고 싶은 마음”을 시각적 촉감으로 풀어낸 결과다.
이번 전시는 정방형 50호 캔버스 10점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짙은 갈색과 흑색이 뒤엉킨 화면, 보랏빛과 청색이 번지는 화면, 청록의 물결이 흐르는 화면, 노란빛 속에 붉은 결이 퍼져 나가는 화면, 가벼운 선들이 춤추는 연분홍 화면 등 각 작품은 서로 다른 온도와 시간을 품은 하나의 정지된 순간처럼 놓인다. 관람객은 10개의 큰 화면 사이를 천천히 거닐며 어둡게 가라앉은 마음에서 밝게 떠오르는 마음까지, 감정의 스펙트럼을 따라 전시를 경험하게 된다.
메인 작업과 함께 4점의 연작 ‘무제’도 소개된다. 네 개의 화면은 서로 다른 색조를 지니면서도 유사한 질감과 호흡을 공유하며, 하나의 긴 숨을 네 번에 나누어 쉬는 듯한 리듬을 만들어낸다. 작은 회화들이 모여 전시 제목이 말하는 ‘Hold on… Let me rest.’를 보다 구체적인 체험으로 확장한다.
정정림 작가는 2025년 러시아 울란우데 시립역사박물관 전시를 비롯해 봉산문화회관 ‘세계 현대미술의 오늘’, LA 산페드로 로컬 갤러리 ‘한미사랑전’ 등 국내외 전시에서 꾸준히 작품을 선보여 왔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쉼과 휴식의 감각을 추상 회화로 풀어내며, 지친 일상에 정서적 안정과 작은 위로를 건넨다.
전시는 대구 SPACE129에서 전시 기간 중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되며, 무료다. 관람객은 공간 전체에 펼쳐진 화면들 사이를 거닐며 각자의 ‘쉼표’를 발견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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