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칼럼] 19세기 유럽에서 여성 화가가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① 베르트 모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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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 칼럼] 19세기 유럽에서 여성 화가가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① 베르트 모리조 

문화매거진 2025-12-15 09:38:45 신고

 

▲ Berthe Morisot
▲ Berthe Morisot


[문화매거진=강산 작가] 1841년 1월 14일, 베르트 모리조(Berthe Morisot 1841.1.14. ~ 1895.3.2.)가 태어났다.

그녀는 ‘온화한 인상주의 화가’로 불린다. 밝은 색채, 가벼운 붓질, 일상적인 장면. 그리고 어머니와 아이. 그녀의 작품에서는 젠틸레스키의 작품에서 보이는 어떤 사건은 보이지 않는다.

모리조는 파리의 상류 부르주아 가정에서 태어났다. 교육받은 집안의 딸이었지만, 그에게 허락된 삶의 경로는 분명했다. 당시 프랑스에서 여성은 집 밖 세계를 관찰할 수 있었지만, 그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는 없었다. 

거리와 카페는 남성 화가들의 영역이었다. 그가 접근할 수 있었던 공간은 거실, 창가, 정원, 발코니, 그리고 침실과 같은 일상 속 장소들뿐이었다. 모리조는 이 제한된 공간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대신 그 안을 집요하게 관찰하였다. 1872년에 그린 ‘요람’은 그런 그녀의 위치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 The Cradle
▲ The Cradle


하얀 천으로 덮인 요람 안에서 아이는 잠들어 있고, 그 옆에 앉은 여성은 고개를 기울여 아이를 내려다본다. 이 장면에는 극적인 사건도, 상징적인 몸짓도 없다. 그저 지켜보는 엄마로서의 시간이 있을 뿐이다. 

이 그림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가 아니라 아이를 바라보는 여성의 시선이다. 그녀는 관객을 의식하지 않는다. 아이를 보호하는 성스러운 어머니도, 이상화된 모성의 아이콘도 아니다. 그저 잠들어 있는 생명을 확인하듯, 조심스럽게 응시할 뿐이다. 여느 엄마들이 그렇듯 말이다. 모리조는 이 그림에서 어머니를 영웅으로 만들지 않는다. 대신 기다림, 반복, 침묵 같은 시간의 질감을 그린다.

이것은 모성의 찬가라기보다 여성에게 부여된 역할을 수행하는 순간의 기록에 가깝다. 작품 속 여성은 아이를 바라보지만, 동시에 그림 밖의 세계와는 단절되어 있다. 요람을 가린 얇은 천은 아이를 보호하는 동시에, 여성과 세계 사이에 놓인 투명한 경계처럼 보인다.

이 그림이 조용한 이유는, 모리조가 온순해서가 아니다. 그녀가 겪고 있던 세계가 여성으로써의 역할을 규정했기 때문이다. 베르트 모리조는 싸우는 대신 기록했다. 제도를 부수지 못했기에, 제도가 작동하는 순간을 작품들로 남겼다.

여성 화가로서의 생존 전략으로 볼 수 있겠다. ‘싸우고 저항하지 않고 여성이 화가로 활동하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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