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국가안보전략, ‘미국 우선’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제국 설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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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국가안보전략, ‘미국 우선’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제국 설계도

월간기후변화 2025-12-15 09:35:00 신고

▲ 트럼프는 냉전 이후 유지돼 온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관리자’라는 미국의 자기 이미지를 내려놓고, 보다 노골적인 힘의 계산표    

 

미국이 다시 한 번 세계 질서의 설계도를 갈아엎었다.

지난 12월 5일 공개된 트럼프 행정부의 2025 국가안보전략(NSS)은 분량으로 보면 33쪽에 불과하지만, 그 문장 사이에는 제국의 방향 전환이 빼곡히 새겨져 있다.

 

이 문서는 냉전 이후 유지돼 온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관리자’라는 미국의 자기 이미지를 내려놓고, 보다 노골적인 힘의 계산표를 펼쳐 보인다. 겉으로는 “미국 우선주의”라는 익숙한 구호를 내세우지만, 그 속살은 동맹과 세계를 재편하는 새로운 제국주의 선언에 가깝다.

 

국익의 재정의, 안보의 외주화


이번 NSS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국익’의 정의 방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익을 더 이상 가치나 규범의 언어로 설명하지 않는다. 국익은 비용 대비 효용의 문제이며, 안보는 공동체적 책무가 아니라 계산 가능한 지출 항목이 된다. 문서 곳곳에서 반복되는 표현은 ‘힘을 통한 평화’다.

 

그러나 이 힘은 미국 혼자의 부담이 아니다. 오히려 미국은 안보의 비용과 위험을 동맹국에 이전하는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하고 있다. 방위비 분담을 넘어, 군사적 행동과 자원의 직접 동원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안보의 외주화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대목이다.

▲ 시진핑과 트럼프의 관세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중국을 유일한 적으로 규정한 세계관


트럼프의 NSS에서 중국은 더 이상 경쟁자나 도전자가 아니다. 문서는 중국을 “유일하고 가장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한다. 과거 미국이 품었던 ‘중국의 경제적 개방이 체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가정은 명시적으로 폐기됐다. 대신 경제 재산업화와 군사적 억제를 결합한 전면적 봉쇄 전략이 제시된다. 이는 단순한 무역 갈등이나 기술 경쟁을 넘어, 장기적인 패권 유지 전쟁의 선언에 가깝다. 중국을 향한 시선은 냉정하고 단선적이다. 공존이나 관리의 언어는 사라지고, 차단과 억제의 논리만 남았다.

 

 

 

동맹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 동원 자원


이 변화는 동맹국에 대한 요구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NSS는 미군 단독으로는 제1도련선 방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한국과 일본을 구체적으로 지목한다. 동맹은 더 이상 보호의 대상이 아니다. 중국 봉쇄라는 목표를 위해 동원돼야 할 자원이다. 국방비 증액은 기본이고, 실제 군사적 행동과 역할 분담이 요구된다. 일본은 이에 발 빠르게 호응하며 ‘자주 국방’을 명분으로 방위비 증액과 제1도련선 방어의 전면 참여를 선언했다. 일본이 스스로를 미국의 극동 지역 대리인으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이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선택의 여지는 점점 좁아진다.

 

북한이 사라진 문서, 전략의 공백


눈에 띄는 또 하나의 특징은 북한의 부재다. 이번 NSS에는 ‘North Korea’나 ‘DPRK’라는 표현이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누락이 아니다. 미국의 안보 우선순위에서 한반도 문제가 밀려났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확대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문서가 말하는 현실은 분명하다. 미국의 시선은 오직 중국에 고정돼 있고, 북한은 그 거대한 전략 지도에서 주변부로 밀려나 있다. 이 공백은 한국에게 오히려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미국의 관심이 줄어든 자리를 한국이 감당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 트럼프, 이재명,시진핑 (사진=내외신문)    

 

이재명 정부 앞에 놓인 선택의 질문


이재명 정부는 이미 한미 정상회담과 SCM을 통해 ‘동맹 현대화’에 동의한 상태다. 그러나 이번 NSS는 그 동맹 현대화의 실체가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는 기술 협력이나 방위 체계 개선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대중국 패권 전략에 한국이 어느 수준까지 동원될 것인가의 문제다. 중국 견제와 안보 비용 전가가 명확해진 지금, 한국은 질문 앞에 서 있다. 동맹의 이름으로 어디까지 감내할 것인가. 전략적 자율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트럼프의 국가안보전략은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선택의 무게를 고스란히 동맹국의 어깨 위에 올려놓는다.

 

 이 문서는 단기적인 외교 이슈가 아니라 장기적인 구조 변화를 알리는 신호다.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관리자 역할을 자처하지 않는다.

 

대신 힘의 계산서를 들고 동맹을 재배치한다. 이 변화의 파도는 빠르지 않지만, 깊고 길다. 한국에게 필요한 것은 즉각적인 찬반이 아니라, 이 구조 변화 속에서 스스로의 위치를 재정의하는 긴 호흡의 전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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