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카드 등 기업계 카드사가 안정적인 영업이 장점인 주요 은행계 카드사(신한·KB·하나·우리)를 수익성·건전성면에서 앞지르는 흐름이 포착됐다.
그 배경은 포트폴리오 차이였다. 은행계 및 PEF(사모펀드)계는 수익 확보에 유리한 대출성 및 할부·리스 자산 성장에 주력한 반면 기업계는 본업인 신판자산 성장에 힘썼다.
대출성 자산에 주력하는 구조는 본업 수익이 쪼그라드는 현실을 타개하는 대안이었다. 특히 은행계 카드사들엔 유리한 전략이었으나 연체율을 높이는 게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수익성·건전성 기업계 카드사 앞서
나이스신용평가가 지난 1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지주 산하 카드사는 금융그룹과 연계 영업을 진행하는 만큼 오랜 기간 우수한 실적으로 앞서왔다. 하지만 기업계 카드사가 최근에는 수익성과 건전성 측면에서 은행계를 넘어선 모습이다.
수익성 측면을 보면 2017년 ROA(총자산순이익률)는 은행계가 2.4%, 기업계가 1.5%로 전자가 높았다. 이 간격은 점차 축소되더니 2019~2020년 차이가 미미했으며 2021년에는 기업계가 은행계를 앞질렀다. 올해 3분기까지만 봐도 기업계가 1.7%, 은행계가 1.2%다.
건전성 역시 기업계 카드사가 더 나은 흐름이다. 지난 2015년말 평균 연체율은 은행계가 1.9%, 기업계가 1.0%로 차이를 보이다 좁혀지더니 2020년 말 1.3%로 같아졌으며 코로나19 이후엔 은행계가 다시 높아졌다. 지난 9월 말 기준 은행계는 1.9%, 기업계는 1.1%다.
안정성 중시로 본업 신판 위주 비중 높인 기업계
차이는 포트폴리오에서 비롯됐다. 신용카드사는 경기에 크게 휘둘리지 않는 신용판매자산 확보가 핵심 경쟁력이었지만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대출성자산과 할부·리스 자산 비중을 늘리게 됐는데 이런 구조는 은행계에서 두드러졌다.
물론 은행계만 대출성 자산이 높은 건 아니었다. PEF계 카드사인 롯데카드는 해당 비중이 40.5%로 가장 높았으며 그 뒤를 우리(39.1%), 신한(35.2%), KB(33.1%)가 따랐다. 최근 5년간 대출성자산 비중 평균도 PEF계(45.7%), 은행계(40.7%), 기업계(31.4%) 순이다.
반면 기업계는 신판 위주 사업을 전개해왔다. 삼성은 금리 상승기 이후 연체율 상승을 우려해 대출성 자산을 2019년 말 34.6%에서 지난 9월 말 기준 29.0%까지로 줄였다. 현대는 2022년부터 다시 늘리고 있지만 32.2%로 같은 기간 업권 평균(34.0%)보다 낮았다.
대출성자산은 이자수익이 크지만 연체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신판자산은 가맹점 대금결제에서 발생하는 본업 채권으로 연체 가능성이 낮다. 건전성을 고려하면 신판자산 비중이 더 높은 게 안전한 포트폴리오란 얘기다.
ROA도 기업계 카드사 높은 흐름
기업계 카드사는 본업인 신판자산 성장에 주력해 안정성을 다진 반면 은행계와 PEF계는 대출성자산 성장에 주력해 수익성을 챙겼지만 결국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건 기업계였다. 높은 성장성으로 연체율을 낮추는 대신 안정성 위주 성장으로 ROA를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용카드자산 성장률을 살펴보면 2018년 대비 기업계는 63.1%로 업권 평균(57.2%)을 상회하며 PEF계는 72.3%, 은행계는 36.3%였다. 연체율은 2021년까지 세 그룹 모두 1.0~1.1%였으나 2022년 하반기 이후 경기 둔화와 금리 상승이 맞물려 특히 PEF계와 은행계가 상승했다.
반면 기업계는 양적 성장과 리스크 관리를 병행한 결과 불리한 사업환경에서도 연체율이 일정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 특히 ROA는 2022년 이후 이자·대손비용 확대로 업권 총 당기순이익이 감소하는 환경에서도 은행계는 1.7%에서 1.2%로 하락한 반면 기업계는 신용카드자산이 가파르게 성장함에도 ROA를 1.6~1.8% 수준으로 관리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대출성 자산의 평균 연체율이 신판자산보다 높은데 기업계 대비 은행계 카드사는 대출성 자산을 확대하기도 했지만 연체율 지표 관리를 조금 소홀히 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라며 “건전성보단 수익성에 집중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경기가 좋을 때는 연체율에 부담이 없었는데 2023년 이후 경기 둔화로 연체율이 많이 올라가게 돼서 건전성을 안정성 위주로 관리해 오던 기업계는 그대로 잘 유지했으나 은행계는 급격히 올라간 흐름이라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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