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단고기를 가짜로 규정하는 역사학자들은 과연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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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단고기를 가짜로 규정하는 역사학자들은 과연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월간기후변화 2025-12-15 09:04:00 신고

환단고기를 둘러싼 논쟁은 단순히 한 권의 책이 진짜냐 가짜냐를 두고 벌어지는 싸움이 아니다. “주류 역사학자들은 왜 환단고기를 가짜라고 단정하는가”라는 질문은, 사실 그보다 훨씬 근본적인 문제를 향하고 있다. 역사란 무엇이며, 무엇이 연구의 대상이 되고 무엇이 배제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환단고기를 가짜라고 규정하는 역사학자들의 판단은 신념이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학문이 작동하는 기준에 관한 문제라는 점에서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 환단고기가 僞書아님을 입증하는 史料고찰 9 | 옛역사알리고    

 

환단고기는 분명 ‘책’이다. 활자로 인쇄돼 있고, 이야기와 서술을 갖추고 있으며, 스스로를 고대사의 기록이라고 주장한다. 이 지점에서 많은 이들이 묻는다. “문헌인데 왜 연구하지 않는가.” 그러나 역사학에서 문헌으로 존재한다는 사실과, 사료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역사학자들이 문제 삼는 것은 환단고기의 내용이 웅장하다거나 민족적 자긍심을 자극한다는 점이 아니라, 그 책이 언제, 누가, 어떤 경로로 만들어졌는지를 검증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역사학은 사료를 다룰 때 두 단계의 검증을 거친다. 하나는 외적 검증이다. 해당 문헌의 성립 시기, 저자, 전승 과정, 물적 근거를 따지는 단계다. 다른 하나는 내적 검증으로, 문헌 안의 내용과 표현을 분석해 신뢰도를 따지는 과정이다. 환단고기는 이 가운데 첫 단계인 외적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것이 학계의 일관된 판단이다. 언제 누가 썼는지에 대한 객관적 근거가 없고, 전승 경로 또한 확인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환단고기를 내적 검증의 대상으로 올려놓는 것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위서’라는 개념이다. 흔히 위서라고 하면 “거짓말로 가득 찬 책”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학문적 의미의 위서는 그보다 훨씬 건조하다. 위서란 내용의 감동이나 규모와 무관하게, 사료로서 신뢰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문헌을 뜻한다. 환단고기가 배제되는 이유는 황당해서가 아니라, 사료로 삼을 수 있는 최소한의 검증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단고기 논쟁이 반복되는 이유는, 이 문제가 학문 내부의 논쟁을 넘어 정체성과 감정의 영역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역사학자들이 식민사관에 사로잡혀 고대사를 축소한다고 주장하고, 환단고기를 배제하는 행위를 민족 부정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주류 역사학자들이 환단고기를 연구하지 않는 이유는 고대사를 부정해서가 아니라, 검증되지 않은 텍스트를 연구 대상으로 삼는 순간 학문 전체의 기준이 무너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역사학자들이 환단고기를 가짜라고 규정하는 태도를 두고 “닫혀 있다”, “권위적이다”라고 비판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하지만 학문은 모든 이야기에 문을 열어두는 것이 아니라, 같은 규칙을 적용할 수 있는 대상에 대해 문을 연다. 규칙을 공유하지 않는 주장과의 타협은 포용이 아니라 기준의 붕괴로 이어진다는 것이 학계의 우려다.

 

이 지점에서 환단고기 논쟁은 학설의 차이나 시각의 다양성 문제로 보기 어렵다. 이는 “다른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출발선”의 문제다. 검증 가능한 사료를 바탕으로 논쟁하는 영역과, 신념을 전제로 텍스트를 받아들이는 영역은 같은 토론장에 설 수 없다. 역사학자들이 환단고기를 연구 대상으로 삼지 않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질문은 이렇게 바뀐다. 환단고기를 가짜로 규정하는 역사학자들은 과연 무엇을 부정하고 있는가. 그들이 부정하는 것은 민족의 역사도, 고대사의 가능성도 아니다. 그들이 지키려는 것은 역사학이 역사학으로 남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다. 이 기준을 허무는 순간, 역사와 신화, 연구와 신념의 경계는 사라지고, 그 자리는 끝없는 주장만 남게 된다.

 

환단고기 논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 논쟁이 더 이상 ‘진짜냐 가짜냐’의 감정적 대립으로 소비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우리가 어떤 기준으로 과거를 이해하고, 어떤 규칙 아래에서 역사를 말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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