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 지난 2023년 11월 KB금융그룹은 양종희 전 부회장을 새로운 수장으로 맞이했다. 장기간 그룹을 이끌어 온 윤종규 전 회장이 그룹의 미래와 변화를 위해 명퇴를 결정함에 따라, 10년 만에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이다. 양 회장 취임 당시 KB금융은 신한금융과 리딩금융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디지털·글로벌·내부통제 등의 경영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었다. 양 회장은 취임 후 △사회와 끊임없이 상생(相生)하는 경영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는 경영 △직원에게 ‘자긍심과 꿈’을 주는 경영 △주주의 ‘지지와 응원에 보답’할 수 있는 경영 등, 네 가지 경영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한스경제> 는 양 회장의 지난 임기 2년을 되짚어보았다. <편집자 주>편집자> 한스경제>
양종희 KB금융그룹회장이 취임 당시 당면한 여러 과제 중 하나인 글로벌 경쟁력 제고는 이제 필수 경영과제로 꼽히고 있다. KB금융은 국내에서는 리딩금융·뱅크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부문에서는 경쟁사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그룹의 주력인 은행의 경우 4대 시중은행 가운데 해외법인 실적이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으며, 미래의 지속성장을 위한 필수 거점으로 낙점한 인도네시아 법인의 경우 경영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에 양종희 회장은 최종 후보로 낙점된 뒤, KB뱅크 인도네시아(구 KB부코핀은행)의 경영 정상화를 주요 경영 과제로 꼽았다. 그는 "부코핀은행은 조금 아쉬운 점은 있지만 전반적인 지배구조와 방향성, 비용절감 측면에서 틀을 잡고 있다"면서, "영업력 강화와 IT시스템 구축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빠른 시일 내에 부끄럽지 않은 은행이 되도록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올해 3분기 해외법인 당기순이익은 1171억3700만원으로 지난해 3분기의 788억400만원 순손실에서 올해는 흑자로 전환했다.
이는 5개 해외법인 모두 1년 전과 비교해 개선된 실적을 보인 결과다. 먼저 KB마이크로파이낸스 미얀마법인(KB Microfinance Myanmar Co., Ltd.)은 지난해 3분기 20억1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3분기에는 7억2300만원 흑자로 돌아섰다. 또한 KB미얀마은행(KB BANK MYANMAR LTD)의 당기순이익은 49억3400만원으로 1년 전(49억1600만원)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캄보디아법인인 'KB PRASAC BANK PLC.'은 3분기 당기순이익이 1464억9400만원으로 1년 전(875억1100만원)과 비교해 67.4%나 증가했다. 중국법인(Kookmin Bank (China) Ltd.)의 경우는 당기순이기익은 180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동기(168억9500만원)에 비해 6.8%나 늘었다.
특히 KB금융그룹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리던 KB뱅크 인도네시아는 올해 적자폭이 절반 이상 감소했다. 올해 순손실 규모는 지난해 3분기의 1861억1600만원에서 올해 3분기는 530억6400만원으로 줄었다.
KB뱅크 인도네시아는 현지 회계 기준으론 올해 내내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분기 3520억루피아 흑자를 시작으로 상반기 3730억루피아 그리고 3분기에는 2650억루피아를 기록했다.
이는 인도네시아 현지와 국내의 실적 차이는 회계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국내에선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회계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 특히 충당금 환입의 경우 인도네시아와 비교해 국내가 훨씬 보수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모든 해외법인이 개선된 실적을 보이며 매년·매분기 최하위였던 해외법인 실적이 최근 두 개 분기 연속으로 2위를 기록했다. 올해 3분기 은행별 당기순이익 규모를 살펴보면, 신한은행이 4615억7900만원으로 가장 큰 순익을 창출했으며 이어△KB국민은행(1171억3700만원) △하나은행(891억1300만원) △우리은행(686억19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인도네시아법인은 KB국민은행을 넘어 KB금융그룹이 미래 지속성장을 위해 반드시 육성해야 할 필수 거점으로 낙점한 곳이다. KB금융그룹은 은행·손해보험·카드·캐피탈을 비롯해 그룹의 글로벌 전략 차원에서 인도네시아를 세컨드 마더 마켓(Second Mother Market)으로 낙점하고 2018년 현지 시장에 진출해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18년 지분투자를 통해 부코핀은행 인수를 추진했다. 이후 유상증자를 통해 2018년 7월에는 부코핀은행의 지분 22%를 취득해 2대 주주가 됐으며 △2020년 7월 33.9% △2020년 9월 67% △2023년 5월 66.88%의 지분을 확보하며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 경영권을 확보했다.
KB국민은행은 경영권 인수 이후 신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2030년까지 3단계(△단기적으로 우량 자산 집중 확대를 통한 성장 기반 재건 △안정적 우량 자산 성장과 동시에 소매(Retail)·중소기업(SME) 선별적 확장 △ 비즈니스 전 부분 안정적 성장을 통한 ‘유니버설 은행’ 도약)로 나누어 'KB뱅크 미래성장 마스터 플랜'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우량대출 증대와 부실자산 감축을 통한 수익 창출 회복·채널 및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성 및 효율성 지표가 개선되며 경영정상화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에 2021년 말 65%에 육박하던 부실여신(LaR)의 비율은 2024년 말에는 23% 수준으로 하락했다. 반면 정상여신 규모는 2021년 19조4000억루피아에서 2024년에는 32조루피아 수준으로 증가하며 여신자산 포트폴리오를 우량으로 바꾸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KB뱅크는 대규모 인력·구조조정과 경영권 인수 전 체결됐던 불합리한 계약 관계를 정리해 고물가 상황에도 판관비가 경영권 인수 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축했으며 우량자산 확대와 함께 최근 대손충당금 전 영업이익(PPOP)이 흑자 전환의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지난해는 우량 신규 대출 증대와 부실자산 감축을 통한 수익 창출력 개선, 채널·인력 효율화와 같은 전반적인 재무실적 증가를 통해 경영 정상화를 위한 기반을 다지는 한 해였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기업금융 전문역량을 가진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해 차세대 전산 시스템(NGBS) 오픈 및 영업력 강화에 나서고 과거 부실은행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리브랜댕 차원에서 법인명을 변경하기도 했다.
지난 5월에 선임된 쿠나르디 다르마 리에 은행장은 20년 이상의 글로벌 금융 경력을 보유한 전문가다. 그는 도이치 은행·씨티은행·DBS은행 등에서 근무하며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탁월한 리더십을 쌓온 인물이다. 그는 △사업 안정화 및 지속 가능한 수익기반 구축 △비용 및 리스크 관리 강화 △거버넌스 및 내부 통제 체계 고도화 △정부 및 투자자와의 관계 강화와 브랜드 신뢰 제고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함께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통해 디지털 거래 편의성을 인도네시아 대형은행 수준으로 향상시킬 예정이며 농업·전기차와 같은 특화 분야에 대한 맞춤형 금융지원을 통해 대형은행과 차별화된 시장을 확보할 방침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양 회장은 취임 이후 재무실적이나 디지털, ESG 경영 못지 않게 인도네시아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쏟고 있다"며, "KB뱅크 인도네시아는 2027년 이후부터 사업 전 부문 안정적 성장과 동시에 수익성을 감안한 신사업 추진을 확대할 예정으로, 디지털 기반 리테일 및 소상공인(SME) 사업 확대를 통한 ‘중형 유니버설 은행’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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