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웅 칼럼]관세갈등에 포위된 G2, '인플레' 미국과 '디플레' 중국의 모순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이용웅 칼럼]관세갈등에 포위된 G2, '인플레' 미국과 '디플레' 중국의 모순

비즈니스플러스 2025-12-15 08:26:54 신고

3줄요약
이용웅 주필
이용웅 주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올해의 인물로 인공지능(AI) 분야의 선구자들을 선정했다.

타임은 지난 11일(현지시간) 'AI의 설계자들'(The Architects of AI)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는데, 샘 제이콥스 타임 편집장은 "올해 AI를 구상하고 설계하고 구축한 사람들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타임이 공개한 올해의 인물 특집호 표지에는 1932년작 사진 '마천루 위의 점심'(Lunch atop a Skyscraper)을 오마주한 그림이 등장한다. 왼쪽부터 마크 저커버그(메타), 리사 수(AMD), 일론 머스크(테슬라), 젠슨 황(엔비디아), 샘 올트먼(오픈AI), 데미스 허사비스(구글 딥마인드), 다리오 아모데이(앤트로픽), 페이페이 리(월드랩스) CEO(최고경영자)가 나란히 앉아 있다. 이들의 모습은 외줄타기 위 곡예사처럼 위태롭고 긴장감 넘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한때 주춤했던 미국 주식시장은 다시 사상 최고치를 향해 달려왔고, 그 중심에는 표지에 등장한 AI 산업의 주역들이 있다. 그러나 AI 산업은 여전히 거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기에 더해 물가 상승 압력이 갈수록 강해지면서, 트럼프 진영은 최근 연이어 의미 있는 선거에서 패배하는 등 정치적 불안정성도 고조되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마이애미 시장 선거에서는 민주당의 아일린 히긴스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지지한 공화당의 에밀리오 곤살레스 후보를 19%포인트 차이로 크게 이겼다. 마이애미는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으로, 민주당 출신 시장이 등장한 것은 약 30년 만이다.

같은 날 실시된 조지아주 하원 보궐선거(121선거구)에서도 민주당의 에릭 기슬러 후보가 승리했다. 해당 지역구는 불과 1년 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12%포인트 차로 여유 있게 이겼던 곳이다. 1년 만에, 그것도 두 자릿수 격차로 뒤집힌 결과는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의 인물'로 'AI의 설계자들'을 선정했다. 사진은 '올해의 인물' 선정 소식을 다룬 타임 최신호 표지.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의 인물'로 'AI의 설계자들'을 선정했다. 사진은 '올해의 인물' 선정 소식을 다룬 타임 최신호 표지.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같은 선거 결과의 배경에는 무엇보다 물가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가 지난 4~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운용을 지지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31%에 그쳤다. 이는 지난 3월 조사 당시 40%에서 크게 하락한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대적으로 도입한 관세 정책이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타임지 표지 속 '마천루 위의 점심'에 AI 주역들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 역시 함께 앉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평가까지 나온다.

◇관세전쟁 여파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트럼프 행정부의 고민 깊어져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7일(현지시간) CNBC 인터뷰에서 올해 미국의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3%로 전망하면서도, 현재 미국 경제를 압박하는 인플레이션의 책임은 고강도 관세 정책이 아니라 조 바이든 전 행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9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해 2024년 3월(2.9%)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베선트 장관은 "수입품 물가 상승률은 1.8%로 PCE 물가보다 낮다"며 "인플레이션의 주된 원인은 서비스 부문이며, 이는 관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민주당이 에너지 분야에 과도한 규제를 가해 '희소성'을 만들었고, 이것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고 전 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실제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0% 상승했는데, 관세 영향과 함께 에너지 가격 상승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미 의회 합동경제위원회(JEC) 민주당 의원들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공격적인 관세 정책으로 인해 미국 가구당 평균 약 1200달러(약 176만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민간 연구기관들은 이 부담이 연간 1700~24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한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반영된 보고서라는 점에서 해석에는 주의가 필요하지만,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의류·신발·자동차 가격이 관세 여파로 크게 오른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실제로 의류와 신발 가격은 전년 대비 20~30% 급등했고, 자동차 가격도 13%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계의 실질 구매력 하락을 의미하며, 관세라는 정책적 요인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현 트럼프 행정부의 물가 상승률은 바이든 시절을 바짝 뒤쫓고 있다.

미국인들이 현지에서 구매하는 상품·서비스의 가격 수준을 보여주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변동률 추이(전년대비 %) /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미국인들이 현지에서 구매하는 상품·서비스의 가격 수준을 보여주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변동률 추이(전년대비 %) /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AI 거품 논란에 대해 지금은 어느 누구도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만약 부정적인 방향으로 현실화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레임덕이 예상보다 빨리 시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재무부에서 발표하는 '자본 흐름 데이터'(Treasury International Capital, TIC Data)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순매수 규모가 6468억달러에 달한다. 만약 미국 내에서 AI 거품론이 확산된다면 이들 외국인 자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일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인플레이션에 주가마저 빠진다면 정권에는 큰 위협이다. 

이같은 위험을 알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초지일관 금리인하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이와 관련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0일(현지시간) 금리결정 회의체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3.50∼3.75%로 결정했지만 향후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앞으로 금리인하를 멈출지, 아니면 추가 인하할지가 논의의 쟁점"이라며 연준이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 중국은 관세 긴장과 내수 부진 속 디플레이션 압력 확대

중국 정부는 2025년 성장률 목표를 약 5%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지난 10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0월 발표한 수준보다 0.2%포인트 높은 5%로 상향하면서도 내수 부진과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압력 등 불균형 문제는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중국경제의 1~3분기 누적 성장률은 미국과의 관세전쟁으로 수출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도 약 5.2%로 정부 목표에 부합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프라·국영기업 주도 성장 의존도가 높고 민간 소비·투자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지난 1일 민간 조사 업체인 루이팅거우가 집계한 11월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9를 기록해 올 7월(49.5) 이후 4개월 만에 50 이하로 다시 떨어졌다. PMI는 기준선인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50 이하면 경기가 위축된 상태를 의미한다. 11월 수치는 전망치인 50.5에도 미치지 못했다. 루이팅거우가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과 공동으로 조사하는 루이팅거우 제조업 PMI는 중국 수출·중소기업의 경기 동향을 나타내는 지표로 평가된다. 

건설업과 서비스업으로 구성되는 비제조업 PMI도 11월 49.5로 50 이하를 나타내며 부진했다. 중국의 비제조업 PMI가 기준치 5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2년 12월 이후 3년 만이다.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 변동률 추이(전년대비 %) /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 변동률 추이(전년대비 %) /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지난 11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7%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2.2% 내려가며 시장 전망치(-2.0%)보다 큰 폭의 낙폭을 기록했다. 중국경제는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미국과는 달리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PPI가 떨어진다는 것은 중국의 고질적인 과잉 생산 문제를 다시 한번 증명해주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 침체는 바로 지방정부 재정을 압박하고 있는데 지난 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올해 중국 지방채 발행액은 11월 말 기준 10조 위안(약 2077조 원)을 넘어섰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해 전체(9조7000억 위안) 규모를 웃도는 사상 최대치이다. 

◇고환율도 서학개미 탓만은 아니야…미중 사이에서 최적의 대응전략 찾아야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한 성장이 정치적 부담으로 전이되고 있고, 중국은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성장이 구조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미국의 끈적한 인플레이션과 중국의 구조적 디플레이션은 단순한 경기 순환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관세전쟁 이후 글로벌 경제 질서가 비대칭 상태로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환경에서 한국 경제가 처한 구조적 딜레마는 환율 흐름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미국의 금리인하 이후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원화 가치는 오히려 더 큰 폭으로 하락하는 역설적인 흐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금리 차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자본이 한국을 상대적 '안전자산'이나 '대체 투자처'로 인식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금리인하는 달러의 절대 가치를 낮추지만, 중국 수요 둔화와 미·중 갈등의 교차점에 놓인 한국 경제에 대한 위험 인식은 여전히 높다. 그 결과 달러는 약해져도 원화는 강해지지 않는, 구조적 약세 국면이 형성되고 있다.

흔히 서학개미와 국민연금 등의 미국 주식투자만이 환율 상승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대만 달러가 한국 원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배경에는 산업 구조의 차이가 있다. 대만 투자자들 역시 미국 주식과 채권에 상당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지만, 동시에 글로벌 자본은 TSMC라는 단일하면서도 압도적인 핵심 자산을 보유하기 위해 대만 시장으로 유입된다.

원·달러(달러당 원, 파랑 오른쪽), 대만달러·달러(달러당 대만달러, 빨강 왼쪽) 환율 추이 /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원·달러(달러당 원, 파랑 오른쪽), 대만달러·달러(달러당 대만달러, 빨강 왼쪽) 환율 추이 /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TSMC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병목이자 필수 인프라로, 미국과 유럽의 연기금, ETF(상장지수펀드) 등이 구조적으로 편입할 수밖에 없는 자산이다. 이로 인해 대만은 자본 유출입이 완충되는 구조를 갖고 있으며, 이는 환율 안정성으로 이어진다. 반면 한국은 해외 투자 규모에 비해 글로벌 자본이 반드시 보유해야 할 단일 핵심 자산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환율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에 놓여 있다. 

'TSMC처럼 단일·압도적 수준의 글로벌 앵커 자산'을 보다 많이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미중 패권 싸움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도 한국의 위상을 지켜낼 수 있다. 이처럼 불확실성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방향성 없는 낙관이 아니라, 이 구조적 균열을 전제로 한 냉정한 정책 조율과 산업 전략 구축임은 분명해지고 있다. 

이용웅 주필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Copyright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