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셀세라퓨틱스는 중국 블루메이지와의 티(T)·자연살상(NK)세포 배지 독점 공급 계약에 이어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바이오 유통사 이지랩과 주력 배지 브랜드 셀커(CellCor)의 총판 계약을 체결했다.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산업 성장세와 함께 배지가 바이오 핵심 소재로 부상한 가운데 중국·중동에서의 판로가 실제 해외 매출로 언제 연결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일본 미쯔비시그룹 계열사 펩티그로스와도 공급 계약을 맺어 매출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해외 매출 증가 시점은 내년 하반기에 시작될 것으로 관측된다. 엑셀세라퓨틱스는 약 4조원대로 추산되는 중국 세포치료제 시장에서 1% 수준의 원료 매출만 확보해도 연간 수백억원대 매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엑셀세라퓨틱스는 일본에서도 지난 10월 바이오재팬을 통해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일본 파트너는 미쯔비시그룹 계열사인 펩티그로스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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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엑셀세라퓨틱스, 일본-중국 이어 중동으로 가는 이유는
엑셀세라퓨틱스의 해외 전략에서 ‘일본-중국-중동’ 순서 선택은 CGT 수요와 시장 구조를 고려한 결과로 분석된다. 우선 중국은 세포치료제 시장 규모가 약 4조원대로 추산되는 초대형 시장으로 알려졌다. 엑셀세라퓨틱스는 중국 세포치료제 시장에서 원료(배지) 기준으로 1% 수준의 매출을 내는 것이 목표라는 중장기 청사진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엑셀세라퓨틱스는 지난해 세계 최대 히알루론산(Hyaluronic Acid) 원료 공급기업인 중국 블루메이지와 T세포·NK세포 배지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블루메이지는 중국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시가총액 약 6조원 규모의 기업으로, 기존 HA(히알루론산) 사업 외에 배지 사업을 제2의 미래 전략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엑셀세라퓨틱스의 3세대 화학조성배지 기술력과 블루메이지의 중국 내 영업망이 맞물리면서 중국 CGT 원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엑셀세라퓨틱스 관계자는 “블루메이지를 중심으로 T세포·NK세포 배지에 대한 초도 공급 계약 성사에 집중하고 있다”며 “여러 중국 기업과 MSC 배지 공급 논의도 병행하고 있어 구체적인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파트너 역시 3세대 배지에 대한 관심을 높이며 배지 사업을 장기 전략 사업으로 가져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는 미쯔비시 계열사인 바이오소재 기업 펩티그로스와 합성 펩타이드 기반 성장인자의 국내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엑셀세라퓨틱스는 바이오 재팬에 처음으로 단독 부스를 마련해 다수의 글로벌 기업과 미팅을 진행했다. 행사 첫날에만 약 100명이 부스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엑셀세라퓨틱스 관계자는 “사전에 잡은 미팅 건수만 15~20건이고 이 중 빅파마 비중은 3분의 1 수준이었다”며 “제약사들의 임상 시료를 생산하는 위탁생산(CMO) 업체와도 미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엑셀세라퓨틱스는 중동 시장에서 아랍에미리트(UAE)를 허브로 삼는 전략을 세웠다. 엑셀세라퓨틱스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간) UAE 두바이 소재 바이오텍 유통사 이지랩(EASY LAB SCIENTIFIC & LABORATORY EQUIPMENT TRADING L.L.C)과 화학조성배지 제품 셀커의 UAE 총판 계약을 체결했다.
이지랩은 세포 배양·분석·진단용 바이오 시약·소모품·장비를 전문으로 유통하는 기업으로 써모피셔(Thermo Fisher Scientific), 센츄리온(Centurion Scientific) 등 글로벌 브랜드의 공식 파트너사로 전해진다. 이지랩은 줄기세포 연구 병원, 클리닉, 개발사 등 폭넓은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어 엑셀세라퓨틱스의 MSC 배지 공급에도 유리한 영업 기반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엑셀세라퓨틱스 관계자는 “UAE는 중동에서 세포유전자치료 산업의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당사에 큰 성장 기회”라며 “이지랩과의 협업을 통해 성장 단계에 진입한 UAE CGT 배지 시장을 선점하고 중동 전역에서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UAE는 정부 주도의 첨단 의료기술 투자와 정밀의료 육성 전략을 바탕으로 CGT 연구개발과 해외 기업 유치가 활발한 국가로 알려졌다. 관련 시장 조사에 따르면 UAE CGT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15%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15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세포배양배지 등 핵심 원료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엑셀세라퓨틱스는 이번 계약으로 UAE에 첫 공식 공급 거점을 확보했다. 엑셀세라퓨틱스는 UAE 진출을 발판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인접 중동 국가로 배지 공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이지랩 역시 3세대 배지 사업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고 엑셀세라퓨틱스 제품을 기반으로 CGT 관련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전략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의 블루메이지와 UAE의 이지랩 모두 기존 사업에서 이미 상당한 고객 기반과 공급망을 확보한 기업들로 전해진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3세대 화학조성배지를 차세대 전략 사업으로 점찍고 엑셀세라퓨틱스와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회사의 해외 진출은 단순한 샘플 공급을 넘어 중·장기 파트너십 구조를 지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 향후 해외 매출 전망은
이처럼 중국·중동에서 연이어 사업 기반을 넓히고 있지만 아직까지 엑셀세라퓨틱스의 재무 성과는 잠재력 대비 아쉽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엑셀세라퓨틱스의 지난해 매출은 19억원으로 전년(11억원) 대비 72.1%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해 영업손실은 93억원에 달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엑셀세라퓨틱스는 공격적인 투자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병행하고 있다. 엑셀세라퓨틱스는 지난달 14일 15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한 데 이어 이달 10일 최종 발행가액을 주당 1496원으로 확정했다. 모집총액은 95억원으로 △연구개발비 32억원 △인건비 35억원 △국내외 사업화 자금 16억원 △ 시설자금 11억원 등으로 2027년까지 순차 투입될 예정이다.
엑셀세라퓨틱스 관계자는 “국내외 사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바이오 소부장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연이은 성과를 내며 글로벌 공략과 신성장 동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최초 화학조성배지 상용화 기업으로서 CGT 산업 성장과 함께 장기 수익이 보장되는 락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며 "K-뷰티·엑소좀 등 신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성도 뚜렷한 만큼 유상증자 마무리 후 손익분기점 도달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매출 관점에서 보면 중국·중동 파트너십이 본격적인 실적 턴어라운드의 1차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에서는 블루메이지를 매개로 T·NK세포 배지의 초도 공급 계약을 성사시키는 한편 여러 현지 기업과 MSC 배지 공급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약 4조원대로 추산되는 중국 세포치료제 시장에서 1% 수준의 원료 매출만 확보해도 연간 수백억원대 매출이 가능하다는 게 엑셀세라퓨틱스의 계산이다.
중동에서는 UAE CGT 시장이 개화 초기 단계라는 점을 고려할 때, 당장 단기간에 큰 매출이 발생하기보다는 중장기 레퍼런스를 쌓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다만 UAE가 중동 내 CGT 허브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이지랩을 통해 확보한 병원·클리닉·개발사 네트워크가 향후 사우디 등 인접 국가로 확장될 경우 배지 판매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도 공존한다고 바이오업계는 보고 있다.
엑셀세라퓨틱스의 비(非)배지 사업 역시 해외 매출에 간접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분석된다. BD 유세포분석기, 엑소좀 분리장비 엑소더스, 레이저 기반 유전자 주입 장비 등 공정 장비 라인업은 고객사와의 접점을 넓혀주는 수단이자 배지 공급으로 이어지는 ‘문 열기’ 역할을 한다.
엑셀세라퓨틱스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부터 집중해 온 CGT 토탈 솔루션 프로바이더 모델이 시장 초기 진입 기간을 마쳤다"며 "4분기부터 상품 매출 증가를 통해 외형 성장세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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