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쿠분지 지역, 혈액검사·지하수 조사로 ‘PFAS 초점 지역’ 부상
NHK ‘전국 맵’의 빨간 표시와 타마시 해명, 주민들 사이 혼란 키워
“어떤 정보를 믿어야 하나” 타마시 주민 S씨, 생활 속 대비책 고민
[포인트경제] 도쿄도 곳곳의 지하수에서 발암성이 지적되는 화학물질 PFAS가 기준을 웃도는 농도로 검출되면서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도쿄도 환경국이 지난 6월 말 발표한 2022년도 지하수 조사 결과를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규제안에 대입해 분석하면, 섬 지역을 제외한 도내 53개 자치단체 가운데 38곳에서 적어도 한 번 이상 기준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고농도 지역은 미군 요코타(横田) 기지 동쪽 주변에 집중돼, 기지 내부에 대한 조사 요구도 커지고 있다.
‘안전한 수돗물’에 대한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도쿄의 수도꼭지 모습@포인트경제
PFAS는 물과 기름을 잘 튕겨내는 성질 때문에 프라이팬 코팅, 방수 가공, 소방용 폼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돼 온 유기불소화합물이다. 자연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이라고 불리며, 체내에 축적될 경우 암, 갑상선 기능 이상, 콜레스테롤 상승 등 건강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지적된다. 각국이 규제 강화에 나서는 이유다.
이번 도쿄도 조사에서 일본 정부가 정한 잠정 목표치인 리터당 50나노그램을 넘긴 지역도 새로 나왔다. 세타가야구와 무사시무라야마시에서 처음으로 기준 초과가 확인됐고, 이미 문제가 제기돼 온 후추시는 260나노그램, 구니타치시는 190나노그램, 다치카와시는 170나노그램, 무사시노시와 무사시무라야마시는 65나노그램이 검출됐다.
도쿄도는 2021년부터 도내를 260개 블록으로 나누고, 각 블록에서 한 곳씩 지점을 골라 4년에 걸쳐 지하수 수질을 조사하는 계획을 세웠다. 2022년도에는 65개 지점을 조사했으며, 이와 별도로 과거 측정치가 높았던 곳을 대상으로 한 ‘지속 감시 조사’도 병행하고 있다. PFAS에 대한 주민 우려가 커지자 도는 계획을 앞당겨 올해 안에 260개 전 지점에 대한 검사를 완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오염이 특히 심각한 지역 가운데 하나로 꼽혀 온 곳이 고쿠분지시다. 이 지역에서는 과거 수돗물에 사용되던 지하수에서 고농도 PFAS가 발견돼 도쿄도가 취수를 중단한 바 있다. 이어 ‘다마 지역의 PFAS 오염을 밝히는 모임’이 실시한 650명의 자발적 혈액 검사에서도 고쿠분지 참가자의 평균 혈중 농도가 다른 도시보다 높게 나타나, “PFAS 문제의 초점 지역”으로 지목돼 왔다.
한편, 2024년 12월 1일 방송된 NHK 스페셜 「조사보도 신세기 File8 추적 ‘PFAS 오염’」에 등장한 ‘수도수 PFAS 전국 맵’에서는 타마시(多摩市)가 국가 잠정 목표치 50나노그램을 초과했다는 의미의 ‘빨간색’으로 표시돼 시 주민들의 불안을 자극했다. 그러나 타마시는 공식 설명에서, 도쿄도 수도국이 23구와 일부를 제외한 다마 지역 전역에 급수를 하는 구조상, 한 수도 사업자가 여러 지자체에 물을 공급하는 경우 그 공급 구역 안에서 나온 측정값의 ‘최대값’을 모든 지자체에 일괄 반영하는 방식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 결과 지도로만 보면 모든 지자체가 기준을 넘은 것처럼 보이지만, 타마시가 실시해 온 자치단체별 수질 검사에서는 지금까지 한 번도 국가의 수질관리 잠정 목표치 50나노그램을 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NHK ‘PFAS 오염’ 보도 이후 타마시가 수도·지하수의 PFAS 검출 상황과 “현재는 국가 잠정기준을 넘지 않는다”는 내용을 설명한 안내문/타마시청 홈페이지 갈무리(포인트경제)
도쿄도 타마시에 사는 프로그래머 S씨는 상반된 정보 속에서 혼란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텔레비전에서는 타마시가 ‘빨간색’으로 표시돼 깜짝 놀랐는데, 시청 자료를 보니 지금까지 기준을 넘은 적이 없다고 적혀 있었다”며 “도쿄의 PFAS 수치가 이 정도로 논란이 될 줄은 몰랐다. 어떤 정보를 믿어야 할지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내가 할 수 있는 대비부터 생각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PFAS는 일본 정치 쟁점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고쿠분지 시의회 선거에서는 오염 대책이 주요 의제로 부상했고, 미군 요코타 기지 동쪽에서 높은 농도가 관측되자 일본공산당 등은 “기지 내부에 대한 직접 조사와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PFAS 규제에 앞서 있는 미국에서는 EPA가 올해 3월 음용수 중 PFOS와 PFOA 각각에 대해 리터당 4나노그램 이하라는 새로운 규제안을 공표했다. 일본의 기준이 여전히 ‘잠정 목표치’ 수준에 머무르는 가운데, 도쿄도 조사와 각 지자체의 대응, 방송 보도가 겹쳐 드러난 이번 논란은 일본도 미국 수준의 엄격한 기준과 보다 적극적인 오염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논의를 더욱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PFOS(퍼플루오로옥탄술폰산)와 PFOA(퍼플루오로옥탄산)는 프라이팬 코팅, 방수 가공, 소방용 폼 등에 널리 사용돼 온 대표적인 PFAS 계열 물질로 잘 분해되지 않고 체내에 축적돼 건강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 화학물질이다.
[포인트경제 도쿄 특파원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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