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 = 태국 방콕/ 박수연 기자] 화려한 조명이 경기장을 감싸고, 대형 스크린에는 신규 맵 '론도(RONDO)'의 웅장한 모습이 펼쳐진다. 하지만 이날 현장을 진정으로 압도한 것은 화려한 무대 장치도, 선수들의 정교한 플레이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관객석을 가득 메운 팬들이 뿜어내는 '순수한 열정'이었다.
14일 글로벌 통합 e스포츠 대회 ‘펍지 유나이티드(PUBG UNITED)’의 최종일 태국 방콕의 시암 파라곤은 그야말로 거대한 축제의 장이었다. 팬들은 단순히 경기를 관람하는 '관객'의 입장을 넘어, 배틀그라운드라는 거대한 세계관을 현실에서 공유하고 즐기는 '주인공'으로서 현장을 지배했다.
경기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고막을 울리는 함성소리였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선수들의 교전 상황이 중계될 때마다 객석은 들썩였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깃발을 높이 치켜들고, 두 팔을 뻗어 환호하는 팬들의 모습은 마치 게임 속 최후의 생존자가 된 듯한 벅찬 감동을 고스란히 전달했다.
■ "현실로 튀어나온 배틀그라운드"…IP를 즐기는 팬들의 자세
이날 현장 곳곳에서는 배틀그라운드 IP에 대한 팬들의 깊은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게임 속 캐릭터가 현실로 걸어 나온 듯한 고퀄리티 코스프레는 현장의 백미였다.
상징적인 '3레벨 헬멧(삼뚝)'과 방탄 조끼를 착용하고 붕대를 감은 채 포즈를 취하는 팬의 모습에서는 게임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이 묻어났다. 노란색 볼풀장 위에 앉아 게임 속 로비 화면을 연상케 하는 연출을 즐기는 팬의 미소는 보는 이들마저 즐겁게 만들었다.
또 배틀그라운드의 인기 스킨인 '토끼 머리띠'와 핑크색 의상을 맞춰 입은 팬들이 응원 도구를 흔들며 춤을 추는 모습은 치열한 승부의 긴장감을 잠시 잊게 만드는 비타민 같은 존재였다. 이들에게 배틀그라운드는 단순한 생존 게임이 아닌, 함께 어울리고 즐기는 하나의 '놀이 문화' 그 자체였다.
■ "북소리에 맞춰 외쳐라!"… 국경을 초월한 응원전
응원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커다란 북을 직접 가져와 리듬에 맞춰 응원 구호를 선창하는 팬의 열정적인 모습은 흡사 스포츠 경기장의 응원단장을 방불케 했다. 그의 리드에 맞춰 주변 팬들은 핑크색 풍선 막대를 두드리며 하나의 목소리를 냈다. 국적도, 언어도 다르지만 '배틀그라운드'라는 공통분모 아래 모두가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관객석을 빼곡히 채운 팬들은 저마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거나, LED 전광판을 흔들며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친구, 연인, 가족 단위로 방문한 팬들은 삼삼오오 모여 승리의 순간을 카메라에 담거나 함께 셀카를 찍으며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
이스포츠의 묘미는 역시 예측할 수 없는 드라마에 있다. 현장의 팬들은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집중하며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탔다.
결정적인 순간, 숨을 죽인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거나 간절히 기도하는 팬들의 표정에서는 그들이 얼마나 이 경기에 진심으로 몰입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승리의 환희와 탈락의 아쉬움이 교차하는 관객석의 풍경은 그 어떤 영화보다도 드라마틱했다.
이번 대회 현장은 배틀그라운드가 단순한 게임을 넘어, 전 세계 팬들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문화 아이콘(IP)으로 자리 잡았음을 증명했다. 승패를 떠나 게임을 사랑하고, 그 문화를 향유할 줄 아는 팬들이야말로 이번 축제의 진정한 챔피언이었다.
뜨거운 조명이 꺼진 뒤에도, 팬들이 남긴 열정의 여운은 오랫동안 경기장을 맴돌았던 현장을 사진으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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