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 = 태국 방콕/ 박수연 기자] 경기장 안의 승부는 냉혹했지만, 경기장 밖의 온도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다정했다. 비록 트로피를 향한 여정은 험난했을지라도, '배틀그라운드(PUBG) 종주국' 한국 선수들이 보여준 팬서비스의 품격만큼은 단연 '우승권'이었다.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태국 방콕의 중심 시암 파라곤(Siam Paragon)에서 열린 'PGC 2025' 그랜드 파이널 현장. 경기장 밖에서는 사흘 내내 글로벌 팬들의 "덕심"에 불을 지피는 특별한 팬미팅이 열렸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팀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승패를 떠나 팬들을 마주하는 순간만큼은 진정한 프로였다. 태국, 베트남, 중국 등 아시아권은 물론 멀리 유럽과 미주에서 날아온 팬들 앞에서 한국 선수들은 'K-컬처'의 중심다운 쇼맨십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팬미팅 라인업은 그야말로 '올스타전'이었다. 팀 팔콘스의 티글튼(TGLTN), 트위스티드 마인즈의 이그젬플(xmpl) 등 세계적인 스타들 사이에서도 한국 선수들의 존재감은 빛났다. 그랜드 파이널 첫날인 12일 FN 포천 '렉스(Rex)' 김해찬 선수를 시작으로, 13일 DN 프릭스 '살루트(Salute)' 우제현 선수, 그리고 대미를 장식한 14일에는 배고파 '피오(Pio)' 차승훈 선수가 팬들과 마주했다.
현장은 국경을 초월한 팬심으로 가득했다. 서툰 한국어로 쓴 응원 피켓을 든 태국 소녀팬부터, 선수의 유니폼을 입고 긴 줄을 마다하지 않는 유럽 팬까지, 그들의 표정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선수들은 단순히 사인만 해주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카메라를 향해 아이돌 못지않은 '잔망스러운' 포즈를 취해주거나, 팬들이 준비한 선물을 소중히 받아들며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경기 내내 유지하던 긴장된 표정을 풀고, 팬들 앞에서는 무장해제된 '오빠 미소', '형 미소'를 보였다.
특히 13일 팬미팅에 나선 DNF의 살루트 선수는 태국 팬들의 변함없는 사랑에 감동한 모습이었다. 그는 "태국 팬분들이 2023년 이곳에서 열린 PGC 당시 다나와 이스포츠 시절의 우승을 기억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며, "선물도 많이 받아 개인적으로도 기분 좋은 시간이었고, 무엇보다도 한국에서부터 먼 길을 와 응원해 주신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배그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BGP의 피오 선수 역시 마지막 날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피오 선수는 "인기 있는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어 더욱 즐거웠고, 이런 자리에 불러주셔서 감사하다"며 겸손하면서도 즐거운 소감을 남겼다.
첫날의 문을 열었던 FN 포천 렉스 또한 "팬들과 직접 만나며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어 뜻깊었다"고 밝혔다.
승부의 세계에서 성적은 중요하지만, e스포츠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은 결국 팬이다. 이번 '펍지 유나이티드'에서 한국 팀들은 비록 원하던 점수를 다 얻지 못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머나먼 이국땅까지 찾아와준 팬들의 눈을 맞추고, 감사함을 표현하는 태도에서만큼은 '배틀그라운드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확실히 보여줬다.
방콕의 무더운 날씨보다 더 뜨거웠던 팬들의 사랑, 그리고 그 사랑에 화답한 선수들의 프로 정신을 사진으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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