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 = 태국 방콕/ 박수연 기자] 한국 5개 팀이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최고 권위의 세계 대회인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PUBG Global Championship, 이하 PGC)' 우승 트로피에 도전했으나, 나란히 중하위권에 머물며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14일 태국 방콕 시암 파라곤(Siam Paragon) 특설 경기장에서 열린 그랜드 파이널 3일 차 경기는 한국 팀들에게 '악몽'과도 같았다.
상위권 도약을 노렸던 DN 프릭스(DNF)와 티원(T1)은 나란히 단 20점만을 추가하는데 그치며, 최종 합계 100점(65킬), 99점(69킬)으로 7, 9위를 기록했다. 20점은 이날 16개 팀 중 최저 점수다.
또 배고파도 반등의 불씨를 살리지 못한 채 38점을 보태는 데 그치며 최종 96점(67킬)으로 전날 8위보다 두 단계 하락한 10위에 머물렀다. FN 포천 또한 무기력한 경기력 끝에 26점만을 추가, 84점(68킬)으로 한국 팀들 가운데 가장 낮은 14위를 기록했다.
그나마 이날 아즈라 펜타그램이 16개 팀 중 세 번째로 많은 44점을 획득하며 뒤늦은 추격전을 펼쳤으나, 1·2일 차의 뼈아픈 부진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최종 성적은 87점(63킬), 13위다.
무엇보다, 한국 팬들로서는 DNF와 T1의 20점이란 성적표가 너무나도 뼈아팠다. 둘째 날까지 각각 선두에 38점, 39점 뒤진 5, 6위를 달리고 있어, 최종일 결과에 따라 충분히 역전 우승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챔피언 디 익스펜더블스(TE)도 당시 데이 2까지 선두와의 격차가 36점이었음에도, 최종일 68점을 쓸어 담으며 왕좌에 오른 전례가 있다.
한국 팬들은 이 같은 TE의 기적을 간절히 바랐으나 마주한 현실은 더없이 냉혹했다.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야 했던 이날 첫 두 경기에서 T1과 DNF가 얻은 점수는 고작 8점과 4점에 불과했다. 설상가상으로 1위를 달리던 풀 센스는 보란 듯이 5킬 치킨 포함 24점을 쓸어 담으며 두 팀에 각 55점, 58점 앞섰다. 결정적인 순간 차갑게 식어버린 화력에 사실상 우승 경쟁에서 일찌감치 밀려나고 만 것이다.
전장이 태이고와 론도로 바뀌었지만, 답답한 흐름은 반전되지 않았다. 그나마 태이고 매치에서는 두 팀이 나란히 6점씩을 챙기며 잠시 전열을 재정비하는 듯 보였다. 꺼져가던 추격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을지 모른다는 짧은 기대감이 감돌기도 했다.
하지만 이어진 론도 전장은 그 기대마저 무참히 꺾어버렸다. DNF는 5점을 추가하는 데 그치며 제자리걸음을 했고, T1은 교전 다운 교전도 해보지 못한 채 허무하게 '0점 광탈'의 쓴잔을 마셨다. 무기력한 침묵에 팬들의 탄식도 더 깊었다.
이는 우승은 차치하고 상위권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랐던 에란겔 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DNF와 T1은 2위에 각각 25점, 27점 뒤지고 있었던 만큼, 역전이 가능한 사정권이었다. 그러나 끝내 시원한 한 방은 터지지 않았다. 두 팀은 매치 17·18 합산 5점과 6점을 추가하는 심각한 빈공에 시달렸다. 결국 마지막 순간까지 제대로 된 화력을 가동하지 못한 채, 쓸쓸하게 이번 대회를 마감해야 했다.
한편, 이번 대회 우승 상금 50만달러(약 7억3000만원)의 주인공은 개최국 태국의 풀 센스였다. 자국 팀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과 함께 시암 파라곤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풀 센스는 개최국 시드로 그랜드 파이널부터 출전했음에도, 1일 차 44점(5위)으로 빠르게 예열을 마쳤고, 둘째 날에는 '2치킨'과 함께 무려 74점을 쓸어 담으며 단숨에 선두로 치고 나갔다.
그 기세는 마지막 날까지 이어졌다. 이날 첫 경기였던 매치 13부터 치킨을 획득하며 우승 트로피에 성큼 다가선 풀 센스는, 남은 다섯 매치에서도 24점을 추가하며 쐐기를 박았다. 결국 경쟁자들에게 단 한 차례도 추격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으로 태국에 역사상 최초의 PGC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특히 벨모스(Belmoth·Chonchanoke Chankasem, 촌차녹 찬카세임) 선수는 그랜드 파이널 18개 매치 동안 평균 1.4킬, 307대미지, 23분 15초의 생존 시간으로 대회 MVP에 선정되며, 1억4000만원 상당의 고급 SUV '포르쉐 카이엔'을 부상으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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