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탄탄해지고 맛이 깊어지는 시기가 오면 오징어는 언제나 믿고 찾는 수산물이었다. 포구에는 불을 밝힌 배가 줄지어 들어왔고, 도시 마트에는 회·볶음·튀김용 오징어가 흔하게 쌓였다. 하지만 올해 풍경은 달라졌다.
오징어는 한국인이 계절 구분 없이 즐겨온 해산물이다. 회로 먹으면 깔끔하고, 데치면 담백하며, 국물·볶음 요리에도 널리 쓰인다. 말려 두면 오래 두고 먹기 좋아 가정식과 간식에서도 빠지지 않았다. 그런데 익숙하던 오징어가 요즘은 '귀한 손님'처럼 변했다.
5년 새 크게 줄어든 '오징어'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 통계에 따르면 올해 10월 연근해 오징어 생산량은 926톤에 불과했다. 작년 같은 달보다 20% 넘게 낮고, 평년 대비로는 80% 이상 줄어든 수치다. 동해 오징어 흐름도 비슷하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집계한 최근 5년 어획량을 보면 2010년대 평균과 비교해 70% 이상 감소한 상태다. 수온 상승으로 차가운 물을 좋아하는 오징어가 북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기존 어장은 온도 변화에 흔들리고, 서해에서 잠시 늘었던 물량도 조업 종료와 함께 곧바로 사라졌다.
어민들은 조업 범위를 넓혀도 예전처럼 배가 가득 차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고 말한다. 또한 해류 흐름, 시기, 수온 변화가 한꺼번에 작용하면서 생산량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공급 불안정이 만든 가격 상승
오징어 가격은 이미 크게 올랐다. 신선 오징어 소비자 가격은 1kg 기준 2만 원대 중후반까지 올라섰다. 작년보다 10% 이상 비싸졌고, 평소 가격을 떠올리면 부담이 커졌다는 반응이 많다. 수입 의존도 역시 문제다. 오징어는 수입 비중이 60%를 넘는다. 원양 어획량 감소와 환율 변수까지 겹치며 도매가격이 오르고 결국 소비자 가격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정부는 이를 완화하기 위해 비축분을 방출하고 대형 할인점·온라인몰과 연계한 최대 50% 할인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대한민국 수산대전’이 시즌성 행사가 아니라 거의 상시 운영되는 수준이 된 배경이다.
한국 식탁에서 오징어가 차지한 자리
오징어는 단백질 함량이 풍부하고 포만감이 오래간다. 또한 타우린을 많이 포함해 피로 누적이 쉬운 직장인, 학생, 운동 루틴이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조리 범위도 넓다. 살은 탄탄하지만 부드럽게 익어 국물 요리·전골·볶음·튀김·회 등 거의 모든 방식에 잘 맞는다.
양념 흡수력이 좋아 매운 볶음류에도 잘 어울리고 말린 오징어는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어 가정식과 안주류에서 꾸준히 쓰였다. 한동안은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해산물이었지만 어획 감소로 필요할 때 바로 사기 어려운 식재료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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