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지난 10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에서 한 달 새 30% 이상 밀려났음에도, 글로벌 금융권에서는 오히려 장기 목표치를 상향 유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영국계 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가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2030년경 개당 50만 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다시 한번 제시됐다.
단기 조정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강한 낙관론이다. SC 디지털자산 리서치를 총괄하는 제프리 켄드릭은 최근 발간한 투자 메모에서 비트코인의 방어력을 강조하며 “이번 하락은 시장이 겪어온 고질적인 침체 국면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그는 비트코인의 장기 목표 시점을 기존 예측보다 2년 늦춘 2030년으로 잡으면서도, 목표 가격인 50만 달러 전망은 그대로 유지했다. 긍정론의 핵심 근거로는 글로벌 투자 포트폴리오 내 낮은 비트코인 비중이 언급된다.
단기 변동성은 '경로 조절'... 구조적 상방 요인 유효해
켄드릭은 “비트코인이 위험자산·대체자산으로 인식되며 투자 대상에 포함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기관·연기금의 보유 비중은 미미한 편”이라며 “포트폴리오 최적화 관점에서 향후 편입 확대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ETF(상장지수펀드)의 존재도 장기 상승 논거로 꼽힌다. 실제로 여러 발행사가 보유 중인 비트코인 규모는 15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이는 전체 공급량의 6%대 수준이다. SC는 이러한 장기 매수 주체가 향후 가격 흐름을 결정짓는 핵심 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TF를 통한 유입 자금이 꾸준히 이어질 경우 시장 유동성과 가격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조정에도 불구하고 SC는 현재 낙폭이 이례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켄드릭은 “ETF 출시 이후 발생했던 과거 조정폭과 비교하면 이번 하락은 통계적으로도 정상 범위 안에 있다”며 장기 전망에는 변화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단기 변동성은 경로 조정에 불과하며, 구조적 상방 요인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주요 업계 인사들도 장기적 우호 방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바이낸스 공동대표 허이는 최근 인터뷰에서 “과거 사이클보다 기관 참여가 눈에 띄게 증가해 급격한 붕괴 가능성은 예전만큼 크지 않다”며 “시장 기반이 단단해졌다”고 평가했다.
전통적으로 반복된다고 여겨졌던 ‘반감기 주기론’에 대해 SC는 “앞으로는 과거와 같은 급등·급락 패턴이 재현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기업 수요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 기업은 보유자산의 평가손실이 일정 수준에 근접해 신규 매수보다는 인수·합병이나 사업 조정 등 ‘체질 강화’ 방향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SC는 기관 수요가 축적되는 흐름이 이어질 경우 가격은 결국 상방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판단을 유지한다.
한편 글로벌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 기준으로 비트코인은 12일 오전 9시 30분(한국시간) 현재 약 9만 20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단기 조정 속에서도 “50만 달러”라는 장기 목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며, 시장은 낙관론과 경계심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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