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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권해석이 연 간편송금 시대
정부는 그동안 신산업에 대해 규제 샌드박스나 유권해석을 통해 제도적 길을 열어왔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기업들이 불확실성을 줄이고 투자와 사업 확장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 역시 혁신 산업에 대한 인허가 경험을 축적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간편송금이다. 2015년 금융위원회는 선불전자지급수단의 양도와 환급을 자금이체로 볼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고, 이를 계기로 토스·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등 간편송금 서비스가 본격화됐다. 당시에는 송금업 라이선스가 없으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웠지만, 유권해석을 통해 제도적 문이 열렸다.
이후 2024년 9월부터는 선불전자지급수단과 전자화폐의 양도 가능성이 전자금융거래법에 명시되며 법제화까지 이뤄졌다. 제도 정비까지는 10년이 걸렸지만, 선제적 유권해석 덕분에 국민 편익을 높이는 서비스가 먼저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김용태 화우 고문은 “무기명 선불지급수단 송금이 가능한지를 두고 논쟁이 있었지만, 금융위의 판단이 간편결제 산업 성장의 디딤돌이 됐다”며 “시대에 맞지 않는 기준을 고수했다면 지금의 핀테크 산업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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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도화가 만든 핀테크 성장… 포용적 규제 필요
간편송금 제도화 이후 핀테크 산업은 빠르게 성장했다. 한국핀테크지원센터에 따르면 핀테크 조사기업의 평균 매출은 2021년 270억원에서 2023년 306억원으로 증가했고, 수출액도 같은 기간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업계는 네이버와 두나무의 결합 역시 한국 기술 생태계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제도 정비는 필수”라며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춰 기술적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제도화가 혁신을 막는 장벽이 아니라, 미래 금융 생태계를 정교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진단한다.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춘 신속하고 포용적인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법이 없으면 원천적으로 막는 구조”라며 “금지 규정이 없어도 사실상 불가능한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간편결제 역시 기존 금융의 잣대로는 필요성이 의문시됐지만, 결국 기술 기업들이 시장을 키웠다”며 “기존 기준이 아니라 기술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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