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0명 중 최소 3명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괴롭힘의 유형엔 전형적 괴롭힘 유형인 폭행·폭언부터 '커피 시중'과 같은 업무내용과 무관한 사적 심부름 요구 등이 함께 집계돼,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일터 내 인식 확장도 요구된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0월 1일부터14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직장 내 괴롭힘 경험 및 유형'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 '최근 1년 사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33%에 달했다.
응답자들이 경험한 직장 내 괴롭힘의 유형을 살펴보면 '모욕·명예훼손'(17.8%), '부당지시'(16.4%), '폭행·폭언', '업무외 강요'(각 15.4%) 순으로 나타났고, 피해자 4명 중 1명(25.2%)은 괴롭힘 행위자가 '사용자이거나 사용자의 친인척이었다'고 답했다.
'부당지시' 항목의 구체적인 사례로는 사적 용무지시, 업무전가, 야근강요, 업무시간 외 SNS, 휴가불허, 모성침해, CCTV 감시 등이 꼽혔다. '업무 외 강요' 사례로는 회식, 음주, 흡연, 노래방, 장기자랑, 행사, 모임 등이 꼽혔다.
"사장이 자신의 점심 식사나 사장 가족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여성 직원들에게 사오게 하고 자신이 사용한 식기 설거지를 시켰다", "업무시간 중 본래 업무를 하다가도 대표에게 갑자기 불려가서 과일을 깎고, 커피를 대접해야 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제보도 잇따랐다.
응답자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이후의 대응 방식을 묻자,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가 56.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외 '개인 또는 동료들과 항의했다'(32.4%), '회사를 그만두었다'(26.4%) 순으로 나타났다.(복수응답 기준) 또한 피해자 10명 중 2명(19.4%)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자해·자살 등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직장갑질 119는 "회식.음주 강요, 근로계약 또는 업무내용과 무관한 사적 심부름 요구, 장시간 업무 강요는 전형적인 직장 내 괴롭힘 행위"라며 "'돈을 주거나 업무를 지시하는 관계에서는 이 정도쯤은 해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업무상 권한을 사적 영역까지 무분별하게 확장시키는 폐해를 낳고 있다"고 이번 조사 결과를 분석했다.
이 단체 소속 신예지 변호사는 "노동자는 일터에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용자나 상급자가 지시하는 모든 일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직장에서 사적 용무 지시나 회식·음주 강요가 관행처럼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 변호사는 "이러한 행위는 '사회생활의 일부'가 아니라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이라며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와 상급자가 그 부당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조직 차원에서 권한 사용의 원칙을 확립·준수하는 문화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