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주4.5일제 도입 시범사업을 위해 324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말까지 주 4.5일제 도입을 위한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을 마련하고 내년 3월까지 관련 법적 근거를 구축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주 4.5일제 도입을 지원하는 시범사업도 본격 시행할 방침이다.
주 4.5일제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로, 지난 9월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에도 담겼다. 정부는 2030년까지 우리나라 연간 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1859시간으로, OECD 평균(1717시간)보다 142시간 더 길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근로시간 단축이 노동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이 큰 상황에서 임금 삭감 여부와 생산성 변화, 인력 운영 방식, 제도 간 정합성 문제 등 핵심 사안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임금 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전제가 실제로 가능한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최근 "제도 도입을 성급히 앞당기기보다 사회적 대화 기반을 차분히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주 4.5일제의 핵심쟁점으로 임금·생산성·비용 부담의 균형 문제를 지목하며 현재 논의가 정책적 기대에 치우쳐 실증적 검토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과거 주 5일제 도입 과정 역시 순탄치만은 않았다. 노사정의 충분한 합의 없이 제도가 추진되면서 업종별·규모별 유예가 불가피했고 특히 중소기업은 초기 비용 부담과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었다.
입법조사처는 주 4.5일제가 주 5일제보다 조정 난이도가 더 높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교대 근무, 서비스 연속성, 공공부문 운영시간, 근로시간 기록체계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훨씬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주 4.5일제나 주 4일제는 대부분 아직 실험 단계에 머물러있다. 프랑스의 주 35시간제를 제외하면 법 제도로 안정적으로 정착한 사례는 드물다.
이 때문에 신속한 법 개정보다는 효과 검증,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차동욱 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환경노동팀 입법조사관은 "주4.5일제가 단순한 제도 변경이 아닌 사회 전반의 일하는 방식과 생활 패턴을 바꾸는 문제인 만큼 사회적 수용성과 내면화 과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계와 경영계뿐 아니라 중소기업, 필수 업무 종사자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구조를 설계하고 단계적으로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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