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이재훈 대표기자] 윤영호 게이트로 촉발된 사정 정국은 이제 단순한 종교 비리 의혹의 차원을 넘어섰다. 통일교, 여당, 그리고 권력 핵심을 잇는 금전의 흐름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정국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이 와중에 이재명 대통령이 꺼내든 ‘통일교 해산’이라는 초강수는 정국의 물길을 단번에 바꿔놓았다. 정의 구현이라는 명분은 강렬했지만, 그 타이밍만큼은 정치적으로 지나치게 정확했다.
종교와 정치의 유착을 뿌리 뽑겠다는 선언은 국민적 박수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정치는 언제나 맥락의 예술이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입에서 무엇이 더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던져진 해산 카드가 과연 ‘단죄’인지, 아니면 ‘차단’인지를 두고 의구심이 커지는 이유다. 이 발언은 통일교를 향한 경고이자, 동시에 여권 전체를 보호하는 방패처럼 기능하고 있다.
문제는 이 방패가 완벽하지 않다는 데 있다. 오히려 내부를 향해선 균열을 증폭시키는 촉매로 작동하고 있다. 집권 여당은 지금 ‘명청(明淸)대전’이라는 이름의 내전을 치르고 있다. 친이재명 주류와 정청래 라인의 충돌은 개혁 노선의 차이가 아니라, 노골적인 권력 재편 경쟁이다. 그 종착지는 명확하다.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권이다.
지방선거는 정권 중반의 민심 성적표다. 공천권은 곧 차기 권력의 씨앗이다.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레임덕을 차단할 친정 체제 구축이 절실하고, 정청래 라인에겐 ‘충성파’에서 ‘독자 세력’으로 도약할 마지막 기회다. 원팀은 해체됐고, 남은 것은 숫자와 자리다.
그러나 여권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드는 변수는 따로 있다. 부산시장 출마가 유력하게 거론되던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연루됐다는 의혹이다. 아직 사법적 판단은 나오지 않았지만, 정치적 파장은 이미 치명적이다. 전재수 장관은 여당이 공들여 키운 ‘부산 카드’였다. 험지 부산에서 승부를 걸 수 있는 몇 안 되는 현역 장관급 인사이자, PK 탈환의 상징적 존재였다.
그 전재수가 흔들리자, 여당의 계산표는 단숨에 꼬였다. 통일교 해산이라는 대형 이슈로 방어선을 구축하려 했던 전략은, 오히려 내부 인사 리스크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종교 비리를 단죄하겠다고 외친 정권의 핵심 인사가 같은 의혹의 그늘에 서게 된다면, 명분은 급격히 퇴색된다. 정의의 칼이 선택적으로 휘둘러진다는 인상을 주는 순간, 민심은 등을 돌린다.
이 지점에서 ‘명청대전’은 더욱 날카로워진다. 전재수 리스크는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다. 부산 공천 지형, 나아가 전국 지방선거 전략 전체를 흔드는 변수다. 누가 이 책임을 질 것인가. 누가 대안을 쥘 것인가. 계파 간 신경전은 더 격화될 수밖에 없다. 통일교 이슈로 외부를 향해 정의를 외치는 동안, 내부에선 공천 지도를 다시 그리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결국 지금 정국의 본질은 명확하다. 통일교도, 명청대전도, 전재수 논란도 모두 하나로 수렴된다. 공천권이다. 누가 살아남고, 누가 배제될 것인가를 둘러싼 권력의 재편 싸움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국민은 철저히 소외돼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통일교 해산이라는 카드를 정치적 방패로만 활용한다면, 그 순간 이 카드는 정의의 상징이 아니라 권력 유지의 도구로 기록될 것이다. 전재수 장관을 포함한 모든 의혹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를 보장하고, 당내 공천 전쟁에서 한 발 물러나지 않는다면 ‘공정’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정치는 결국 심판받는다. 내년 6월, 공천장은 계파의 전리품이 아니라 민심의 위임장이어야 한다. 지금 여의도가 싸우고 있는 그 자리에서, 과연 국민은 어디에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통일교 파문도 명청대전도 모두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될 것이다. 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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