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400억 달러 규모 '테라·루나' 사태로 징역 15년 선고... 법정 울린 피해자들의 증언
작성: 카일 토피 (Kyle Torpey) 날짜: 2025년 12월 12일
400억 달러(약 56조 원) 규모의 암호화폐 붕괴 대재앙을 일으킨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Do Kwon)**이 목요일 결국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담당 판사는 선고 공판에서 권 씨의 범행을 두고 테라폼랩스 이전에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한 세대에 한 번 나올 법한 거대한 사기(Generational epic fraud)"**라고 규정했습니다.
테라폼랩스의 붕괴는 단순한 개별 사건이 아니라, 암호화폐 시장 전체의 **디레버리징(Deleveraging, 부채 축소)**을 촉발하여 결국 거대 거래소 FTX의 파산으로 이어진 연쇄 충격의 시발점이었습니다.
알고리즘의 실패와 '위장된 폰지'
2018년, 권도형은 신현승(다니엘 신)과 함께 법정화폐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플랫폼 '테라'를 처음 선보였습니다. 초기에는 원화 등에 고정된 방식이었으나, 2020년 들어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인 **테라U.SD(US.T)**로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UST는 전통적인 현금 준비금 대신, 자매 코인인 **루나(LUNA)**를 통해 1달러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UST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내려가면 루나를 발행해 UST를 사들여 소각하고, 오르면 UST를 발행하는 식의 차익거래 메커니즘에 의존했습니다.)
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은 수년 동안 암호화폐 업계의 **'성배(Holy Grail)'**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UST의 몰락이 증명하듯, 이러한 프로젝트는 탈중앙성을 유지하면서 규모를 키우는 것이 극도로 어렵거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UST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담보 역할을 하는 루나의 가치도 2021년 디파이(DeFi) 열풍을 타고 급등했습니다. 특히 연 20%에 달하는 고수익을 보장한 대출 플랫폼 **'앵커 프로토콜(Anchor Protocol)'**이 결정적이었습니다. 2022년 초, UST는 US.DT, USDC에 이어 시가총액 3위의 스테이블코인으로 등극했습니다.
하지만 연 20%의 수익률은 지속 불가능했습니다. 암호화폐 시장 침체와 함께 일종의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이 발생하자 시스템은 붕괴했습니다. UST의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루나가 무한대로 발행되면서 두 코인 모두 휴지 조각이 되었습니다. 앵커 프로토콜을 통한 놀라운 수익 구조는 결국 **'교묘하게 위장된 폰지 사기'**였음이 드러났습니다.
400억 달러 증발과 피해자들의 절규
이 붕괴로 일주일 만에 400억 달러가 허공으로 사라졌습니다. 기관 투자자들은 조기에 발을 뺐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았습니다. 권도형은 사기 혐의를 피해 도피하다 2023년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되었습니다.
맨해튼 연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는 피해자들의 처절한 증언이 이어졌습니다. 이너 시티 프레스(Inner City Press)의 보도에 따르면, 법정은 금전적 손실을 넘어 파괴된 삶에 대한 증언으로 가득 찼습니다.
챈시 세인트 존(Chauncey St. John): 비영리 기부 플랫폼 '엔젤 프로토콜'의 설립자인 그는 테라 생태계를 믿고 수백 개의 단체를 지원하려 했습니다. 그는 퇴직금 100만 달러를 날렸고, 아프리카 농촌 지역의 태양광 설치 등 구호 프로젝트를 중단해야 했습니다. 그는 UST 가격이 흔들릴 때 권도형이 올린 악명 높은 트윗 **"침착해라 얘들아(Steady lads)"**를 언급하며, "그때 조언을 구했지만 너무 늦었고 아무것도 구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권 씨에게 신의 자비를 빈다며 개인적인 용서를 구했습니다.
스타니슬라프 에로핌투크(Stanislav Erofimtuc):그는 권 씨가 제시한 '안전한 20% 수익'을 믿고 전 재산 19만 달러를 투자했다가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17년간 피땀 흘려모은 돈이 사라지자 이혼을 당했고, 가까운 친구는 자살했습니다. 그는 권 씨를 향해 **"그는 내 가족을 파괴했다"**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타티아나 돈소바(Tatiana Dontsova):58세의 그녀는 모스크바의 아파트를 팔아 마련한 81,000달러를 투자했으나, 남은 돈은 고작 13달러였습니다. 새로운 삶을 꿈꾸며 트빌리시로 이주했던 그녀는 현재 노숙 위기와 치료받지 못한 질병,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폴 엥겔마이어(Paul Engelmayer) 판사는 전 세계 피해자들로부터 315통의 탄원서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저위험 투자"라는 말을 믿고 노후 자금을 잃은 사람, 아버지의 자살을 목격한 사람, 자녀에게 밥을 줄 수 없게 된 부모들의 사연이었습니다.
권도형은 최후 진술에서 "테라가 구축하려던 비전을 진심으로 믿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시스템이 붕괴되었을 때 **손실을 떠안은 사람들(holding the bag)**이 겪고 있는 파괴적인 현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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