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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윤석열 정부 당시 취임 후 한 달 만에 발생한 보안사고와 경영실적 평가 미흡을 이유로 해임된 김영중( 사진) 전 한국고용정보원장에 대해 1심 법원이 해임 취소 판결을 내렸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부진만으로 기관장을 해임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4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7일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이상덕)는 지난해 7월 해임 처분을 내린 고용노동부 장관 결정은 부당하다며 김 전 원장이 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 취소소송에서 김 전 원장 손을 들어줬다.
고용정보원은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상반기에 실시한 ‘2023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준정부기관 중 최하위점인 78.167점을 받았다. 평가등급은 E등급(아주미흡)이었다. 앞서 2023년 6월 29일~7월 5일 ‘워크넷’ 해킹 사고로 23만여명 개인정보가 유출된 점, 경영관리 및 주요사업 평가가 미흡하다는 점이 주된 이유였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6월 최상목 당시 기재부 장관은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고용정보원장 해임을 건의했고, 임면권자인 이정식 당시 노동부 장관이 7월 말 김 전 원장을 해임했다.
그러나 법원은 김 전 원장 해임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해임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보안사고에 대해 법원은 김 전 원장이 취임(2023년 5월 30일) 후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중대한 책임을 온전히 원고의 직무수행 탓으로 돌리기 어렵다”고 봤다.
같은 맥락에서 김 전 원장의 7개월(2023년 6~12월) 동안의 경영능력이 2023년 경영평가에서 온전히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기관의 주요 사업계획이나 예산은 연초에 확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평가 때 기관장 재직 기간이 6개월에 미달하면 해임건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 점도 법원은 주목했다. 재임기간이 짧은 기관장에 대해선 경영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 기준인데, 김 전 원장의 재임기간(7개월)은 6개월 미만인 다른 기관장과 비교해도 본질적인 차이점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실시된 ‘2024년 경영평가’에서 고용정보원은 C등급(보통)을 받았는데, 지난해 초 사업계획을 수립한 김 전 원장의 약 6개월 재임기간이 포함된 점을 고려하면 C등급은 김 전 원장의 경영성과가 포함됐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법원은 판단했다. 김 전 원장이 전체 재임기간 중 충실의무를 위반했거나 직무를 해태했다면 2024년 경영평가 결과도 나빠야 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2023년도 경영실적평가의 책임은 원고(김 전 원장)가 전적으로 부담해야 하지만 2024년도 평가의 공은 원고가 가져갈 수 없다는 피고(노동부 장관)의 주장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김 전 원장은 “해임 처분으로부터 명예 회복을 할 수 있게 해준 1심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며 “이번 판결이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 전 원장은 행시 36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노동부에서 고용정책실장까지 지낸 고용정책 전문가다.
노동부는 지난 11일 항소했다. 항소 포기 시 김 전 원장의 해임이 취소돼 고용정보원장으로 복귀해야 하는데 현 원장이 자리를 잡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창수 현 원장은 국민의힘 대변인과 충남도당 위원장을 지낸 인사로 지난해 12·3 비상계엄 직후인 12월 11일 임명돼 취임했다. ‘고용정책 싱크탱크’인 고용정보원에 고용 관련 업무 경험이 전무한 정치인을 김문수 당시 노동부 장관이 임명해 ‘알박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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