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단독 문지용 판사는 최근 A씨가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제기한 공무상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소방서 부서장, 당직근무 책임자, 소방서장 등으로 근무하다 지난 2021년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받고 요양급여를 청구했다.
인사혁신처는 A씨가 약 2년 2개월만 화재 진압·구조 업무를 수행했고, 그로부터 약 22년이 지난 후에 백혈병이 발병한 것으로 보인다며 업무와 질병 사이의 관계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이를 불승인 처분했다.
이에 A씨는 “29년간 소방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개인보호장구를 충분히 보급받지 못한 상태에서 화재현장 출동 업무를 수행해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의 유해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다”며 인사혁신처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 A씨는 인사혁신처가 인정한 2년 2개월 외에도 화재 진압·경방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의 장이나 당직근무 책임자, 소방서장으로 근무하며 화재현장을 지휘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A씨는 자신이 백혈병과 관련 있는 질환으로 진단·치료를 받은 적이 없으며 가족력과 유전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소방본부의 화재보고서 등을 근거로 산정한 A씨의 현장 출동 건수는 1431건이다. 이는 출동대원 188건, 출동부서장 370건, 당직책임관 420건, 소방서장 69건 등이 포함된 것이다.
이에 인사혁신처는 소방서가 출동할 때 방호·구조·구급 담당 부서의 장과 담당계장 등까지 모두 화재현장에 출동한다는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A씨가 출동부서장 근무 기간에 행정업무만 수행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 소속 부서가 당시 화재 진압, 구조·구급대 운영 등을 수행한다고 명시했으며 동료 소방관들도 현장에 출동해 업무를 수행했다고 말한 점 등을 근거로 A씨가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소방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백혈병의 발병원인이 되는 유해물질에 장기간 노출됨으로써 발병하게 됐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인사혁신처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의 실제 출동 건수가 1047건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A씨가 적어도 수백 건의 화재 현장에 출동해 화재진압업무 등을 수행했음은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도 ‘약 29년간 소방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화재진압업무에 종사했다면 공무와 이 사건 상병(백혈병) 사이에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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