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총리 "아세안 관측단 국경 배치"…태국, 강경 태도 유지
(자카르타=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지난 7월에 이어 최근 다시 무력 충돌한 태국과 캄보디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휴전 중재에도 교전을 계속하고 있다.
태국이 휴전에 합의한 적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자 캄보디아는 태국과의 국경 통행을 전면 차단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협정을 이행하라고 양국에 재차 촉구했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캄보디아 국방부는 전날 태국군이 폭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태국과의 모든 국경 통행을 전면 차단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 국방부 관계자는 언제까지 국경을 차단할지는 언급하지 않았으며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라고만 밝혔다.
이는 전날 태국과 캄보디아가 교전을 중단하고 휴전협정에 복귀하기로 합의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도 태국이 계속 싸우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인 데 따른 조치라고 AFP 통신은 전했다.
다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는 어떠한 합의도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누틴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후 "우리 땅과 국민에게 더 이상 피해와 위협이 없다고 느낄 때까지 (캄보디아를 상대로) 군사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에도 태국이 강경한 태도를 계속 유지하자 미국 백악관은 평화 협정을 이행하라며 양국에 경고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당사국이 (지난 10월) 평화 협정 서명을 했을 때 약속한 사항을 완전히 이행할 것을 기대한다"며 "살상을 중단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누구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도 전날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추가 군사 행동을 자제하라고 양국에 촉구했다.
그러면서 말레이시아군 총사령관이 이끄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측단을 양국 국경에 배치하겠다며 미국 정부가 위성 감시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훈 마네트 총리는 안와르 총리가 제안한 "13일 저녁부터 적대 행위 중단"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하삭 푸앙껫깨우 태국 외교부 장관은 관측단에 협조하겠지만 협상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휴전을 선언할 수는 없다"며 "아무것도 중단하기로 합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태국 국방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 발표 이후인 전날 자국 군인 4명이 추가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태국에서는 군인 15명과 민간인 3명이 숨졌고 270명이 다쳤으며 캄보디아에서는 민간인 11명이 사망하고 70명 넘게 부상했다.
태국과 캄보디아는 1907년 프랑스가 캄보디아를 식민지로 통치하면서 처음 측량한 817㎞ 길이의 국경선 가운데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지점에서 100년 넘게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5월 소규모 교전을 벌인 양국은 7월에 닷새 동안 무력 충돌을 했고 당시 양측에서 48명이 숨지고 30만명이 넘는 피란민이 발생했다.
이후 지난 10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휴전 협정을 체결했으나 지난달 10일 태국 시사껫주 국경지대에서 지뢰가 폭발해 태국 군인이 다치자 태국 정부는 휴전협정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틀 뒤에는 캄보디아 북서부 국경지대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캄보디아 민간인 1명이 숨졌고, 이달 들어서도 양국은 지난 7일부터 다시 교전을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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