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김기주 기자]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남해의 한적한 마을, 2층 단독주택 안에는 오늘도 분주한 아침 풍경이 펼쳐진다. 한맹년(54) 씨는 두 어머니의 아침을 정성껏 준비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3년 전, 연로한 시어머니 봉순 씨의 거동이 불편해지자 맹년 씨는 고민 끝에 집으로 모셨다. 그리고 1년 뒤, 갑작스러운 치매로 친정엄마 문옥 씨까지 모시게 되며 ‘두 어머니와의 동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치매의 일몰 증후군 탓에 친정엄마는 밤마다 집을 나가곤 해, 맹년 씨는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하지만 그녀 곁에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남편 연견 씨와 애교 만점 막내딸 언교 씨가 바로 그들이다. 연견 씨는 거동이 불편한 시어머니를 위해 매일 기저귀를 갈며, 1, 2층을 오가며 아내의 수고를 덜어준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믿음이 가족의 버팀목이 된다.
맹년 씨와 연견 씨에게는 배 아파 낳은 두 아들뿐 아니라, 마음으로 낳은 딸 언교 씨가 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막내아들을 하늘로 떠나보낸 부부에게 언교 씨는 천사 같은 선물이었다. 부부는 4년간 입양을 고민했지만, 언교 씨가 가져다 준 행복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러나 2년 전, 부부는 어렵게 입양 사실을 고백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 마주한 진실에 언교 씨는 혼란스러웠지만, 변함없는 가족의 사랑 속에서 점차 자신만의 자리와 가족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 지금은 두 할머니를 살뜰히 챙기며 집안의 활력소 역할을 하는, 사랑스러운 딸로 성장했다.
맹년 씨는 6년째 독거노인을 돌보는 생활지원사로 활동하며 동네 어르신들의 삶을 세심히 챙기는 일을 즐겨왔지만, 친정엄마의 치매 증상이 점점 심해지고 시어머니의 건강까지 걱정되면서 이제는 일을 잠시 내려놓고 가족과 추억을 쌓으려 한다. 한편, 연견 씨는 35년간 다닌 은행을 퇴직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힘 좋은 갯장어와 매일 씨름하며 상처를 달고 살지만, 새 일터에서 다시 청춘을 불태우고 있다. 막내딸 언교 씨 역시 사회로 나가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한 지붕 아래 두 어머니를 모시며, 피보다 진한 가족의 사랑을 일상으로 느끼는 맹년 씨네. 어려움과 기쁨이 함께하는 지금, 가족 모두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며 서로의 힘이 되어가고 있다.
치매와 사투를 벌이는 한지붕 두가족 이야기는 오는 15일(월)부터 19일(금)까지 오전 7시 50분 KBS1 '인간극장'에서 확인 가능하다.
뉴스컬처 김기주 kimkj@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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