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진웅의 '은퇴'와 인간의 ‘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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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진웅의 '은퇴'와 인간의 ‘본성’

독서신문 2025-12-14 09: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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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exels)

배우 조진웅이 지난 6일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과거 소년범 이력이 문제였다. 고등학교 시절 성폭행, 절도 등 중범죄에 연루되어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조 씨는 KBS 2TV '1박 2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등 고정 출연 중이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내년 방영 예정으로 이미 촬영을 마친 tvN 창사 20주년 기념작 드라마 '두 번째 시그널' 또한 그의 은퇴로 인해 방송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여러 방송 프로그램의 내레이션 등에서도 모두 하차했으며, 과거 출연했던 유튜브 콘텐츠 등도 비공개 처리됐다.

그런데 이번 조 씨의 은퇴 선언을 둘러싸고 유례없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 사건을 두고 정치권, 특히 여당(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인사들 사이에서 그를 옹호하는 발언이 나오면서 논란이 확산하였다. 이들은 주로 "청소년 시절의 잘못을 언제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소년법의 취지는 낙인 없이 사회로 돌아오게 하려는 것"이라며 과거 소년범 전력이 현재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부당하다는 태도를 밝혔다.

이러한 발언이 '조진웅 감싸기'로 비치며 정치적 논쟁으로까지 번졌다. (조 씨는 민주당과 오랜 기간 교류해 온 대표적인 친여 성향 연예인으로 꼽힌다) 당내에서도 모 최고위원은 "당 일부의 섣부른 옹호가 국민 신뢰를 잃을 수 있다"며 신중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조 씨가 유명해진 이후에도 술자리 폭행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추가 폭로가 나오면서 옹호론자들을 곤란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번 조 씨의 은퇴를 둘러싼 일련의 과정을 보며 다시 한번 고전적 질문에 귀결하게 된다. ‘과연 인간의 본성(인성)은 변할 수 있는가?’

관점은 당연히 둘로 나뉜다. 만고불변(萬古不變)이란 말이 있듯이, ‘타고난 인간의 본성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의견과 ‘인간은 끊임없이 변하는 존재’라는 의견이다.

세계 정신분석학의 거장인 알프레트 아들러와 에릭 에릭슨은 인간은 과거의 경험이나 타고난 본성에 의해 결정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변화할 수 있는 능동적인 존재라고 보았다. 그들은 유년기의 갈등도 성인이 되어서 문화적 관습 등과 결합해 창조적으로 바뀔 수 있다며 인간 변화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인 장-폴 사르트르 또한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며 인간은 태어날 때 정해진 본질(성격이나 운명 등)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본질을 만들어가는 존재라고 말했다.

현대의 '신경 가소성' 이론 역시 인간의 뇌는 새로운 자극을 받을 때마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구성되며 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새로운 경험과 학습을 통해 사고방식이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pexels)

반면에 이와는 반대로 ‘인간의 타고난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전통적 의견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으로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 ‘맹자’와 ‘순자’는 각각 '성선설'과 ‘성악설’을 주장했지만 모두 본성은 누구나 타고나는 불변의 것이라고 보았다.

르네상스 시대의 정치사상가 마키아벨리 또한 "시대는 변해도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며 역사가 반복되는 이유를 변치 않는 인간 본성에서 찾기도 했다. (이러한 의견은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라’거나 ‘연장은 고쳐 써도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와 같은 다소 거친 속담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사실 인간의 본성과 변화에 관한 논의는 역사 이래로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그리고 두 상반된 의견은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다. 물론 『빈 서판』의 저자인 스티븐 핑커와 같은 학자는 인간 본성에 관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기도 한다. 진리가 그 중간 어딘가에 놓여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쨌든 ‘인간의 본성은 변하는가?’에 대한 명쾌한 답을 찾기는 결코 쉽지 않다. 역사적으로 서로 다른 사례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끝까지 개과천선(改過遷善)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흉내만 내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 논란이 되는 조진웅 배우가 예전의 소년범과는 다른 인성으로 거듭났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세 살 버릇과 습관을 바꾸는 일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 이상으로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누구나 절치부심의 마음으로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이런 변화는 일어나기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조 씨가 이 변화의 과정을 슬기롭게 이뤄낸다면(냈다면) 대중은 다시 그의 변화를 인정하고 따뜻하게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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