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수출 목표치를 어느 정도로 설정할 지 여부가 관심이다. 관가에선 올해 7000억 달러 수출 목표 달성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내년에도 이를 상회하는 목표치를 내놓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다수 내놓는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내년도 환율이 1400원 중후반을 유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정부의 수출 목표치 상향에 힘을 싣는 요소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수출 품목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는 만큼 수출이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정부는 환율 상승도 수출에 기여할 수 있지만 안정세가 더욱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원자재·중간재를 수입·가공한 뒤 수출하는 구조를 보이고 있는 만큼 단기적인 환율 상승보다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것이 유리하다는 진단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상회한 시기는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2022년 코로나19펜데믹 사태 등 역사적으로 큰 사건이 발생했을 때로 한정된다.
지난해의 경우 12.3 계엄 사태 전후로 외환시장이 크게 흔들리며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치솟았고 1년이 지난 현재까지 1470원대 안팎에서 환율은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환율은 내년도에도 1450원대를 지지대로 삼고 오르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1300원대 후반으로 환율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의 원화 가치 하락을 고려하면 1450원 전후에서 형성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기업들의 해외 유보금이 우리나라로 들어오지 않는 것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9월 누적 기준 해외자회사 유보금은 1144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고환율이 장기화되자 기업들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국내로 가져오는 것보다 재투자를 선택하고 있는데 이 같은 선택이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에도 1400원대 환율이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 수출 기업들은 단기적인 호재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대부분의 수출 계약이 달러로 맺어져 있어 환율 상승에 따른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기업들의 이익 증가는 우리나라 수출액 상승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고 정부도 이를 감안해 내년도 수출 목표치를 설정할 가능성이 높고 올해보다 소폭 상승한 7000억 달러 이상을 목표치로 내세울 수 있다는 예상이다.
반도체 수출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고부가 메모리 수요 증가로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접어든 것은 연간 수출 목표치 상승 주장에 힘을 싣는 요소로 볼 수 있다.
내년에도 글로벌 주요국에서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흐름이 이어질 수 있고 고환율 효과가 뒷받침하면 올해처럼 반도체가 우리나라 수출을 이끌며 기대치를 상회하는 수출액을 달성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산업부는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액 증가에 기여할 수 있지만 안정세가 더욱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소재·부품을 수입해 반도체·이차전지 등 중간재로 가공해 다시 수출하는 산업구조인 만큼 원재료 가격 상승을 고려할 때 지속적인 환율 변동성 심화는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으로 분석된다.
또 '환율 상승이 수출 증가로 이어진다'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최근 국가간 수출 상황을 진단하기 힘들고 오히려 관세, 제품 경쟁력 등이 수출액 변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환율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강감찬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환율 상승이 수출 증가에 많이 기여했다는 평가가 많지만 최근에는 단기간 환율 상승이 수출확대에 미치는 영향은 굉장히 제한적"이라며 "환율 상승이 수출 물량 확대로 이어지는데는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최근 환율 상승이 수출에 크게 기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본질적으로는 제품의 경쟁력과 관세 등 수출 지역의 여건이 훨씬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무역 흑자라고 하는 부분은 본질적으로 환율의 안정에 더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내년도 수출 목표치 설정과 관련해선 산업부 내부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관가에선 이달 중순으로 예정돼 있는 산업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윤곽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환율 상승이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맞지만 연간으로 볼 때 안정세를 지속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현재 내년도 수출 목표치 설정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보다 수출액을 낮게 잡는 것도 쉽지 않는 만큼 이를 반영한 수치가 구체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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