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하며 법안 철회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이 동의자 15만 명을 넘기며 국회 심사 절차에 본격 진입했다.
12일 국회 전자청원 시스템에 따르면 '국가보안법 폐지 철회에 관한 청원'은 동의 시작 나흘 만에 15만5천여 명의 동의를 얻어 상임위원회 심사 요건을 충족, 지난 8일 법제사법위원회로 공식 회부돼 현재 위원회 심사 단계에 있다.
청원인은 대한민국이 여전히 정전 상태의 분단국가이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사이버 공격, 간첩 활동 등이 계속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국가보안법 폐지는 "국가의 최소한의 방어 장치를 해체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표현의 자유와 같은 권리 문제와는 별개로 간첩 행위·국가 전복 선동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청원 취지에 담겼다.
전자입법예고 게시판과 관련 온라인 여론을 살펴보면 반대 의견이 적지 않다. 게시물 다수는 국가보안법 폐지가 국가 안보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간첩 활동을 조장하는 것이냐", "국가를 통째로 넘기려는 것이냐"는 강한 표현까지 등장하는 등 격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법안 명칭과 발의 취지를 둘러싼 조롱·비판성 글들도 잇따르고 있다.
정치권 반응도 대립적이다. 국민의힘은 여권 주도의 국가보안법 폐지 시도에 강하게 반발하며 대체 입법 없이 폐지만 추진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조용술 대변인은 "사회적 합의 없이 국가보안법을 강행하면 강한 반발과 후폭풍이 뒤따를 것"이라며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다수가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간첩 존재에 대한 응답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특히 대체 입법 없이 폐지할 경우 의도가 불순하게 비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과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 진보당 윤종오 원내대표 등 범여권 발의자들은 국가보안법이 제정 당시 치안유지법 계승이라는 비판을 받아왔고, 사상·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온 '악법'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이들은 대부분의 조항이 형법과 기타 현행 법률(예: 남북교류협력법 등)로 대체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법률 구조 개선을 통해 인권과 안보를 균형 있게 재설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민동의청원 제도는 30일 이내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게 되면 국회 상임위원회 심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청원은 요건을 훌쩍 넘긴 만큼 향후 법제사법위원회와 관련 상임위원회에서의 심사·공청회·증인 채택 여부, 추가 여론수렴 과정, 본회의 상정 시기 등 입법 절차가 속도감 있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법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 간 치열한 정치 공방과 사회적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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