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實錄조조] 소설 연재 안내
본 소설은 현 정세의 사건들을 조조, 손권 등의 인물과 탁류파, 청류파 등의 가상 정치 세력으로 치환하여 재구성한 팩션(Faction)물입니다.
서라, 짐짓 '대의를 앞세우나' 실은 사사로운 이익과 권력을 좇는 자들을 탁류파(濁流派)라 칭하고, 그 반대편에서 '청명한 정치를 부르짖으나' 실은 권문세족의 이해를 대변하는 자들을 청류파(淸流派)라 부르노라. 현재 탁류파는 여당인 주민당, 청류파는 야당인 민국의힘이니라. 조조(曹操)는 탁류파의 우두머리이자 대선을 통하여 대권을 잡은 당대 제일의 웅걸 명재이 대통령이다. 조조의 대적이자 청류파가 밀던 인물은 곧 강동의 호랑이라 불리던 손권(孫權, 열석윤 전 대통령)이었다.
천자의 전당에서 피어난 망상(妄想)의 안개
때는 한(漢)의 황제가 선양하고 천하의 판도가 위(魏)의 조조(曹操)가 이끄는 탁류파(濁流派)와, 강동(江東)의 손권(孫權)이 옛 청류파(淸流派)의 지지를 등에 업고 일어섰던 패자(覇者)의 잔존 세력, 그리고 이들의 비합리성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이공(李公, 석준이)의 신흥 세력으로 나뉜 시대였다. 조조 주공(主公)은 천하를 안정시킨 위대한 개혁가였으나, 때로는 정통 학문과 사상을 시험하며 백성의 마음을 붙잡고자 기이한 계책을 펼치곤 했다.
서력(西曆) 2025년, 조조는 허도(許都)의 국가사원(國家史院)을 시찰하였다. 이곳은 동북아의 역사를 기록하고 편찬하는 중차대한 기관이었으며, 원로 학자 향지박이 원장(院長)을 맡고 있었다. 주공 조조는 겹겹이 쌓인 정통 사료(史料)들을 지나치며 원장에게 돌연히 물었다.
"원장, 근래 저잣거리에서 유행하는 《삼황비전(三皇秘典·환단고기를 일컫는 말)》이란 것이 있지 않은가? 환국(桓國)이니 배달(倍達)이니 하여, 그 주장하는 바가 참으로 광대하여 우리 민족의 뿌리가 9천 년을 거슬러 오르고 유라시아 대륙에 걸쳐 있었다 하니, 어찌 통쾌하지 아니한가? 듣자 하니 청류파의 원로들까지도 이 책의 일부에 심취한 이가 있다던데, 그 책이 정녕 진정한 '문헌(文獻)'이 아니란 말인가?"
원장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땀을 훔쳤다. 《삼황비전》은 환인(桓仁)이 일곱 번, 환웅(桓雄)이 열여덟 번, 단군(檀君)이 무려 47대에 걸쳐 천하를 다스렸다는 허황된 상고사(上古史)를 담은 위서(僞書)로, 이미 수많은 학자들이 그 안에 근대 일본에서나 쓰일 법한 '남녀평권', '분권관경제'와 같은 시대착오적인 용어들이 섞여 있음을 증명한 바 있다. 주류 학계는 이 책을 고대사를 복원하는 자료가 아니라, 근현대의 왜곡된 민족주의적 열망이 투영된 '희망사항의 나열'로 치부하였다.
원장은 조심스레 아뢰었다.
"주공, 《삼황비전》은… 그 성립 시기가 고대가 아니며, 서지학적 근거와 고고학적 증거가 정면으로 충돌하여 학계에서는 이미 위작(僞作)으로 판정 내린 지 오래이옵니다. 국정을 운영하시는 주공께서 '문헌'이라 칭하시면, 저희 사원의 연구 기조에 혼란이 초래될까 염려되옵니다."
조조는 잠시 흠칫했으나, 이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학문이란 원래 논쟁 속에 피어나는 법. 그대들이 굳게 믿는 정통 학설이라 할지라도, 백성들의 마음속에 깊이 뿌리내린 또 다른 '역사'가 있다면, 어찌 이를 외면하고 오직 하나의 시각만을 고집할 수 있겠소? 민심을 얻는 것이 곧 천명을 얻는 길 아니겠소!"
이공(李公)의 통렬한 비판, '망상 병자'의 연결고리
이 소식을 들은 젊은 비평가 이공(李公)은 즉시 자신의 SNS(新四書)에 통렬한 논설을 올렸다. 그는 조조의 이 발언을 천하의 합리성을 뒤흔드는 '망언'으로 규정하였다.
"경악스럽다! 《삼황비전》은 필시 위작이며, 그 책의 역사가 진실이라면, 가히 저잣거리의 소설 《삼국연의(三國演義)》 또한 역사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주공 조조께서는 동북공정(東北工程)에 맞서야 할 시기에, 오히려 동북공정보다 더 허황된 '역사 환상'을 국정에 끌어들이려 하는가?"
이공의 비판은 조조 개인을 향한 것 이상이었다. 그는 조조의 '환상 역사론'을 이전의 패자(覇者)였던 손권(孫權, 열석윤 전 대통령)의 '천명 궤변(天命詭辯·부정선거론)'과 연결하여, 당대 모든 권력의 비합리성을 질타하는 회심의 일격으로 삼았다.
"예전에 청류파의 지지를 받으며 군림했던 손권은, 결국 민주적 절차를 거부하고 자신의 패배를 인정치 않으며 '부정선거'라는 천명 궤변에 심취하여 천하의 이목을 어지럽히지 않았던가? 그 비합리적인 망상(妄想)의 끝은 결국 탄핵이라는 파국으로 귀결되었음에도, 이제 천명을 이어받은 조조 주공마저 시대착오적인 허황된 상고사에 현혹되니!"
이공은 자신의 논설에 격앙된 어조로 이렇게 마무리하였다.
"천명 궤변을 믿어 스스로 파멸했던 이전의 패자 다음이, 이제 허황된 비전(秘典)을 믿는 지도자라니, 이 나라의 합리성과 미래가 심히 걱정된다! 탁류파와 청류파를 막론하고, 합리성을 버리고 망상에 기대어 정치를 하는 자는 결국 천하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 논설은 순식간에 천하에 퍼져나갔고, 조조를 지지하는 탁류파 내부에서도 '주공께서 지나치게 여론을 의식하여 불필요한 논쟁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반면, 청류파는 이공의 논설을 들어 조조의 '용감무쌍한 무지함'을 맹렬히 공격하였다.
사관(史官)의 논평
사관(史官)은 붓을 들어 기록한다. 예로부터 패자(覇者)는 종종 자신의 대업을 정당화하기 위해 기이한 상서(祥瑞)나 근거 없는 예언에 기대는 일이 있었다. 손권은 망상에 의지하여 민주적 절차의 부정선거론으로 근간을 흔들었고, 조조는 학문의 객관성을 외면하고 대중적 환상인 환단고기에 영합하려 하였다. 이공의 비판은 단순한 정치적 공격이 아니요, 권력의 속성에 대한 통렬한 경고이다. 즉 검증되지 않은 역사나 사실을 권력이 공인하려 할 때, 그 권력은 이미 합리적 이성을 상실한 '망상 병자'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지도자가 현실을 외면하고 과거의 환상에 집착할 때, 그 종말은 예측된 파국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이것이 《삼국지》가 우리에게 주는 영원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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