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식재료와 직접 닿는 도마는 주방에서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도구 중 하나다. 수분을 머금고 있는 시간이 길고, 음식물 찌꺼기가 표면에 남기 쉬워 미생물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특히 칼질로 생긴 미세한 흠집 사이에는 오염 물질이 끼기 쉽고, 이곳에서 증식한 세균은 식중독을 일으키는 주원인이 된다. 도마는 만들어진 소재에 따라 물리적 특성이 다르므로, 그에 맞는 올바른 세척과 살균 방식을 적용해야 안전하다.
나무 도마는 세제 대신 '베이킹소다·식초'
나무 도마는 표면에 미세한 구멍이 많아 물을 잘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 주방 세제로 씻으면 세제 성분이 나무 틈으로 스며들었다가, 다음 요리를 할 때 식재료에 배어 나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계면활성제가 들어간 세제보다는 천연 세척제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굵은소금을 뿌리고 도마 표면을 문지르면 소금의 입자가 틈새에 낀 이물질을 흡착해 제거한다.
소독 효과를 높이려면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사용한다. 베이킹소다를 도마 위에 뿌려 문지른 뒤 식초를 부으면 화학 반응으로 거품이 일어나며 살균이 된다. 흐르는 물에 헹군 뒤에는 마른행주로 물기를 닦아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말려야 한다. 빠른 건조를 위해 햇볕에 말리면 나무가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다 뒤틀리거나 갈라질 수 있다. 갈라진 틈은 세균의 서식지가 되므로 그늘 건조가 원칙이다.
플라스틱은 '찬물·락스', 실리콘은 '열탕·전자레인지'
가볍고 건조가 빠른 플라스틱 도마는 사용이 편리하지만, 칼에 의해 흠집이 잘 생긴다는 단점이 있다. 흠집 깊숙이 낀 때와 세균을 없애려면 락스를 희석한 물에 담가 소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락스 물에 5분에서 10분 정도 담가두면 틈새까지 살균된다. 이때 뜨거운 물을 부으면 플라스틱이 열에 의해 변형되거나 유해 물질이 나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찬물을 사용해야 한다.
반면 내열성이 강한 실리콘 도마는 열탕 소독이 가능하다. 끓는 물에 넣어 30초 이상 삶으면 세균이 대부분 제거된다. 냄비에 넣기 번거롭다면 전자레인지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도마를 물에 적신 상태로 전자레인지에 넣고 2~3분간 돌리면 수분이 수증기로 변하며 간편하게 살균할 수 있다. 다만, 전자레인지 사용 전 도마의 내열 온도를 확인해야 한다.
용도 구분하고, 1년 지나면 미련 없이 교체
세척만큼 중요한 것은 식재료에 따라 도마를 나누어 쓰는 '용도 분리'다. 육류나 생선 같은 익히지 않은 재료를 손질한 도마에 씻지 않고 곧바로 채소를 썰면 '교차 오염'이 발생한다. 이는 식재료 간에 세균이 옮겨가는 현상으로, 식중독 발생 위험을 크게 높인다. 따라서 육류용, 생선용, 채소용 도마를 따로 갖춰 쓰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도마의 앞뒷면을 구분해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도마는 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도구가 아니다. 아무리 깨끗하게 씻어도 오래된 도마의 깊은 칼자국에 침투한 세균은 완벽하게 제거하기 어렵다. 따라서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사용 기한을 1년 정도로 잡고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년이 되지 않았더라도 표면에 흠집이 심하게 나거나, 색이 변하고 냄새가 배었다면 미련 없이 새것으로 교체해야 위생적이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