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철씨 별세에 고려대 학생·동문 잇따라 추모…"우리들의 아저씨"
가게 앞엔 조화·편지…"덕분에 행복했습니다. 베풀며 살겠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선 기자 = 13일 세상을 떠난 고려대 명물 '영철버거' 이영철씨의 빈소가 마련된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에는 고려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고인은 학생들에게 단순히 학교 앞 버거집 사장님이 아니었다. 그는 '영철 장학금'을 학생들에게 지급하고 동아리를 물심양면 지원하는 등 학생들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고려대 졸업생 전탁현(27)씨는 "사장님께서 고려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길거리 농구대회를 매년 열어주셔서 대회를 계기로 자주 얘기를 나누며 친해졌다"고 말했다. 대회 이름은 '영철배 농구대회'였다고 한다.
그는 "농구대회가 끝나면 식당 안에서 소고기도 구워주시고 평소 학생들에게 베푸는 걸 전혀 아까워하지 않으셨던 분"이라며 "여러 가지로 많이 챙겨주셨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졸업생 서준영(28)씨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가게에서 회식을 자주 했는데 사장님께서 늘 친절하게 맞이해 주시고 고민도 들어주셨다"며 "지난해 아프시고부터 가게를 쉬시는 경우가 많다고 전해 들어 쾌유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부고 소식을 들어 안타깝다"고 말끝을 흐렸다.
고려대 기계공학부 동아리 '어울수레' 소속 학생 4명도 빈소를 찾았다.
김형섭(20)씨는 "사장님이 동아리에 지원금도 많이 주시고 동아리 회식 때도 잘 챙겨주셨다"면서 "동아리 방과 강의실이 멀다 보니 전기 자전거도 너희 쓰라면서 흔쾌히 주셨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김연우(20)씨는 자신의 이름도 기억해준 분으로 고인을 기억했다.
김씨는 "가게 앞을 지나가면 인사만 드려도 '연우 요즘에 잘하고 있지' 하며 말을 걸어주셨다"며 못내 이별을 아쉬워했다.
빈소 앞은 고려대 학생과 동문 등이 보낸 근조화환이 늘어섰다.
고려대 출신 수학강사 김현욱씨는 "천국에서 편히 쉬소서"라고 적힌 조화를 빈소로 보냈다.
김씨는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도 글을 올려 "2015년 영철버거가 경영난으로 폐업했을 당시 모은 돈을 주저 없이 크라우드 펀딩에 넣었던 기억이 난다"며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가게에) 못 찾아간 게 아쉽고 죄송하다. 학교를 위해 물심양면 힘써 주심에 너무 감사했다"고 적었다.
이 밖에 학생들은 "사장님과의 추억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우리들의 영철 아저씨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등의 추모 글을 이어갔다.
온라인 부고장에도 오후 9시 50분까지 700여개의 글이 올라왔다.
한 졸업생은 "정말 정말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 학식도 먹기 힘들 때 천원으로 영철버거를 우걱우걱 먹었다"며 "정말 춥고 연약했던 저의 대학 시절을 배불리 지켜주셔서 감사하다"고 추모했다.
이씨의 가게 앞에는 조문객들이 놓고 간 조화가 놓였다.
한 졸업생이 두고 간 꽃다발에는 "항상 감사했습니다. 말씀대로 베풀며 살겠습니다.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아껴주셔서 고마웠습니다"라고 적힌 편지가 눈에 띄었다.
무일푼으로 시작해 1천원짜리 '영철버거'를 고려대 명물로 일궈낸 고인은 이날 5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폐암 투병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고려대 앞 손수레에서 1천원짜리 버거 장사를 시작한 고인은 한때 전국 가맹점 수십 곳을 이끌 정도로 사업을 번창시켰다.
그는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버거 가격을 올리지 않았고 고려대에는 매년 2천만원을 기부해 장학금을 지급했다.
고인의 가게는 2015년 재정난을 못 이겨 한 차례 폐업했으나 고대생 2천500여명이 온라인으로 6천800여만원을 모아 재개업하기도 했다.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102호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5일 오전 6시 30분이다. 장지는 서울시립승화원이다.
ys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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