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를 손질할 때 습관적으로 버려지던 뿌리가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하얀 줄기나 초록색 잎보다 뿌리에 영양분이 더 많이 응축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의학에서는 대파 뿌리를 '총백(蔥白)'이라 부르며, 맵고 따뜻한 성질을 이용해 초기 감기를 잡는 약재로 쓴다. 그동안 무심코 버렸던 대파 뿌리는 겨울철 면역력을 지키는 핵심 식재료다.
혈액순환 촉진과 피로 회복, 잎보다 많은 '알리신'
대파 뿌리에는 매운 향을 내는 '알리신' 성분이 잎이나 줄기보다 두 배 이상 많이 들어있다. 이 성분은 혈관을 넓혀 혈액순환을 돕고, 신경을 안정시켜 불면증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알리신은 체내에서 비타민 B1과 결합해 '알리티아민'으로 변하는데, 이는 피로 물질인 젖산 생성을 막고 신진대사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환절기나 겨울철에는 천연 감기약이 된다. 한의학 문헌에 따르면 대파 뿌리는 땀구멍을 열어 땀을 배출시키는 효과가 강하다. 오한이 들거나 맑은 콧물이 흐르는 초기 감기 증상이 있을 때 섭취하면 체온을 높여 증상을 가라앉힌다. 더불어 노화를 막는 폴리페놀 성분이 풍부해 몸속 나쁜 산소를 없애고 폐와 호흡기 기능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준다.
흙 제거가 관건, 불리고 씻어 '냉동' 보관
대파 뿌리를 버리는 가장 큰 원인은 뿌리 사이사이에 엉겨 붙은 흙과 이물질이다. 흐르는 물에 가볍게 헹구는 것만으로는 미세한 흙먼지가 빠지지 않아, 요리했을 때 흙 냄새가 나거나 식감을 망칠 수 있다. 이를 막으려면 대파 뿌리를 자를 때 흰 줄기 부분을 1cm 정도 남겨 잘라낸 뒤, 물에 30분 이상 담가 불려야 한다. 말라붙은 흙이 불어나면 칫솔을 사용하거나 양손으로 비벼 씻어낸다.
잔류 농약이나 미세 먼지까지 확실하게 없애려면 베이킹소다나 밀가루를 푼 물에 헹구는 과정이 필요하다. 세척을 마친 뿌리는 채반에 받쳐 물기를 완전히 말려야 한다. 수분이 남은 상태로 보관하면 곰팡이가 생기거나 얼음 결정이 낄 수 있다. 물기를 제거한 뿌리는 지퍼백이나 밀폐 용기에 담아 냉동실에 보관한다. 이렇게 처리해 두면 한 달 이상 신선한 상태가 유지되어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다.
육수 잡내 잡고 차(茶)로 끓여 마신다
대파 뿌리는 국물 요리에서 비린내와 잡내를 잡는 데 탁월하다. 육류나 생선을 삶을 때 뿌리를 넣으면 알리신 성분이 고기의 누린내와 생선의 비린내를 공기 중으로 날려 보내고, 국물 맛을 개운하게 만든다. 멸치 육수, 콩나물국, 수육 등을 만들 때 함께 넣고 끓이면 화학 조미료 없이도 깊은 감칠맛을 낼 수 있다.
감기 기운이 있거나 몸이 찰 때는 '총백차'를 만들어 마시는 방법이 있다. 세척한 대파 뿌리 3~4개에 생강 한 쪽과 대추를 넣고 물 1L와 함께 30분간 끓인다. 대파 뿌리의 매운맛과 생강의 열성이 만나 체온을 빠르게 높여준다. 기호에 따라 배를 함께 넣으면 단맛이 더해져 마시기 편하다. 다만, 오래 끓이면 알리신 성분이 파괴될 수 있으므로 30분 이내로 조리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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