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 미국 의회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엔비디아 첨단 인공지능(AI) 칩 ‘H200’의 중국 수출 허용 결정에 대해 잇따라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자국의 AI 전략 우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현지시간)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존 물레나(공화·미시간) 의원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H200의 중국 수출 승인 배경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물레나 위원장은 “중국 기업에 최첨단 칩 판매를 허용하는 것은 트럼프 1기 행정부가 구축한 전략적 우위를 약화할 위험이 있다”며 “중국이 자국산보다 앞선 칩을 대량으로 확보하게 되면 미국의 AI 산업 지배력 유지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는 그동안 대중국 수출 확대를 요구해 왔다. 중국 화웨이가 엔비디아 칩과 맞먹는 성능의 AI 칩 ‘910C’를 개발하는 등 중국이 제재를 우회해 기술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는 만큼, 오히려 중국을 미국산 첨단 칩에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 AI 주도권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물레나 위원장은 엔비디아가 로비 과정에서 화웨이 AI 칩의 성능을 과장했다며, H200 수출 허가의 전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는 910C 칩이 중국 본토가 아닌 대만 TSMC에서 생산됐다는 점이 판단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미 상무부의 수출 통제 위반 판단으로 화웨이는 차세대 칩인 ‘910D’를 TSMC에 위탁 생산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910D는 중국 내 생산이 불가피해 성능이 910C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물레나 위원장의 주장이다. 화웨이는 설계 역량은 뛰어나지만, 생산은 파운드리에 의존하는 구조다.
물레나 위원장은 또 중국 AI 기업 딥시크가 모델 학습에 밀수된 엔비디아 칩을 사용하고 있다는 최근 보도를 언급하며, 중국의 ‘AI 반도체 굴기’가 과대 평가됐다고 주장했다.
H200의 중국 수출 허용에 대한 우려는 초당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공화당의 피트 리케츠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장과 민주당의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을 포함한 상원의원 6명은 최근 H200의 중국 수출을 30개월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H200은 물론 차세대 AI 칩 ‘블랙웰’의 대중 수출도 제한된다.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불만이 적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개 비판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로 신중한 분위기다. FT는 “의회 사정에 정통한 인사들에 따르면 공화당 역시 이번 결정에 크게 실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역풍을 우려해 비판을 주저하고 있다”고 전했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