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들에게 전해진 '희소식'... 우울증 치료 신기원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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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환자들에게 전해진 '희소식'... 우울증 치료 신기원 열렸다

위키트리 2025-12-13 11:02: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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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우울증 치료 시장에 새 장이 열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집에서 사용할 수 있는 우울증 치료 기기를 역사상 처음으로 승인했다. 스웨덴 회사 플로 뉴로사이언스(Flow Neuroscience)가 개발한 이 헤드셋은 머리에 쓰면 뇌에 약한 전기 자극을 가해 우울증 증상을 완화한다.

12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 블룸버그 등 미국 언론 보도와 플로 뉴로사이언스의 발표에 따르면 FDA는 주요우울장애(MDD) 치료를 위한 가정용 뇌 자극 장치 플로(Flow FL-100)를 승인했다. 이번 승인으로 미국 의사들은 중등도에서 중증 우울증을 앓는 성인 환자에게 약물이 아닌 치료법을 처방할 수 있게 됐다.

플로 / 플로 뉴로사이언스 홈페이지

플로 뉴로사이언스의 에린 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FDA 승인은 우울증 치료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기존의 약물치료에서 부작용이 최소화된 기술 기반 치료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이 헤드셋은 '경두개 직류자극(tDCS)'이라는 기술을 사용한다. 경두개 직류자극은 머리 밖에서 두개골을 통해 뇌에 약한 전류를 보내는 방식이다. '경두개'는 '두개골을 통해서'라는 뜻이고, '직류자극'은 '한 방향으로 흐르는 전기 자극'을 의미한다.

헤드셋은 이마에 대는 2개의 패드를 통해 전기 자극을 전달한다. 이 전류는 뇌의 '전전두엽 피질'이라는 부위를 자극한다. 전전두엽 피질은 기분 조절과 스트레스 반응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다. 우울증 환자의 경우 이 부위의 활동이 감소돼 있다. 구체적으로는 왼쪽 전전두엽 피질에 양극(+) 전극을, 오른쪽 전전두엽 피질에 음극(-) 전극을 부착한다.

플로 / 플로 뉴로사이언스 홈페이지

이 기기가 작동하는 원리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 뇌의 신경세포들은 전기 신호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우울증 환자의 경우 기분을 조절하는 뇌 영역의 신경세포 활동이 약해져 있다. tDCS 헤드셋은 1~2밀리암페어(mA)의 매우 약한 전류를 뇌에 흘려보낸다. 이 전류는 신경세포가 전기 신호를 발생시키는 문턱값을 낮춰 신경세포들이 더 쉽게 활성화하도록 돕는다.

양극 자극은 신경세포의 막 전위를 탈분극 쪽으로 이동시켜 뇌 피질의 흥분성을 높인다. 쉽게 말해 신경세포들이 더 활발하게 활동하도록 만든다. 반대로 음극 자극은 신경세포의 막 전위를 과분극 쪽으로 이동시켜 신경세포의 활동을 억제한다. 이런 방식으로 뇌의 불균형을 바로잡아 우울증 증상을 완화하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 전류가 직접 신경세포를 자극해 신호를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미 활동하고 있는 신경세포들의 활동 패턴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마치 음량을 조절하듯이 뇌 활동의 강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방식이다. 또한 자극 효과는 즉시 나타날 뿐 아니라 자극이 끝난 후에도 한동안 지속된다.

플로 / 플로 뉴로사이언스 홈페이지

이 기술은 뇌의 '신경가소성'을 활용한다. 신경가소성이란 뇌가 경험과 학습에 따라 변화하고 적응하는 능력을 말한다. tDCS는 장기강화(LTP)와 유사한 메커니즘을 통해 신경세포 간 연결을 강화해 우울증으로 약해진 뇌 회로를 회복한다.

환자는 매회 30분씩 처음 3주 동안은 주 5회, 이후 7주 동안은 주 3회 착용하는 식으로 총 10주 동안 치료받는다. 미국에서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 헤드셋과 함께 제공되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블루투스로 기기를 연결하고, 기분, 수면, 집중력, 식욕 등을 기록하며 증상 개선을 추적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이 기기를 내년 2분기(4~6월) 중 미국에서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리 CEO는 헤드셋 가격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약 500달러(약 74만 원)에 판매될 것이라고 밝혔다. 헤드셋 기기 자체는 한 번 구매하면 되지만, 이마에 대는 패드는 교체형이어서 계속 구매해야 한다. 회사 측은 현재 보험사들과 보험 적용에 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FDA 승인의 근거가 된 것은 지난해 발표된 임상시험 결과다. 이 연구는 미국과 영국에서 진행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으로, 주요우울장애 환자 174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실제 자극을 받는 그룹과 가짜 자극을 받는 그룹으로 나뉘어 10주 동안 치료를 받았다.

연구 결과 실제 자극을 받은 그룹이 가짜 자극을 받은 그룹보다 우울증 증상이 훨씬 더 많이 개선됐다. 10주 후 실제 자극 그룹의 58%가 우울증이 완화돼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 이는 가짜 자극 그룹보다 2~3배 높은 수치다. 또한 이미 항우울제를 복용 중이거나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도 이 헤드셋을 함께 사용했을 때 추가 효과를 봤다.

회사 측의 실사용 데이터에 따르면 사용자의 77%가 빠르면 3주 이내에 증상 개선을 경험했다. 플로 뉴로사이언스의 최고의료책임자(CMO) 쿨타르 가르차 박사는 "이전에는 병원에서만 받을 수 있던 치료를 이제 집에서 받을 수 있게 됐다"며 "효과적인 우울증 치료의 접근성을 확대하는 확장 가능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기는 이미 2019년부터 유럽연합(EU), 영국, 스위스, 홍콩 등에서 승인받아 사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5만5000여 명이 이 기기를 사용했으며, 영국의 여러 국민건강서비스(NHS) 병원에서도 의사들이 처방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처방전이 필요한 의료기기로 분류됐다.

부작용은 대부분 경미하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피부 관련 증상으로, 패드를 대는 부위의 발적, 가려움, 따끔거림, 경미한 화상 등이다. 일부 사용자는 두통을 경험하기도 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플로를 사용한 2만 명 이상의 사용자 중 5% 미만이 부작용을 보고했다. 이런 부작용은 보통 몇 시간에서 며칠 내에 사라지며, 많은 사용자가 사용을 계속하면서 부작용이 줄어들거나 사라진다고 한다.

다만 모든 사람이 이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두개골에 문제가 있거나 뇌 안이나 주변에 금속 부품(뇌 수술 클립, 두개골의 금속판이나 나사, 인공와우, 파킨슨병 치료용 뇌 박동 조율기 등)이 있는 경우, 간질이나 발작 병력이 있는 경우에는 사용하기 전에 반드시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임신 중인 경우에도 의사와 상담이 필요하다. 다만 틀니가 있어도 사용에는 문제가 없다.

tDCS 기술은 25년 이상의 연구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수백 건의 임상시험에서 안전성이 검증됐다. 9000건 이상의 논문이 발표됐으며, 우울증 치료뿐 아니라 뇌졸중 회복, 통증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도 tDCS가 우울증 치료에 대한 안전성 우려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밝혔다.

보스턴대학교의 로버트 라인하트 부교수는 "tDCS는 개념적으로 유망하다"면서도 "20년 이상 연구됐지만 증거 기반은 엇갈린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3년 의학 저널 란셋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tDCS가 우울증 치료에서 위약보다 나은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반면 플로 뉴로사이언스가 후원한 연구를 포함한 다른 연구들에서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라인하트 부교수는 "약물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에게 약물이 아닌 선택지를 확대한다"며 "더 많은 접근 가능한 치료법이 절실히 필요한 분야에서 치료 환경을 확장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치료 도구 상자를 의미 있게 확장하는 것"이라며 "장기 효과를 확립하기 위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FDA는 승인 문서에서 "헤드셋의 이점은 적당한 수준이지만 발생 가능한 위험을 능가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FDA는 두통과 피부 자극을 가능한 위험 중 하나로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우울증이 심각한 건강 문제다. 2013년 미국 보건복지부 연구에 따르면 약 1,600만 명의 미국 성인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 다른 연구에서는 성인과 청소년의 우울증이 약 13.1%까지 증가했으며, 이들 중 87.9%가 우울증 증상이 가정, 직장 또는 사회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지난 10년간 우울증 환자는 60% 증가했다.

문제는 약 3분의 1의 환자가 항우울제에 반응하지 않으며, 많은 환자가 부작용 때문에 약물 치료를 중단한다는 점이다. 플로 뉴로사이언스는 이런 환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공하고자 한다.

회사의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과학책임자인 다니엘 몬손은 "유럽에서 기기를 출시한 지 6년 이상 동안 임상시험, 동료 심사를 거친 연구, 실제 사례 보고를 통해 증거 기반을 구축해왔다"며 "미국에서 FL-100의 승인으로 수백만 명의 환자에게 접근 가능하고 효과적인 비약물 치료 옵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또한 이 기술을 다른 분야로 확대할 계획이다. 양극성 장애, 외상성 뇌손상, 통증, 중독 치료를 위한 추가 임상시험을 계획 중이다. 실제로 초기 데이터에 따르면 플로 사용자의 약 66%가 불안감 감소를 보고했다. 우울증과 불안이 흔히 함께 나타나기 때문에 이는 고무적인 결과다.

블룸버그는 일론 머스크의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를 비롯해 여러 기업이 사람 뇌에 컴퓨터 칩을 심어 신체 마비나 시력 상실을 극복하는 기술을 경쟁적으로 개발 중인 가운데, 뇌 자극 치료 전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뇌 자극 기술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tDCS 외에도 경두개 자기자극(TMS)이라는 기술이 있는데, 이는 자기장을 이용해 뇌를 자극한다. TMS는 이미 미국에서 우울증 치료에 승인받아 사용되고 있지만, 병원에서만 받을 수 있고 주당 여러 번 방문해야 한다. 반면 tDCS는 집에서 사용할 수 있어 접근성이 훨씬 높다.

전문가들은 이번 FDA 승인이 정신 건강 치료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전통적으로 우울증 치료는 항우울제나 심리치료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최근 신경과학 연구는 우울증이 단순한 화학적 불균형이 아니라 더 복잡한 뇌 활동 패턴의 문제임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뇌 활동을 직접 조절하는 것이 효과적인 접근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정신 건강과 신경조절 기술은 최근 몇 년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연구자들과 제조업체들은 기분, 불안, 인지 기능과 관련된 뇌 활동을 조절하는 전기 또는 자기 자극을 전달하는 기기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집에서 사용할 수 있고 원격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기로의 전환이 두드러진다.

이런 시스템들은 흔히 모바일 앱, 증상 추적 도구, 의사용 대시보드를 통합해 디지털-치료 하이브리드 모델을 구현한다. 벤처 투자자들도 디지털 정신 건강과 신경 기술 분야에 계속 투자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AI 기반 진단부터 VR 기반 노출 치료까지 다양한 기술로 FDA 승인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경 자극, 웨어러블 센서, 소프트웨어 기반 모니터링의 융합은 각 환자의 신경생물학적 프로필에 맞춰 치료를 조정하는 '정밀 정신의학' 도구의 새로운 세대를 이끌고 있다. 플로의 승인은 증거의 질이 향상됨에 따라 규제 당국이 이런 기술들을 점점 더 받아들이고 있다는 신호다.

전문가들은 더 많은 기기가 실제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함에 따라, 집에서 사용하는 신경 조절 기술이 특히 전통적인 약물을 견디지 못하거나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을 위한 우울증 치료 접근성을 확대하는 데 점점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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