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만사>
|
[신유한 세무회계 유한 대표 세무사] 세무사님, 배당 분리과세가 생기면 저도 세금 좀 줄어드는 건가요?”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어 매년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오던 고객이 정부가 내년부터 배당소득을 분리과세하기로 했다는 뉴스를 보고 사무실을 찾았다.
직장인 박 과장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배당주에 투자해 현재 연간 배당소득만 3000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박 과장이 이번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으로 체감할 수 있는 절세 효과는 거의 없다.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는 이자·배당소득을 합한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을 초과하면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등 다른 소득과 합산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이 경우 소득 구간에 따라 최고 45%(지방소득세 포함 49.5%)의 누진세율이 적용될 수 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연 2000만원을 초과하는 배당소득을 종합소득에 합산하지 않고 별도의 세율로 과세하는 방식이다. 내년부터는 연 2000만원까지 14%, 2000만원 초과~3억원 이하는 20%, 3억원 초과~50억원 이하는 25%, 50억원 초과는 30%의 세율이 적용된다. 다만 배당성향 40% 이상이거나, 배당성향 25%이면서 전년 대비 배당을 10% 이상 늘린 고배당 기업의 배당에 한해 적용된다.
|
◇ 연봉 6000만원·배당소득 3000만원 박 과장은 감세 ‘0원’
연간 근로소득 6000만원, 배당소득 3000만원을 보유한 박 과장의 사례를 보면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일반 투자자에게 체감 효과가 크지 않은 이유가 분명히 드러난다.
박 과장이 근로소득만 있을 경우 부담해야 하는 세액은 약 362만원이다. 여기에 배당소득 3000만원을 합산해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적용하면 산출세액은 782만원으로 늘어난다.
겉으로 보면 세 부담이 크게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명목상 계산에 불과하다. 배당소득에는 이미 420만원의 세금이 원천징수돼 있고, 여기에 배당세액공제 25만원을 적용하면 최종 납부세액은 다시 362만원으로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배당소득이 추가됐음에도 불구하고 박 과장이 실제로 더 부담해야 할 세금은 없었던 셈이다. 배당소득이 있는 일반 근로자의 경우 종합과세 대상이 되더라도 이미 원천징수와 세액공제로 상당 부분 세금이 정산돼 추가 납부세액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구조다.
근로소득이 연 7000만원 정도까지는 공제가 많아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을 보기 쉽지 않아 보인다.
◇사업소득 3억, 배당소득 3억 버는 최 원장은 4100만원 절세
반면 고소득자의 경우 배당소득 분리과세 효과는 확연히 다르다. 동네 의원을 운영하는 개업의 최 원장은 연간 사업소득 3억원에 더해 배당소득도 3억원이나 된다.
금융소득을 종합과세에 포함할 경우 배당소득은 사업소득과 합산돼 종합소득세 누진세율(6~45%)이 적용된다. 이 과정에서 상당 부분이 최고세율 구간에 걸리면서 종합소득세 산출세액과 배당 원천징수세액을 합한 전체 세 부담은 약 1억94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배당소득을 종합과세에서 제외하고 분리과세를 적용하면 과세 구조가 달라진다. 배당소득이 빠지면서 종합과세 대상은 사업소득 3억원만 남고, 누진세율을 적용한 실효세율은 약 31% 수준으로 낮아진다. 이에 따른 종합소득세는 약 9400만원이다.
배당소득 3억원은 종합소득에 합산되지 않고 별도로 과세되며, 2000만원 초과~3억원 이하 구간에 해당해 분리과세 세율 20%가 적용된다. 이에 따른 배당소득세액은 약 5900만원이다.
결과적으로 최 원장의 전체 세 부담은 약 1억5300만원으로 줄어든다. 금융소득을 종합과세했을 때와 비교하면 약 4100만원의 절세 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배당에 대한 과세 자체를 줄여주는 제도가 아니라, 배당소득에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것을 차단하는 구조여서 이미 고율의 누진세율을 적용받는 고소득자일수록 절세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내국법인의 배당을 늘리고 국내 주식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에서 도입한 제도다. 그러나 박 과장과 최 원장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실제로 숫자를 하나하나 따져보면, 그 효과가 모든 투자자에게 고르게 돌아가지는 않는다. 이미 종합과세에서도 추가로 납부할 세금이 없는 일반 투자자보다, 최고세율 구간에 있는 고소득 자산가나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의 대주주에게 절세 효과가 집중되는 구조다.
배당을 많이 받는다고 해서 세금이 자동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번 제도가 기업들의 배당 확대를 유도하고, 그 결과 시장 유동성이 조금이나마 개선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절세는 늘 그렇듯, 제도보다 자신의 숫자를 먼저 들여다보는 데서 시작된다.
|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