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치는 주먹이 내 얼굴로 향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벽을 치는 주먹이 당신의 얼굴로 향한느데 까지 걸리는 시간은 머지 않았다.

격한 말다툼 끝에 정적이 흐르는가 싶더니, 갑자기 귀를 찢는 듯한 굉음이 들린다. “쿵!” 그의 주먹이 당신의 머리 바로 옆 벽을 강타했다.

하얀 벽지에는 움푹 패인 자국이 생겼고, 그의 손등에서는 붉은 피가 배어 나온다. 놀란 당신이 얼어붙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낮게 으르렁거린다.

“너 안 때리려고 참은 거야. 내가 지금 얼마나 참고 있는지 알아?”

당신은 공포에 질린 와중에도 묘한 안도감을 느낀다. 그래도 나를 때리지는 않았구나. 그가 화를 참기 위해 벽을 쳤구나. 자신의 손이 다칠지언정 나를 보호했구나.

이것은 비극적인 착각이다. 그가 벽을 친 것은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당신에게 “나는 언제든 너를 이렇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시각적, 청각적으로 각인시키기 위한 무력시위다.

벽에 꽂힌 주먹과 당신의 얼굴 사이의 거리는 불과 10센티미터. 그 간격이 좁혀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폭력의 영점 사격

군대에서 사격을 하기 전, 총의 조준점을 맞추는 과정을 ‘영점 사격’이라 한다. 처음에는 표적지 외곽을 맞추다가 점점 중앙으로 탄착군을 좁혀간다. 벽을 치는 행위는 바로 이 영점 사격과 소름 끼치도록 닮았다.

폭력에는 관성이 있다. 처음에는 문을 쾅 닫는 것으로 시작해, 다음에는 물건을 던지고, 그다음에는 벽을 친다. 에너지는 점점 더 파괴적인 방향으로 진화한다.

그가 벽을 쳤을 때 당신이 공포에 질려 입을 다물었다면, 그는 무의식적으로 학습한다. ‘아, 큰 소리를 내고 힘을 과시하면 상황이 종료되는구나.’ 이 성공 경험은 그의 뇌에 강렬하게 입력된다.

다음 싸움에서 그는 더 빠르고, 더 강한 방법을 찾을 것이다. 벽으로 해소되지 않는 분노의 역치는 점점 높아진다. 결국 그 주먹의 궤적은 말을 듣지 않는 벽이 아니라, 공포에 질린 당신의 얼굴로 수정될 수밖에 없다.

그는 지금 빗나간 주먹을 날린 것이 아니다. 정확하게 당신의 공포심을 명중시켰고, 다음 타격을 위한 거리를 재고 있는 것이다.

통제된 분노의 기만

많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변호하며 이렇게 말한다. “평소엔 다정한데, 화가 나면 눈이 뒤집혀서 그래요.” “자기도 모르게 우발적으로 그런 거예요.”

하지만 벽을 치는 행위는 결코 우발적이지 않다. 정말로 이성을 잃고 눈이 뒤집힌 사람은 자신의 주먹이 벽으로 향하는지, 사람으로 향하는지 구분하지 못한다. 닥치는 대로 부수고 때려야 정상이다.

하지만 그는 정확히 당신의 신체를 비껴가 벽을 쳤다. 이것은 그가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도 ‘너를 때리면 경찰이 온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는 이성을 잃은 짐승이 아니다. 어디까지가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선인지, 어디까지가 당신을 제압할 수 있는 적정선인지 본능적으로 계산하고 행동하는 교활한 사냥꾼이다.

그는 자신의 분노를 ‘통제’하고 있다. 단지 그 통제의 목적이 평화가 아니라, 당신을 더 효과적으로 굴복시키기 위함일 뿐이다. 그러니 “너 때문에 손이 다쳤다”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그에게 연민을 느끼지 마라.

그 상처는 당신을 지키려다 생긴 훈장이 아니라, 당신을 위협하려다 생긴 폭력의 부산물이다. 깨진 벽지는 다시 도배하면 그만이지만, 그날 당신의 뇌리에 박힌 공포는 평생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가 된다.

굉음이 들리면 도망쳐라

벽을 치는 행위는 명백한 신체적 위협이다. 법적으로도 이는 협박죄나 폭행죄에 해당할 수 있는 범죄 행위다. 사랑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주먹을 휘드르는 행동에 ‘실수’나 ‘우발적’이라는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 된다.

오늘 그가 주먹으로 벽을 쳤다면, 그것은 내일 당신을 칠 수 있다는 예고장이다. 물건이 부서지고 벽이 파이는데, 사람의 몸만 멀쩡할 것이라는 기대는 도박에 가깝다.

“다시는 안 그럴게”라는 말은 믿지 마라. 폭력의 고삐가 한 번 풀린 사람은 다시 그 고삐를 조이는 법을 모른다. 아니, 조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이미 당신은 그의 위협 앞에 무력해졌기 때문이다.

그의 주먹이 벽을 떠나 당신에게 닿기까지, 남은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그 끔찍한 타격음이 당신의 비명으로 바뀌기 전에 그 방을 나와야 한다.

벽을 치는 소리가 들린다면, 그것은 그가 화를 참는 소리가 아니다. 당신에게 보내는 마지막 탈출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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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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