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밥상에 올리는 울외장아찌는 차가운 계절에도 입맛을 깨우는 깊은 단맛과 아삭한 식감이 매력이다.
울외는 단단한 껍질과 낮은 수분을 지닌 박과 식재료로, 오래 저장해도 쉽게 무르지 않아 예부터 겨울 반찬으로 사랑받았다. 참외와 비슷한 외형이지만 맛은 훨씬 담백하고 은은하다. 생으로 먹으면 크게 강한 향은 없지만, 장아찌로 숙성하면 감칠맛이 응축되며 밥과 찰떡궁합을 이루는 반찬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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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외는 여름에 수확한 뒤 서늘한 그늘에서 오래 건조하면 겨울까지 보관할 수 있다. 껍질이 단단해 부패 속도가 느리고, 수분이 적어 장아찌로 담갔을 때 양념이 과하게 스며들지 않고 균형 있게 배어드는 특징이 있다. 한입 베어 물었을 때 단단하지만 질기지 않은 식감이 오래 씹어도 유지되고, 숙성을 거치면 조직이 더욱 단정하게 잡혀 아삭함이 살아난다. 이 특성 덕분에 ‘겨울 저장 식재료’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울외는 과육 내 섬유질이 많아 포만감을 높이고 소화를 돕는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장아찌 형태로 만들면 짠맛·단맛·감칠맛이 동시에 살아 입맛을 돋우고, 속이 더부룩할 때 한두 점 먹으면 부담 없이 속을 달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옛 조리 관습도 전해진다. 칼로리가 높지 않아 기름진 반찬보다 가볍게 즐길 수 있고, 김장철 이후 단조로워지는 겨울 밥상에 변화를 주는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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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외장아찌는 손질 단계가 중요하다. 먼저 겉껍질을 가볍게 긁어내고 반으로 갈라 씨를 제거한 뒤 적당한 크기로 썬다. 이후 소금을 뿌려 하루 정도 숨을 죽여야 양념이 고르게 스며든다. 이때 빠져나온 수분 덕분에 식감은 더욱 단단하고 아삭하게 변한다. 기본 양념장은 간장, 식초, 설탕, 물을 비율 맞춰 끓여 식힌 뒤 울외에 붓는 방식이다. 지역과 가정마다 고추씨나 매실액, 조청을 더해 달큰함과 깊은 풍미를 살리기도 한다. 며칠만 지나도 바로 먹을 수 있지만, 한 달 이상 숙성하면 특유의 깊은 단맛이 살아나고 밥도둑 반찬으로 완성된다.
일본에서도 울외는 ‘우리(瓜)’의 한 종류로 분류돼 오래전부터 절임 반찬으로 활용됐다. 한국이 주로 간장 절임을 즐긴다면, 일본은 된장이나 누룩에 절이는 ‘미소즈케’ 방식이 흔하다. 간사이 지방에서는 된장의 구수함이 울외의 담백함과 만나 부드럽고 진한 풍미를 만든다. 일본식 울외 절임은 단맛이 강하고 식감이 부드럽게 숙성되는 편이어서, 한국의 아삭한 울외장아찌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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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울외장아찌를 가장 활발하게 즐기는 지역은 전북 군산이다. 군산과 주변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울외 재배가 이어져 왔고, 가정마다 겨울 반찬으로 울외장아찌를 담그는 전통이 남아 있다. 시장에서도 가을 이후 울외장아찌가 흔히 판매될 만큼 지역 음식 문화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군산 사람들에게 울외장아찌는 ‘겨울이 오면 어김없이 담가야 하는 반찬’이라는 인식이 강해, 지역 특산 음식에 가까운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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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식탁에서 잘 보이지 않던 울외장아찌는 최근 집밥과 발효·절임 음식이 다시 관심을 받으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인공 양념 없이도 깊은 풍미를 만들 수 있고, 오래 보관해도 맛이 쉽게 변하지 않는 장점 덕분이다. 입맛이 없을 때 밥을 부르고, 겨울철 반찬이 단조로울 때 깊이를 더해주는 역할을 하며 새로운 세대들에게도 서서히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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