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 = 태국 방콕/ 박수연 기자] T1이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최고 권위의 세계 대회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PUBG Global Championship, 이하 PGC)'에서 그랜드 파이널 첫날부터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전매특허인 강력한 '인파이팅' 능력을 앞세워 한국 팀 중 가장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는 평가다.
T1(티원)은 13일 태국 방콕 시암 파라곤(Siam Paragon) 특설 경기장에서 열린 'PGC 2025' 그랜드 파이널 데이 1 경기에서 45점(31킬)을 획득하며 3위를 기록했다.
선두 나투스 빈체레보다 11점이나 낮은 5위의 순위포인트(14점)를 기록했음에도, 화력 대결에서 밀리지 않으며 차곡차곡 쌓은 31점의 킬포인트가 상위권 수성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31킬은 나투스 빈체레에 단 3점 모자란 수치다. 다만, 역설적으로 한 고비를 넘기지 못해 '치킨'이란 방점을 찍지 못하며, 더 많은 순위포인트를 챙기지 못한 부분은 우승권 경쟁을 위해 보완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이러한 흐름은 이날 첫 경기부터 그러했다. T1은 미라마 전장에서 펼쳐진 매치 1에서 첫 자기장이 자신들의 랜드마크인 추마세라(Chumacera)를 중심으로 형성되며 안정적인 초반 빌드업을 전개했다. 또 그 과정에서 이엔드(EEND·노태영)는 DN 프릭스와 버투스 프로 간 교전을 놓치지 않고 1킬을 챙기는 집중력도 발휘했다.
하지만 세 번째 자기장에 제동이 걸렸다. 동쪽 로스 레오네스(Los Leones)를 향해 급격히 쏠린 것으로, T1은 순식간에 '아웃 서클' 상황에 놓이며 갈 길이 바빠졌다.
그럼에도 헤더(Heather·차지훈)가 티라톤 파이브를 상대로 1킬을 만들며 활로를 열었고, 연이어 네 번째 자기장마저 T1을 외면했으나, 나투스 빈체레의 스플릿 지점을 과감하게 밀어내며 후반을 도모할 발판을 마련했다. 또 이를 통해 6페이즈 북쪽 주도권을 잡은 상황에서는 이엔드가 다시 한번 티라톤 파이브로부터 1킬을 더 따내며 주변 변수도 최소화했다.
비록, 7페이즈 인서클을 위해 도로 단차에 자리 잡는 상황 판단이 결과적으로 다소 성급하게 작용하며 풀 센스에 무너지는 악수가 됐지만, 헤더가 마지막까지 값진 1킬을 추가, T1은 순위 포인트 4점과 함께 도합 8점을 수확했다.
그리고 풀 센스와의 교전에서 드러난 미세한 빈틈은 매치 2를 위한 예방주사였다. T1은 전열을 가다듬고 나선 매치 2에서 '불꽃 T1'으로서의 저력을 과시하며 두 자릿수 득점을 획득, 우승 경쟁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매치 2는 미라마 전장에서 이어진 가운데, T1은 타입(Type·이진우)과 레이닝(Rain1ng·김종명)이 2페이즈 배고파를 상대로 2킬을 합작하며 초반부터 기세를 올렸다.
무엇보다, 4페이즈부터 잇따라 도망가는 자기장 흐름 속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지형적으로 안정적인 구도가 아니었음에도, 아즈라 펜타그램과 나투스 빈체레를 상대로 나란히 3킬씩을 획득하며 화력 대결에서 압승, 경기를 지속할 동력을 얻었다.
물론, 재차 벗겨진 6페이즈 상황 인서클 과정에서 버투스 프로와 티라톤 파이브의 집중 포화에 매치를 마무리해야 했지만, 이 역시 레이닝과 헤더가 마지막까지 킬포인트를 포기하지 않는 집중력을 보여줬다. 그 덕분에 T1은 10킬과 순위포인트 2점을 묶어 12점을 추가하는 성과를 올렸다.
고비도 있었다. 태이고와 론도에서 치러진 매치 3, 4에서 도합 5점을 획득하는 데 그치며 잠시 주춤했던 것. 5위의 순위보다, 선두와 32점까지 벌어진 격차는 자칫 '악성 스노우볼'이 될 우려가 있었다.
T1은 태이고와 론도에서 치러진 매치 3, 4에서 도합 5점을 획득하는 데 그치며 잠시 주춤했다. 당시 5위라는 순위보다 더 우려스러웠던 점은 선두와의 격차가 어느덧 32점까지 벌어졌다는 사실이었다. 자칫 하위권으로 밀려나는 '악성 스노우볼'이 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T1은 에란겔로 무대를 옮긴 매치 5에서 8점(4킬)을 수확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고, 이날 마지막 경기에서 다시 한번 두 자릿수 득점으로 선두 추격에 가속 페달을 밟았다.
매치 6은 마찬가지로 에란겔 맵에서 펼쳐진 가운데, T1은 1페이즈부터 아즈라와 버투스 프로 간 교전에 개입해 2킬을 챙기며 다시금 총구를 예열했고, 2페이즈 변화 직후 이동 과정에서 마주한 나투스 빈체레를 상대로도 다시 한번 4킬 완승을 거뒀다. 헤더가 먼저 잘린 위기 속에서도 내리 3킬을 따낸 이엔드 활약이 눈부셨다.
헤더까지도 블루칩을 통해 소생시켜 풀 스쿼드를 복원한 T1은 4페이즈 자기장마저 북동쪽 자신들의 거점을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첫날 피날레를 '치킨'으로 장식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도 엿봤다.
하지만 5페이즈 티라톤 파이브와 FN 포천 간 교전에 개입한 타이밍은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엔드와 타입이 킬 캐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으나 한발 늦은 감이 있었다. 실제 이미 교전을 마무리한 티라톤 파이브와 공방전 양상으로 번지면서, T1은 2킬을 챙기는 대가로 타입과 이엔드가 연달아 기절하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즉, 더 빠르게 개입각을 보거나, 팀 팔콘스까지의 킬 로그까지 올라오던 상황임을 고려해 조금 더 이후를 도모하는 운영을 펼쳤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결국 T1은 이를 예의주시하던 팀 팔콘스의 공세에 레이닝만이 생존했다. 비록 레이닝이 TOP 4까지 오르며 순위포인트 4점을 보태기는 했으나, T1의 요충지를 빼앗은 팀 팔콘스가 치킨의 주인공이 되면서 더욱 진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다시 한번 '치킨'이라는 화룡점정을 찍지 못한 한 끗 차이가 못내 아쉬운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T1은 선두에 14점 뒤진 3위로 1일 차를 마무리하며, 남은 이틀간 역전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또 '쏘닉' 신명관 감독이 그랜드 파이널의 키 플레이어로 꼽은 이엔드가 14킬로 기대에 부응했고, 헤더와 레이닝도 각 8킬, 7킬로 제 몫을 다했다. 비록, 타입이 2킬로 침묵하기는 했지만, 이마저 회복된다면 T1의 화력은 더욱 뜨거워질 망이다.
한편, 또 다른 한국팀 FN 포천은 이날 매치 5에서 무려 14킬을 쓸어 담으며 15점을 챙긴 데 힘입어 총 34점(26킬)을 기록, 8위로 서부리그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DN 프릭스와 배고파, 아즈라 펜타그램은 각 21점(15킬), 18점(15킬), 15점(14킬)만을 획득, 나란히 14, 15, 16위의 최하위권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우승 경쟁 및 상위권 도약을 위해서는 2일 차에서의 반등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50만달러(약 7억3000만원) 우승 상금에 가까워질 팀들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날 'PGC 2025' 그랜드 파이널 데이 2는 한국 시간으로 13일 오후 7시부터 시작되며, 배그 e스포츠 공식 유튜브, SOOP(숲), 치지직, 틱톡, 네이버 e스포츠를 통해서도 생중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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