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AI반도체 수출허용, 對中유화 메시지 담은 NSS 등 지적
일각선 '트럼프식 역(逆) 도광양회' 분석도 존재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성향 정론지인 뉴욕타임스(NYT)는 인공지능(AI)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 허용, 중국에 대해 과거보다 유화적인 미국의 최신 안보전략서 등을 거론하며 "중국이 미국에서 원하는 바를 많이 얻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12일(현지시간)자 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엔비디아 H200 칩의 대중국 수출을 허용한 일과, 중국 공산당에 대한 비판을 완화한 새 국가안보전략(NSS) 발표, 중일간 심각한 갈등 국면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는 일 등을 거론하며 이같이 썼다.
NYT는 "중국 입장에서 미국의 접근 방식 변화는 이념, 기술, 외교를 놓고 중국과 대립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욕구가 적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중국내 일부 논평가들은 이러한 전개가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에 대한 반박할 수 없는 신호라며 찬사를 보낸다"고 적었다.
이어 "중국 분석가들에 따르면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더 거래중심적 외교가 실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덜 매파적이고 실용적인 이 접근 방식에서 중국은 반드시 억제해야 할, 미국의 우위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협상해야 할 주요국으로 여겨진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특히 지난 5일 공개된 NSS에 대해 "미중 경쟁을 안보나 정치 체제를 둘러싼 투쟁이 아닌, 주로 경제 경쟁으로 재구성한 것"이라며 "이 전략의 명시적 우선순위는 '중국과 상호 이익이 되는 경제 관계를 수립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자들과 달리 중국의 민주주의 증진에 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NSS가 중국의 권위주의 통치를 비판하지 않고 인권을 수호하라고 압박하지도 않은 것은 30여년만의 일이라고 썼다.
NYT는 "중국 입장에서 '봉쇄'(미국의 대중국 봉쇄)에서 '경쟁'(미중경쟁)으로 전환은 전략적 승리에 해당한다"며 "그것은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역내에서 공세적으로 나갈 더 많은 여지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NYT뿐 아니라 워싱턴포스트(WP)와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최근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엔비디아 H200 칩의 대중국 수출을 허용한 것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WSJ 사설은 "(H200에 대한)수출 규제를 완화한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는 그의 혼란스러운 대중국 정책을 보여준다"며 "첫 임기때 그는 무역 및 안보 매파로서 미국의 대중국 논쟁을 바꿨는데, 8년이 지난 지금 그는 상거래의 유혹이 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냉전 이후의 '글로벌리스트'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역(逆) 도광양회(韜光養晦·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 전술을 쓰고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NYT의 인터뷰에 응한 멍웨이잔 푸단대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의 도광양회 기조에서 영감을 얻고 있을 수 있다면서 "미국의 경제 및 기술 우위를 재편하고 재건하는 데 집중함으로써 미래에 중국을 상대로 더 잘 경쟁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대중국 전략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며 그것은 "자국의 지배적인 위치를 유지하면서 중국의 부상을 막고, 억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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