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선물을 전달하고 통일교 현안을 청탁하려 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여권 인사들과도 접촉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실시한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56%로, 전주 대비 6%포인트(p) 떨어졌다. 특히 중도층은 전주 대비 6%p, 20대는 4%p, 30대는 무려 14%p나 하락하며 낙폭이 컸다.
한국갤럽은 이번 변동에 대해 "최근 대통령이 엄정 수사 지시한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여당 인사들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고,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사퇴했다"며 "이 사안은 이번 주 대통령 직무 부정 평가 이유로 직접 언급되진 않았으나,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전반적 인식에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李, '종교재단 해산' 검토 지시…"여야·지위고하 막론 엄정 수사"
이 대통령은 해당 의혹과 관련해 정교분리 원칙을 강조하며 엄정 대응 방침을 내세웠다.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정교분리 원칙을 어기고 종교재단이 조직적·체계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사례가 있다. 이는 헌법위반 행위"라며 "일본에서는 (유사한 사례에 대해) 종교재단 해산 명령을 했다는데, 이에 대해서 검토해달라"며 법제처에 지시했다.
이어 9일 국무회의에서 조원철 법제처장을 향해 "불법 자금으로 이상한 짓을 하는 종교단체의 해산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는데, 검토해봤느냐"고 물은 뒤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지탄받을 행위를 하면 해산시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10일에도 "특정 종교단체와 정치인의 불법적 연루 의혹에 대해 여야, 지위고하와 관계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 여권 인사들까지 의혹에 거론되자 내놓은 메시지다.
이 대통령은 전 전 장관이 11일 사의를 밝히자, 즉각 사표를 수리했다. '통일교 게이트' 파장을 조기 차단하려는 조치로 풀이되지만,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야권 공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가수사본부에서 수사를 시작했다.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野 "2차 특검, 통일교 특검과 같이 하자" vs 與 "내란 덮기용 물타기"
보수 야당은 즉각 특검을 요구하고 나섰고 여당은 '내란 책임 덮기용 물타기'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찰 수사와 별도로 국회는 즉시 통일교 게이트 특검 도입을 준비해야 한다"며 "마침 정청래 대표가 2차 특검 또는 종합 특검 발족을 공언하고 있으니 여기에 민중기 특검 직무 유기 부분을 민주당과 통일교의 유착관계를 포함해 특검을 실시하면 매우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역제안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이 권력으로 '불면 죽인다'고 통일교를 협박했고, '민주당 하청' 특검이 민주당 권력을 위해 민주당 비리를 덮었고, '민주당 하청' 특검과 이재명 민주당 정권 사이에 수사 정보를 유출하는 부당거래가 의심된다"며 "경찰은 즉시 압수수색하고 상식적인 정치인들은 힘을 합쳐 즉시 특검법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역시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통일교 민주당 정치자금 제공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을 제안한다"며 "대통령이 통일교 해산을 암시하면서 사실상 윤영호 본부장의 법정 진술을 입막음하고 있고, 그래서 대통령이 영향을 미치는 수사기관은 이제 이 사안을 수사할 수도 없게 되었고, 결과가 나온다 한들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이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특검을 요구하며, 심지어 '민주당 게이트'라 왜곡 프레임까지 씌우고 있다"며 "이는 내란청산을 위해 가동 중인 3대 특검을 흔들고, 자신들의 내란 책임과 위헌정당 해산 가능성을 피하려는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맞받아쳤다.
"李, 측근 문제없다고 판단한 듯…與, '2차 특검' 추진 어려울 것"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이 '엄정 수사'를 주문한 만큼, '통일교 게이트'가 정부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여당이 '통일교 특검'을 수용하지 않는 이상 정청래 대표가 공언한 '2차 추가 종합 특검'은 추진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최수영 시사평론가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동훈 전 대표 입장에선 이 대통령을 강하게 공격해야 장동혁 대표를 넘어설 수 있으니 초강수를 둔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엄정 수사'를 지시한 점으로 볼 때, 대통령 측근 관련해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 평론가는 또 "민주당이 그동안 '내란 프레임'을 유지해 왔는데 이 사안이 들어오는 순간 그 프레임을 더는 쓰기 어렵다"며 "2차 특검을 밀어붙이려면 결국 '통일교 게이트' 특검을 피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 이걸 받게 되면 물타기를 해야 하고 지방선거를 흔들 수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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