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가 약세를 보이는 노동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다시 한 번 인하했지만, 인플레이션과 경기 전망을 둘러싼 내부의 시각 차이는 오히려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12월 10일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올해 들어 세 번째 금리 인하로, 연준은 노동시장의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주요 배경으로 제시했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 수준을 웃돌고 있어, 내년 추가 인하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현재 노동시장은 상당한 하방 리스크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연준이 추가 금리 인하에 앞서 경제 흐름을 관망할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은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으로 연준의 기준금리 목표 범위는 3.5~3.75%로 낮아졌으며, 이는 약 3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대체로 예상된 결정이었지만, 연준 내부에서는 경제 신호를 둘러싼 해석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인플레이션율은 여전히 연준의 목표인 2%를 상회하는 반면, 고용 증가 속도는 둔화되고 실업률은 소폭 상승해 금리 인하의 명분 역시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이다.
이번 표결에서 9명의 연준 관계자가 금리 인하에 찬성했고, 3명은 반대 의견을 냈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 오스탄 굴스비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 제프리 슈미드는 금리 유지를 주장했으며, 연준 이사 스티븐 밀란은 50bp의 더 큰 폭 인하를 지지했다. 내부 의견 차이는 같은 날 발표된 경제 전망에서도 확인됐다. 7명의 연준 관리는 내년에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 없다고 본 반면, 12명은 최소 한 차례 이상의 인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연준의 정책 결정은 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 기업 대출 등 가계와 기업이 부담하는 금융 비용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연준은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이라는 이중 책무를 지고 있지만, 현재는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시장이 둔화되는 이른바 ‘경미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복합적 상황은 정책 판단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의사 결정의 불확실성을 키운 요인으로는 미국 정부 셧다운도 지목된다. 셧다운 여파로 고용과 물가 관련 주요 통계 발표가 지연되거나 취소되면서, 연준이 참고할 수 있는 공식 데이터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전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 패트릭 하크는 이번 조치를 “매파적 금리 인하”라고 표현하며, 이는 금리를 내리면서도 추가 완화가 곧 멈출 수 있다는 신호를 동시에 시장에 전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경제 상황에 이례적인 ‘안개’가 끼어 있어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 신호를 해석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 내부의 분열은 정치적 압박 속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충분히 빠르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파월 의장을 해임하겠다고 위협해 왔다. 이에 대해 전 연방 상원의원이자 상원 은행위원회 공화당 간사였던 패트릭 투미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강하게 요구하는 것은 혼란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데이터가 노동시장의 ‘붕괴’가 아닌 ‘냉각’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통상적으로 급격한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다.
결국 연준은 인플레이션 재상승을 경계하는 ‘매파’와 경기 둔화를 더 큰 위험으로 보는 ‘완화파’로 나뉜 모습이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 베스 하마크 등 일부 인사들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치를 완강히 웃돌고 있다며, 성급한 금리 인하가 물가 상승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반면 다른 관료들은 노동시장 둔화와 소비 약세를 이유로,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한 추가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금리 인하는 단기적으로는 노동시장에 숨통을 틔울 수 있지만, 연준 내부의 균열이 계속되는 한 향후 통화정책 경로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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