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금품 의혹'에 "그렇게 진술한 적 없다" 법정서 말 바꿔
정치권 파장에 위축·재판 불리 판단한 듯…경찰 수사 난항 예상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통일교의 민주당 금품 지원' 의혹을 촉발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12일 법정에서 돌연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말을 바꾸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자신의 발언이 의도치 않게 정치권을 강타하면서 파문이 확산하자 자신의 재판과 향후 있을 수사 등을 고려해 자진해 수습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그의 '입'에서 시작된 의혹을 들여다보려 전담팀까지 꾸린 경찰은 난감한 상황이 됐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지난 5일 자신의 재판에서 "통일교는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 측도 지원했고, 이 내용을 특검에도 진술했다"고 폭로한 이후 이 사안에 대해 사실상 입을 닫고 있다.
그는 10일 결심 공판에서 민주당 측 정치인 실명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했으나 막상 최후진술에선 별도 언급 없이 억울함만 호소했다.
이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의 증인으로 나와선 '민주당 지원의혹'과 관련해 특검에 진술한 적이 없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그는 권 의원 측 변호인이 특검 수사 당시 분위기 때문에 거짓 진술을 했느냐는 취지로 묻자 "세간에 회자하는 부분도…제 의도하고 전혀…"라며 "저는 그렇게 진술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그런 경우도 있고 그래서 좀 이게 조심스럽다"며 여지를 남겼다.
지난 5일 재판에서 작심한 듯 특검 수사의 편파성을 지적했을 때와 달리 자신의 과거 진술에 대해서도 확신을 갖고 말하지 못하는 등 한발 물러선 태도다.
이런 입장 변화에는 내달 28일 선고를 앞둔 자신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재판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경찰의 강도 높은 추가 수사로 본인에게 불리한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는 판단이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특검의 '편향 수사'를 비판하는 취지에서 민주당 지원 의혹을 폭로했으나, 결국 자신이 부정한 금품의 공여자로 지목돼 처벌될 가능성도 커진다는 사실을 뒤늦게 자각했다는 분석이다.
이 사안 수사를 맡은 경찰로선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10일 특검에서 사건 기록을 넘겨받은 경찰은 현재 윤 전 본부장의 진술 외엔 이렇다 할 증거 자료가 없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8월 특검에서 2018∼2020년 민주당 의원 2명에게 수천만 원씩 지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당사자로 거론된 인물은 모두 의혹을 공개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려면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더욱 구체적인 진술을 얻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첫 스텝'부터 꼬일 위기에 처한 셈이다.
윤 전 본부장이 입을 여는 대가로 자신이나 가족에 대한 선처를 요구해 혼선을 초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윤 전 본부장의 배우자인 전 통일교 세계본부 재정국장 이모씨는 현재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소된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기록과 법리를 검토하는 중이며, 관련자 조사를 계속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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